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의 파업을 지지해야 하는 이유?

▲ 11일 서울역에서 "국민에게 안전을 노동자에게 권리를" 시민사회 운수노동자 선언이 있었다.

1년에 화물차 관련 고속도로 사망자 1232명. 전체 고속도로 사망사고의 38%를 차지한다. 사고 원인별로 보면 과적이 40%로 가장 많고, 졸음운전, 야간운행 순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발표한 이 같은 통계 자료를 단순 적용하면 과적과 야간운행을 줄일 경우, 연간 6백 명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부는 왜 조치를 취하지 않는 걸까? 화물차 운전자들은 왜 위험한 과적운행을 멈추지 않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찾는 과정에서 이해할 수 없는 사실이 발견됐다. 10일부터 파업에 들어간 화물연대가 ‘과적단속 강화’를 요구한 것이다. 반면 3일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의왕 ICD를 방문해 과적기준을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뭐지? 정부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 단속을 강화하고, 화물차 운전자들은 이윤을 위해 몰래 과적할 것이라는 상식이 완전히 빗나간 것이다.

내막은 이렇다. 화물운송은 화주(화물의 주인), 운송업체(사), 화물차 운전자로 이루어진다. 이중 과적으로 인한 최대 수해자는 운송업체다. 운전자는 과적에 따른 초과이윤이 발생하지만 위험부담이 크고, 연료비도 더 들고, 단속에 걸릴 경우 과징금도 내야 한다. 특히 사고가 나면 모든 책임은 운전자가 지게 된다. 운송업체는 화주로부터 받은 물량을 싼 가격에 배송함으로써 위험부담 없이 이윤만 챙긴다. 그러니 화물 적재 때마다 운송사는 “더 실어라”, 운전자는 “위험해서 안된다”로 실랑이를 벌인다. 하지만 언제나 운송사가 갑이다.

운송사는 그렇다 쳐도 정부는 왜? 물론 정부는 과적을 단속한다. 문제는 국토교통부가 도로법에 따라 단속한다는 데 있다. 도로법은 도로의 손상을 막기 위해 1축(바퀴 2개)당 10톤으로 제한한다. 그러니 4바퀴를 기준으로 할 때 1t, 5t트럭은 단속대상에서 제외된다. 20t추레라는 바퀴가 8개 이상이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단속을 벗어난다. 5t트럭에 20t씩 화물을 적재하니 어찌 위험하지 않겠나?

그뿐 아니다. 20t추레라에 바퀴를 더 다는 불법 개조까지 한다. (가끔씩 큰 화물차에 사용되지 않고 들려서 가는 바퀴를 본적이 있을 것이다) 방법이 없나? 있다. 경찰이 도로교통법에 따라 1t트럭은 1톤만, 5t트럭은 5톤만, 20t추레라는 20톤만 적재하게 단속하면 된다. 왜 안할까? 경찰에겐 장비가 없다. 과적 단속 설비는 고속도로 톨게이트 끝에 설치돼 있는데 국토교통부 소유다.

이에 화물연대가 파업까지 하면서 요청하는 사항은 ‘차량 적재 톤수’(1t트럭은 1톤만, 20t추레라는 20톤)로 과적 기준을 강화해 달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운송사와의 실랑이를 하지 않아도 된다. 이런 좋은 방법이 있는데 정부는 왜 아직 실행하지 않고 있을까? “CJ대한통운, 글로비스 같은 대형 운송사가 정부에 로비를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라고 화물연대 관계자들은 의심하고 있다.

▲ 사진제공 민주노총

대형 화물차들이 야간에만 운행하는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고속도로 통행료를 야간에만 50% 할인해 주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시절 주야간 동일하게 50%할인을 공약한 바 있다. 야간 운행은 졸음운전의 주요한 원인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자는데 이 조치가 그렇게 어려운가. 문제의 심각성을 알았으니 공약했을 터. 제발 지켜주면 안될까…?

화물차 노동자들은 왜 ‘과로 운전’이 불가피 할까? 20t추레라의 가격은 2억 원 정도다. 대부분의 운전자는 대출로 차량을 구입한다. 한달에 300만원 정도를 상환한다. (정부가 주장하는 1조7천 억의) 유가보조금를 받지만 운송사와의 단가 계산에서 이를 빼버린다. 즉 운전자가 구청으로부터 유가보조금을 10만 원을 받게 될 경우 운송단가에서 10만 원을 뺀다는 얘기다. 결국 유가 보조금은 운송사가 먹는 꼴이다.

차량 번호판 문제는 더 심각하다. 운전자가 차량을 구매하면 운송사와 계약을 한다. 이때 (노란색) 차량번호판이 나온다. 번호판 값은 2천여만 원. 이렇게 계약이 끝나면 차량 소유주는 운전자가 아니라 운송사(법인)가 된다. 이것을 ‘지입’이라고 한다. 문제는 2년에 한 번씩 계약을 갱신할 때 발생한다. 운송사가 계약을 거부하면 운전자는 번호판을 반납하고 차량만 끌고 나온다.

번호판 구입비는? 돌려받지 못한다. 버티면 어떻게 되나? 지입료를 두 배 이상 올리거나 운송단가를 후려치고, 과적을 강요한다. 버틸 수가 없다. 결국 다른 운송사와 계약하게 되고 번호판 비용을 또 지불하게 된다. ‘지입’제도를 폐지해 운송사들의 번호판 장사를 막아달라는 것이 화물연대가 파업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 사진제공 민주노총

화물차 운전자는 쉴 수가 없다. 차량 구입 대출료를 갚아야 하니까. 운송사의 눈 밖에 나면 재계약을 못하니까. 하루도 쉬지 않고 밤낮없이 일을 해도 한 달 수입은 고작 200만 원. 그래도 쉴수 없다. 지출은 계속되니까.

화물연대는 10일부터 △표준운임제 법제화와 주선료 상한제 시행 △화물차 차주가 차량을 운송사업자 명의로 귀속하는 지입제 폐지 △도로법 개정을 통한 과적 단속 △통행료 할인 확대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하고 있다. 정부는 이들이 대출이 많기 때문에 결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 장담하고 있다.

화물차는 어느새 도로 위의 세월호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이들은 총파업으로 선언했다. 우리는 결코 세월호 선장이 되지 않겠노라고. 이제 국민들이 답할 차례다. 생명과 안전을 위한 화물연대의 파업을 지지할 것인가? 비난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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