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검증 없이 사업 확대… “새마을운동 자체가 실패한 사업” 주장도
2017년 정부예산안에서 외교부와 행정자치부가 요구한 새마을운동세계화사업(새마을운동 ODA) 관련 예산은 총 436억 원 가량이다. 특히 행자부는 올해보다 무려 38.6%나 예산증액을 요구했다.
새마을운동 ODA사업은 현재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20개국에 걸쳐 이뤄지고 있다. 새마을봉사단이 현지로 가서 농촌공동체 개발사업을 하거나 외국인을 국내에 초청해 연수시키는 프로그램도 있다. 관련단체인 새마을세계화재단은 “새마을운동의 성공경험을 국제사회와 공유하고 기존의 원조방식과 차별화해 현지주민의 주인의식, 자립역량을 일깨워 스스로 가난을 극복하는 방법 전수”가 사업의 기본방향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사회와 학계에서 새마을운동세계화사업 자체의 허구성은 물론 원조인 우리나라 새마을사업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가 함께 만든 나라예산네트워크에서는 해당 사업이 “각 국가의 사회적, 문화적 특성에 대한 존중 없이 근면, 자조, 협동을 내세워 정신개조를 요구하는 것은 식민주의적 발상”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2009년 시범사업 이후 평가나 검증없이 무분별하게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새마을운동 ODA사업이 빈곤퇴치와 사회개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아무런 평가가 없다는 것이다. 나라예산네트워크는 “사업을 추진하는 새마을봉사단의 전문성 부족문제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새마을 운동이 성공한 사업인가?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새마을운동은 우리 현대사를 바꿔놓은 정신혁명이었고 그 국민운동은 우리 국민의식을 변화시키며 나라를 새롭게 일으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라며, 2016년에는 "새마을운동이 공동체 정신을 회복하고 국민통합에 중심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새마을운동의 성공여부에는 많은 비판이 있었다. 당장 통계만 봐도 새마을 운동이 시작된 1970년 이후 10년간 농촌인구는 1442만 명에서 1082만 명으로 1/4 정도의 인구가 줄어든다. 보수진영의 말대로 새마을운동 덕분에 농촌이 잘살게 됐다면 아무리 농업사회에서 산업화 사회로의 이행을 감안한다 해도 이렇게 많은 인구가 유출될 이유가 없다. 서중석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새마을운동이 진행되면서 오히려 농업이 비하되는 상황을 맞았고 특히 중장년층이 농사일을 그만두고 농촌을 떠났다”고 평했다.
이 기간 동안 농가부채도 급증했다. 1971년 2만9,500원이었던 1호당 농가부채가 1980년 80만8,400원으로 27.4배 급등한다. 이 시기부터 농업에 농기계나 농약, 화학비료 사용이 급격하게 늘어났는데 여기에 드는 비용이 고스란히 농민의 부담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계획은 국가가, 비용과 노동력은 자율적으로” 왜곡된 자립, 자활의 신화
새마을운동의 성공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 운동이 농민들의 자율성에 근거해 일어난 운동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하면 “계획과 지시는 관에서 하되 비용과 노동력은 알아서”하라는 것이었다. 국가에서는 과잉생산으로 남아도는 시멘트를 각 농촌에 무료로 보급하기는 했지만 중장비나 건설인력은 보내주지 않았다. 결국 시멘트 외에 다른 비용과 노동력을 농민들이 알아서 제공해야 했다. 새마을운동의 최대 치적으로 꼽히는 마을 도로확장과 하천정비 등 농촌환경 개선사업은 국가의 개인재산과 노동력 착취나 다름없었다. 개인사유지가 보상도 없이 도로가 된 경우도 많았다.
한홍구 교수는 <유신>이라는 책에서 ‘새마을 가꾸기’는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의 ‘아타라시이 무라 츠쿠리’를 그대로 번역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1930년대 우가키 가즈시게 조선 총독이 농촌진흥운동을 펼치면서 강조한 것이 자각, 자립이었다. 박구로다 가쓰히로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37년부터 3년간 근무했던 문경보통학교는 농촌진흥운동 인재육성을 위한 지정학교라서 박 전 대통령은 지역의 농장지도에도 나섰다”고 주장했다.
나라예산네크워크는 새마을운동 ODA 사업에 대해 “새마을운동 브랜드화가 아닌 개도국의 문화와 정책적 필요에 맞는 사업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