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인터뷰]초서도브스키 교수 “클린턴, 대통령 되면 북에 더 강경할 것”
“북한을 향한 ‘전략적 인내’ 정책은 그저 단순한 수사적 표현에 불과하다고 본다. 미국의 대북 외교정책은 1950년 한국전쟁 이래로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빈곤의 세계화>의 저자이자 실천적 진보 석학인 미셸 초서도브스키 캐나다 오타와대 명예교수는 최근 현장언론 민플러스 맥도널드 경희 캐나다(오타와) 통신원과 전화인터뷰에서 오바마 미국 정부의 대북정책 평가에 관한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했다. 북한을 관계 정상화의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는 적대정책을 지속해오고 있다는 얘기다.
초서도브스키 교수는 이어 “힐러리 클린턴이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된다면, 북한 김정은 정권에 대해 이전보다 훨씬 강경한 정책을 내세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클린턴이 핵무기가 얼마나 파괴적이고 위험한지에 대해 깊은 이해력을 갖고 있지 않다고 본다. 결과적으로 그가 생각하기에 미국과 남한에 득이 된다고 판단되면, 현재 북한의 지도층을 자극하는 데 망설임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미 관계, 미국의 세계 패권과 세계 경제 전망 등에 대해서도 문답이 오간 초서도브스키 교수와 인터뷰는 지난달 20일 이뤄졌다.
- 흔히 현 세계를 ‘G2시대’라고 말합니다. (냉전시대의)양극체제 붕괴 이후 일극체제가 이어져왔지만 중국의 부상으로 다시 세계질서의 재편성에 관한 여러 의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중심 세계질서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고 계십니까?
“중국은 엄밀히 따지면 공산체제임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중국의 지도층은 자본주의 노선을 택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여러 사회적인 상황들을 볼 때, 사회복지 프로그램들의 붕괴를 쉽게 목격할 수 있지요. 특히 대부분 수출 제조업이나 도시의 건축업에 종사하는 2억7500만에 달하는 이주자(농민공)들의 생활환경은 가난한 이들을 위한 사회복지 프로그램들의 적나라한 실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내 생각에 중국 정부는 사회주의에 별반 관심이 없습니다.
대미 관계 측면을 봤을 때 중국은 미국 제국주의에 대응할 힘의 균형자(counter-balancing power)로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에 맞서고자하는 패권주의적 의도가 없어 보입니다. 중국의 많은 경제적 발전 형태들은 식민주의 방식을 닮았습니다. 예를 들면 1970~80년대에 세워진 경제특별지구들은 과거 식민주의 국가들과 조약을 맺은 개항지들에 있어요. 이 지역들의 수출집약적 시장은 싼 가격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중국에게 큰 시장을 제공하는 미국과 서방 국가들로 인해 중국은 또한 미국에 많이 의지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시각에서 보면 지난 2001년 미국과 협약을 체결한 결과로 중국의 은행 시스템은 미국으로부터 독립적이지 못하지요. 이런 상황은 월스트리트 은행들로 하여금 상하이의 금융부문에 영향을 미칠 힘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미국, 최근도 자기 명령 따를 대리국가 물색 중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는 미국의 재력뿐 아니라 군사력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미국은 다른 국가들과 식민지적 관계를 세우고자 자기 군부와 정보기구들을 이용합니다. 최근에도 미국은 자기들의 명령에 따를 대리국가(the state of proxy-states)을 찾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양극체제의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한편에는 미국과 그 협력국가들, 그리고 다른 편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쌍무적이라는 것을 인지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중국이 그들의 군에서 사용하고 있는 가장 뛰어난 기술력은 대부분 러시아에서 제공하는 것입니다.”
- 교수님은 중동의 테러리즘이 미국의 조작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란 핵 협정 등 최근 중동정세의 변화와 테러리즘의 미래에 대해서는 어떻게 전망하고 계십니까?
“미국이 이른바 ‘중동 테러리즘’의 배후라는 주장은 다방면의 학계에서 제출된 방대한 양의 정보뿐이 아니라 미국의 공식 서류를 통해서도 여러 차례 증명된 바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중동 테러리즘’ 담론으로, 실제로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중동 지역민들에게 행한 잔악한 행위들을, 거꾸로 자기네가 정권 전복을 노리는 중동 국가들을 비난하는데 사용하고 있어요. 그러한 중동 테러리즘의 잘못된 이미지들은 서양 미디어에 의해 더욱더 고착되고 있습니다.”
미국, ‘중동 테러리즘’ 담론 중동 정권전복에 이용
- 교수님의 저서 <빈곤의 세계화>가 출간된 지 20년 가까이 지났습니다. 교수님은 이 책에서 IMF(국제통화기금) 차관경제가 어떻게 제3세계 국가들의 빈곤을 초래하는지를 밝혔습니다. 빈곤의 세계화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인데요. 지난 20년간 교수님 저서의 주장에서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1997년 이전에는 IMF 차관으로 인한 폐해들은 대부분 후진국에서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산업화된 국가로는 처음으로 한국이 1997년 IMF 구제금융에 들어간 이래 지금은 경제적으로 선진화된 국가들조차도 신자유주의 정책들이 그들의 경제 상태에 몰고 온 폐해들에서 예외가 되지 않고 있지요. 이탈리아, 그리스, 그리고 스페인 같은 몇몇 유럽국가에서도 이런 과정들이 목격되고 있습니다.”
- <빈곤의 세계화>에서 밝혀진 차관경제의 위험은 그리스, 스페인 등을 통해 유럽까지 전파됐습니다. 그런데 본래 금융 강국인 독일과 프랑스가 EU 시스템 때문에 금융위기 국가들의 부담을 떠안게 됐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독일과 프랑스가 처해있는 가장 큰 정치, 경제적 어려움들은 두 나라에게 EU에 속한 경제적으로 더 약한 나라들의 짐을 지기 때문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이 두 나라 모두 미국의 식민정책에 깊이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겁니다. 이런 사항은 니콜라스 사르코지가 정권을 잡은 이후부터 프랑스에서 더 뚜렷이 나타나고 있어요. 다시 말하면 사르코지는 프랑스 사회의 여러 면에서 ‘미국 대리정권’(U.S. proxy regime)의 관념을 그의 임기 동안 구축했습니다. 하지만 독일은 미국의 군사기지들을 나라 안에 가지고 있지만 미국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적 관념이 침범하기에는 좀 더 어려운 국가로 보입니다.”
달러, 세계경제 지배하지만 패권적 영향력은 약화
- 달러 패권의 위세가 예전 같지 않습니다. 달러와 IMF 등을 중심으로 한 세계경제 시스템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나는 아직도 미국 달러가 세계경제를 지배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듯이 그것이 미국의 세계패권에 영향을 미친다고는 보지 않지요. 단지 달러가 미국의 세계패권에 도움을 준다는 확실한 정황 하나는 미국이 군사적인 비용을 치르는데 도움을 준다는 정도일 겁니다.”
- 오바마 정부는 북한을 상대로 붕괴주의에 기초한 ‘전략적 인내’ 정책을 구사해 왔습니다. 임기가 끝나가는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북한을 향한 ‘전략적 인내’ 정책은 그저 단순한 수사적 표현(only pure rhetoric)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미국의 대북 외교정책은 1950년 한국전쟁 이래로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어요. 다시 말하면 미국 정부도 남한 정부도 북한과는 어떤 형태의 평화조약을 맺길 원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미국과 한국 정부, 북한과 평화조약 원치 않아”
- 만약 힐러리 클린턴이 당선된다면 오바마의 대북정책을 그대로 따를까요?
“힐러리 클린턴이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된다면, 그가 이제까지 대북정책이라 생각해 온 일들을 그대로 따르는 한편, 북한의 김정은 정권에 대해 이전보다 훨씬 강경한 정책을 내세울 것이라고 봅니다. 설상가상으로, 나는 클린턴이 핵무기가 얼마나 파괴적이고 위험한지에 대해 깊은 이해력을 갖고 있지 않다고 봅니다. 결과적으로 그가 생각하기에 미국과 남한에 득이 된다고 판단되면, 현재 북한의 지도층을 자극하는 데 망설임이 없을 것입니다.”
- 그럼 차기 미국 정권은 어떤 대북정책 기조를 가져야 한다고 보십니까?
“나는 다음의 미국 정부도 이제까지 해온 북한에 대한 정치적 정책들을 똑같이 사용할 것이라 봅니다. 이런 점에서 (미국의)대안 미디어들이 그들의 정부가 진정으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미국민들에게 알려주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결과적으로 더 많이 아는 국민이 정부로 하여금 북한에 대한 정책을 바꾸도록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테니까요.”
- 끝으로 민주주의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싸우고 있는 한국의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부탁드립니다.
“나는 여러분들이 어려운 시기에 무슨 일들을 겪고 있는지 주목하고 있는 세계의 민중들이 여러분 나라밖에도 많이 있음을 기억하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평소의 범위를 벗어난 정보들을 읽고 배우면서 넓혀 가십시오. 그를 통해 여러분이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해 더 알 수 있을 테니까요.”
인터뷰·번역= 경희 맥도날드 캐나다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