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기로에 선 제조업(1) 한국경제, 저성장 시대 진입

한국경제가 저성장 기조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일본보다 더한 나락으로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해법이 무엇일까요? 일하는 사람의 관점에서 한국 제조업의 문제를 진단하고 대안을 찾아보려 김성혁 금속노조 노동연구원장의 ‘기로에 선 제조업’을 6회에 걸쳐 연재합니다.[편집자]

▲ [사진출처 : 현대중공업 홈페이지 보도자료]

한국은 1961년부터 2010년까지 50년 동안 평균 8%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유례없이 압축적인 고도성장을 이룩하였다. 광주민중항쟁이 있었던 1980년,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8년, 카드대란의 2003년, 세계금융위기가 터진 2008, 9년 등 다섯 차례에 걸쳐 성장률이 3% 이하를 기록하기도 했으나 곧바로 회복하였다. 1990년대에도 성장률은 평균 7%였고,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0년대에도 평균 4.4%를 유지하였다. 그러나 최근 4년간 성장률은 평균 2.8%로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저성장이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가는 정상적인 과정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한국은 너무나 급속하게 고도성장에서 중도성장 과정 없이 저성장 국면으로 전환하였다. 더구나 한국은 아직 경제 선진국이 아니다. 무역량 1조 달러로 세계 7위 무역대국, GDP는 1조3929억 달러로 세계 11위 등 일부 양적인 지표에서는 선진국 반열에 오르기도 했지만, 질적인 지표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경제 선진국이라고 정해진 기준은 없지만 굳이 숫자로 표시한다면 OECD 회원국이 34개국이므로 각종 경제지표에서 OECD 평균은 넘어야(세계 17위 이내) 실질적인 선진국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주요 경제 지표에서 한국은 중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다.

우선 한국의 1인당 GDP는 2015년 2만7340달러로 세계 28위이고, GDP 대비 공공사회복지 지출 비중은 10.4%로 OECD 평균인 21.6%의 절반으로 최하위인 멕시코에 이어 33위이다. 게다가 남녀 임금격차, 저임금 고용 비중,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 등 나쁜 지표는 모두 OECD 1위이다.

다음으로 최근 위안화는 IMF(국제통화기금)의 SDR(특별인출권)에 10.9% 비중으로 편입되어 사실상 기축통화로서 무역결제 사용량이 급증하였으나, 한국의 원화는 국제통화가 아니어서 무역결제, 외환거래, (외환보유고)준비통화로 거의 사용되지 못한다. 전 세계 주요은행들의 외환동시결제시스템(여기에는 위안화, 루블화 등 포함되지 않는 통화도 많다)에서의 사용 비중을 보면, 17개 통화 가운데 원화는 16위에 머물러 있다. 순위는 달러(46%), 유로화(19%), 엔화(8.6%), 파운드화(7.5%) 순인데, 원화는 멕시코 페소화(0.9%), 홍콩 달러(0.9%), 싱가폴 달러(0.8%), 남아공 란트화(0.7%) 등에도 밀려 이스라엘 쉐켈화(0.14%)에 이어 뒤에서 두 번째이다.

또한 무역수지를 보면 한국은 상품수지에서는 흑자이나 서비스수지는 적자이다. 특히 선진국의 징표라고 할 수 있는 지적재산권 무역수지를 보면, 한국은 관련 통계 작성 이후 한 번도 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다. 로열티를 받을 만한 고급 기술력에 도달한 품목이 적은 것이다.

저성장 시대란 어떤 상황을 의미하는가?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다. 한국 경제는 15~20년 간격으로 일본을 뒤따라가고 있으므로, 이대로 간다면 일본의 발걸음이 그대로 한국의 모습이 될 것이다. 세계경제 2위에 올랐던 일본은 1985년 미국의 환율조정 압박으로 엔고 사태가 발생하여 수출이 급락하였다. 이에 대응한 금리인하로 거품이 형성되었고 90년 부동산, 주식 거품붕괴로 지금까지 경제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저금리로 인해 자본이 해외투자로 대거 빠져나갔고, 국내투자는 부진하여 주요 산업이 침체되었다. 디플레이션으로 소비가 얼어붙어 0%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경기부양을 위해 토목·건설 등에 재정을 쏟아 부어 국가부채가 GDP 대비 250%나 되고, 이자 지출만 연 10조엔(103조원)이다. 고령화된 인구로 의료보험, 요양보험 지출이 급증하여 GDP 증가율보다 사회보험 지출 증가율이 더 크다. 이에 조세만으로 재정이 충당되지 않아 국채를 발행하여 재정의 40%를 메우고 있다.

한국은 50년 동안 대기업 주도의 수출의존정책을 펼쳐왔으나, 세계경제 침체 속에 ‘저성장의 덫'에 빠졌다. 문제는 기존 패러다임으로는 지속가능한 성장이 더 이상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계속)

▲ 김성혁 금속노조 노동연구원 상임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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