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투쟁사업장⑤] 하이디스, 해외 먹튀자본에 당한 비참한 현실

언론이 다루지 않는, 그러나 가장 치열한 투쟁의 현장을 민플러스가 연재보도한다.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장기 투쟁사업장. 동양시멘트지부, 사회보장정보원분회, 세종호텔노동조합, 아사히비정규직지회, 콜트콜텍지회, 티브로드비정규직지부, 하이디스지회, 하이텍알씨디코리아분회, 한국지엠군산비정규직지회, KTX열차승무원지부, 한국산연. 한달간의 연재가 끝나기 전에 문제가 해결 돼 취재를 하지 않아도 되는 곳이 생겼으면 좋겠다.[편집자]

황금알을 낳는 거위 ‘FFS기술’

화면을 측면에서 봐도 정면에서 볼 때처럼 또렷하게 보이게 하는 광시야각 원천기술(FFS). 여기에 전력사용량을 줄이고, 햇빛 아래서도 잘 보이게 하는 기술이 더해져 휴대폰 액정으로 사용한다. 스티브 잡스가 탐내던 이 기술을 애플은 아이폰4부터 장착했다. 삼성 제품을 비롯한 세계 모든 스마트폰과 테블릿PC에 사용하고 있다. 기술 특허 수입만 연간 1500억원.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광시야각 원천기술(FFS)은 하이디스가 98년 개발했다.

▲ 18개월째 하이디스 해고자들은 원직복직을 위한 투쟁을 진행중이다.[사진제공 하이디스지회]

현대전자, 하이디스, 중국BOE, 대만E-ink

2003년 현대전자가 부도나자 중국BOE가 인수한다. 현대전자 하이닉스반도체에서 ‘하이’를, 현대디스플레이테크놀로지에서 ‘디스’를 따와 하이디스가 된다. 중국 BOE그룹은 하이디스에서 기술자료 4331건을 빼내 간 사실이 대한민국 검찰에 의해 뒤늦게 적발된다. 2006년 법정관리하에 있던 하이디스를 대만 E-ink에 2800억을 받고 또다시 해외매각한다. 대만 E-ink는 FFS기술을 제공하는 특허권 사업에 집중한다는 경영방침을 세우고 2015년 하이디스 이천 공장을 폐쇄한다.

날아간 일자리 2000개

2002년 현대전자 시절 하이디스 직원은 2천여명이었다. 기술유출에만 관심이 있던 중국 BOE는 일자리를 1200개로 줄여 대만 E-ink로 넘긴다. E-ink는 대만 공장에 국내물량을 외주화했다. 2013년 840명까지 줄어든 하이디스에 또다시 희망퇴직 신청 공고가 뜬다. 400명이 퇴직 강요에 순응하고 만다. 2015년 이천 공장을 폐쇄하면서 희망퇴직자 200명, 정리해고 79명, 시설관리자 30명으로 2000개의 일자리는 이렇게 사라진다. 기업이 경영난에 빠지면 정부와 채권단은 해외 매각을 서두른다. 이 같은 해외 ‘먹튀자본’ 유치가 부른 최악의 시나리오가 하이디스에서 연출된 것이다.

▲ 배재형 열사(하이디스 전 지회장) 추모대회를 하고 있다.[사진제공 하이디스지회]

79명의 해고자 그리고 배재형열사

2015년3월31일 정리해고 통보를 받은 79명은 공장가동, 원직복직을 위한 투쟁을 시작한다. 네 차례 대만원정, 동아면세점 앞 천막농성, 매주 수요일 투쟁문화제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E-ink는 연봉 1천만원을 줄테니 대만에 와서 일하란다. 지난해 5월11일 비해고자로 함께 투쟁했던 금속노조 하이디스지회 배재형 전 지회장의 시신이 발견됐다. 그는 “하이디스 투쟁이 승리할 수 있도록 연대해 주세요”라는 유서를 남기고 떠났다. 지난 1월에는 시설관리 요원으로 있던 30명중 15명이 또 해고당했다. 해외자본의 횡포로 해고된 노동자를 대한민국 노동부는 구제하지 않았다.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모두에서 해고자들은 패소했다.

▲ 김종훈 의원(울산 동구, 무소속)과 함께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제공 하이디스지회]

여기까지 인내심을 갖고 읽은 독자라면 “어떻게 이런 일이?”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생겼으리라. ‘물음표’를 정리해본다. 현대전자는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이 이사장이었다. 2002년이면 정 회장이 살아있었는데 왜 부도를 막지 않았을까? FFS기술이 엄청난 돈벌이가 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을 텐데, 왜 특허권까지 중국 BOE에 넘긴 걸까? 중국 BOE가 기술자료를 유출한 사실을 검찰이 확인하고도, 법정관리 중이던 하이디스를 또 해외 자본(대만 E-ink)에 넘긴 이유는 무엇인가? 산업자원부는 대한민국의 산업기술을 어떻게 지킬 작정인가? 대만 E-ink가 ‘먹튀 자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왜 아직 하이디스와 FFS기술을 되찾아오지 못하는가? 노동부는 대한민국 노동자를 대만자본의 횡포로부터 왜 지켜주지 않는가?

인터뷰를 하는 동안 이상목 금속노조 하이디스지회장의 답답함은 턱까지 차올랐다. “해고자로 18개월을 살았다. 해볼 짓, 안해볼 짓 다 해봤다. 산자부, 노동부, 외교부, 검찰, 국회까지 안 가본 곳이 없다. 기술 훔치고, 일자리 뺏고, 사람까지 죽인 흉악한 ‘먹튀 자본’을 왜 아무도 단죄하지 못하냔 말이다.” 억울함을 호소할 때마다 (외국인 투자 촉진)법이 그렇단 말만 들었다며 이 지회장은 울분을 참지 못했다.

지난해 3월31일부로 해고된 하이디스 79명의 해고자들은 6달은 실업급여로 버텼다. 다음 6달은 금속노조의 장기투쟁기금으로 버텼다. 이제 생활비도, 투쟁기금도 다 떨어졌다. 그러나 이들은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답한다. 너무나 억울해서, 미치도록 답답해서.

하이디스 해고자들의 생활기금, 투쟁기금은 아래 링크로 들어가서 후원할 수 있습니다.

https://docs.google.com/forms/d/1HDf4IQ5ZUy3Ks4M5GyyEI74Y8QGTL8fM7yD_s06tWdw/viewform?edit_requested=tr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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