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해양 관계자(채권단, 채무자, 노동조합) 집회에서 회생이냐 폐쇄냐 결정

STX조선해양(주)은 지난 5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주 채권자는 산업은행이다. 산업은행이 보유한 채권액은 약 1조7천억원. 채무의 47%에 해당한다. 현재 산업은행은 STX조선해양을 위탁 경영하고 있다. 산업은행이 어떻게 STX를 장악하게 된걸까?

▲ 금속노조 STX조선지회 조합원들이 회생을 위해 집회를 하고 있다.[사진제공 STX조선지회]

2001년 법정관리 하에 있던 대동조선을 쌍용중공업이 인수하고 STX조선해양을 설립했다. STX는 2006년부터 중국 대련공장과 유럽(필란드, 프랑스, 노르웨이)공장 설립에 나섰다. 필요한 유동성 자금을 위해 회사채를 발행했다. 산업은행이 채권을 매수했다. 이 과정에서 산업은행은 이자 수익만 연간 1700억을 가져갔다. 이자율이 10%를 넘는다.

2014년 산업은행은 STX의 자율협약을 체결하면서 △인력감축, 임금삭감에 협조할 것 △일체의 쟁의행위를 하지 말 것 △경영상의 문제에 일체 관여하지 말 것을 노조에 요구했다. 노조는 부당노동행위였지만 회사를 살리기 위해 이를 받아들였다.

5월30일 STX조선해양은 기업회생절차에 따라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기소돼 유죄를 선고 받았다. 중국공장은 폐쇄되고, 유럽공장은 매각됐다. 노조에는 345명의 조합원이 희망퇴직할 것을 권고했다. 12일 현재 200여명이 희망퇴직하고 134명이 남았다.

대우조선의 주 채권은행이기도 한 산업은행은 남은 134명이 퇴사하지 않으면 자금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12일 열린 단체교섭에서 노조는 ‘무급 휴직’을 감수하겠다고 했지만 오로지 퇴사만을 강요하고 있다.

▲ STX조선지회 간부들이 삭발식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STX조선지회]

강덕수 회장의 무분별한 해외 투자가 부른 업계 4위 STX조선해양은 이자놀이에 눈이 먼 산업은행의 손에 들어갔다. 2002년 당시 정규직 3700명, 협력업체 7000명으로 1만 가구의 생계를 책임지던 창원진해 굴지의 회사 STX조선해양은 이제 가동율 60%에 3천명도 채 남지 않았다.

STX조선해양의 15년 역사에 남은 것은 오직 산업은행뿐이다. 노동자는 퇴출당했고 그룹은 망했다. 주 채권자인 산업은행은 가만히 앉아서 이자수익을 챙겼다. 매각할 경우 시가 1조2천억으로 원금을 회수하면 볼일이 끝난다.

채권자, 채무자, 노동조합이 한자리에 모이는 관계자 집회가 계획 돼있다. 이 자리에서 STX조선해양의 마지막 운명이 결정된다. 한영회계법인의 보고서대로 정규직을 모두 정리해고 하면 법에 따라 회생절차를 밟겠다는 것이다. 만약 보고서의 기준치에 미달하면 매각이 결정된다.

하지만 조선업이 정말 사양산업인가? 그저 매각만으로 업계 4위의 STX조선해양을 침몰시킨다면 노동자 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고민철 금속노조 STX지회장은 국제해사기구인 IMO가 지난달부터 선박배출가스 규제지역(ECA) 내 질소화합물(NOx) 규제 적용에 희망을 걸 수 있다고 말한다. 2020년부터는 항해 중인 모든 선박에 황산화물 규제 적용으로 해양 환경 규제가 강화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조선사들은 해운 온실가스 배출량 줄이기에 힘을 쏟고 있다. 조선업계는 LNG선에 초점을 맞춘 친환경 선박(에코쉽)개발을 통해 수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도 LNG선 시장 규모가 2025년까지 148조5000억원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고 지회장은 “당장 에코쉽(친환경 선박) 수주에만 뛰어들어도 예전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다”고 장담했다. 

“지금까지 받아 먹은게 얼만데… 산업은행이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이자수익을 줄여 채무를 탕감하고, (정규직) 전문 기술인력을 유지해 다가 올 조선업 호황을 준비해야 한다. 노조는 어떤 희생도 감수할 수 있다. 회사를 살릴수만 있다면” 고민철 지회장의 간절한 소망이 메아리가 되어 돌아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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