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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도 한 하늘 아래 있었다[현장]‘324일, 7756시간’ 숫자에는 감정이 없다지만…
▲ 구 국가인권위 건물 옥상 광고탑에서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 화성 비정규직분회 최정명·한규협 조합원이 300일 문화제를 지켜보고 있다.

“최정명·한규협 동지를 고공에 매단 건 박근혜 정부와 정몽구 회장이다. 하지만 우리 또한 죄인이다.” 지난 29일 서울광장 문화제에 앞서 진행된 금속노조 결의대회에서 금속노조 함재규 부위원장은 무거운 표정으로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금속노조도 승리적으로 투쟁하지 못했고, 기아차지부도 해법을 찾지 못했다. 비정규직지회도 성과를 내지 못했고, 연대단체들도 안타까워만 하고 있다. 두 동지가 내려올 수 있게 투쟁하는 것이 자신의 몫이라 생각한 우리 모두는 스스로 죄인이 되었다”고 농성장을 올려다보며 스스로를 질책했다.

▲ 문화제에 앞서 진행된 금속노조 결의대회에는 금속노조와 기아자동차지부 간부들, 그리고 화성·소아리·광주 비정규직지회 대의원들이 참석했다.

이날은 최·한 두 조합원이 지난해 6월11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있는 건물 옥상 광고판 농성을 결행한 지 324일이 되는 날이다. 기아차지부 장재형 화성지회장도 “324일 7756시간. 숫자에는 감정이 없다. 하지만 ‘324’에는 후회와 안타까움이 담겨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왜 부각시키지 못했을까? 총선 때는 왜 이슈화하지 못했을까? 2016년 임단투와 어떻게 결합시킬까? 그리고 나는 이들과 얼마나 함께했나”고 반성하기도 했다.

▲ 백기완 선생이 거동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투쟁문화제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투쟁문화제에서 백기완 선생은 “기아차 조합원들 손들어봐! 그래 오늘은 많이 왔네. 잘했어. 이따 마치고 날 따라와 내가 소주 한 잔 살게”라며 자책하는 참가자들을 위로했다. 그는 이어 “이번 총선에서 ‘박근혜 정부는 도저히 안되겠다’고 국민이 판결했다”며 “노동자의 양심을 믿고, 정의의 길로 나간다면 진보의 역사는 승리를 향해 나갈 것”이라고 힘줘 말하기도 했다.

농성장 최종원 상황실장은 “솔직히 이렇게까지 길어질 지 몰랐다. 지난해 6월11일 농성을 시작할 때는 10월 국정감사를 목표로 잡았다. 노동·진보 국회의원들이 정몽구 회장을 국정감사장에 불러 그 책임을 물어줄 거라 생각했다”며 계획이 뜻대로 진행되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또 한 번의 기회는 지난 총선이었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울산 현대차비정규직의 철탑농성장을 문재인, 안철수 등 야권후보들이 다녀가면서 사회적 이슈가 됐다. 우리는 서울 한복판에서 농성을 진행하고 있으니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간악한 자본은 모든 언론을 통제하였다”며 놓쳐버린 두 번의 기회를 후회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에겐 또다시 기회가 있다. 총선에서 노동자 후보가 당선됐고, 2016년 임단투가 시작된다”며 용기를 잃지 않고 끝까지 투쟁할 것을 다짐했다.

최종원 상황실장은 또 “최정명·한규협동지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 잇몸이 상해 이가 많이 흔들리고, 소화기 계통에도 문제가 생긴 것 같다. 특히 신장 기능이 저하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전문의의 진료는 지난 12월22일 ‘조규석박사와 길벗한의사회’가 동상과 고혈압, 우울증을 진단받은 바 있다.

▲ 기아차 화성, 소아리, 광주 비정규직지회 대의원들이 투쟁문화제에서 새로운 각오로 승리를 쟁취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4월29일은 최·한 두 비정규직 조합원이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농성을 시작한 지 324일이 되는 날이었지만 이날 문화제 주제는 기아차 고공농성 300일에 맞춘 ‘다시 처음으로(again 2015)’였다. 문화제도 지난해 말 농성 200일 이후 124일만이다.

대회에선 최종명·한규협 조합원을 전화 연결해 그동안의 투쟁소식을 들었다. 참가자들은 격려와 투쟁의지를 담은 쪽지를 고공농성장에 전달하곤 대회를 마쳤다.

대회에는 금속노조와 기아자동차지부 간부들과 화성·소아리·광주 비정규직지회 대의원들 500여명이 참석했다.

강호석 기자  sonkang1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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