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농민 추모대회 시민 3만 명 운집

“오늘 뉴스를 보니 박근혜 대통령이 북핵보다 내부분열이 무섭다고 말했던데, 저는 북핵보다 대통령이 더 무섭습니다. 대통령이 지켜준다던 국민 안에 백남기 농민과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 250만 농민과 2천만 노동자는 들어있지 않은 겁니까?”

1일 오후 대학로에서 벌어진 백남기농민추모대회 사회를 맡은 김정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사무총장이 목놓아 외치자 3만 명의 참가자들은(주최 측 추산) 일제히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추모대회는 주말에 벌어지는 여느 민중대회보다 분위기가 격앙된 모습이었다.

국가폭력에 의해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지 300일이 넘고, 사망한 지 6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유가족들은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백남기 농민의 차녀 민주화씨는 눈물을 흘리며 “수술 직후 아버지의 상태가 뇌사상태에 가깝다고 말한 주치의는 사망진단서에 '병사'라고 써놓고서는 실수를 인정하지만 고칠 수 없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민주화씨는 이날 예정된 행진을 염두에 둔 듯 “강신명이 그렇게 외쳤던 준법보다 높은 가치가 생명이다. 또 이 같은 끔찍한 희생이 없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면 양심 있는 경찰들은 시민들을 끝까지 잘 보호해 주기 바란다. 우리 모두 이 땅에 사는 똑같은 사람들이다”라고 촉구했다.

정현찬 가톨릭농민회 회장은 “정부는 백남기 농민의 정신마저 짓밟고 빼앗지는 못할 것이다. 백남기 농민이 그토록 원했던 통일과 민주화를 우리가 반드시 이루겠다”고 말했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저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 예은이의 아빠이자 백남기 농민의 아들이다. 여기 모이신 분들 모두 세월호 희생자들의 부모이자 백남기 농민의 자녀가 맞는가?”라고 물었다.

유 위원장은 “이대로 가다가는 광장에서 추모할 사람조차 없어지겠다. 우리 모두 배가 가라앉아 죽고 물대포에 죽고 나면 누가 추모 하겠는가”라며 “지금 당장 바꿔야 한다. 바꾸는 것은 정치인들이 아닌 바로 나 자신이고 우리들이 함께 바꿔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투쟁결의문에서 국민을 향해 “싸움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아직 이승을 떠나지 못한 고인과 함께 먹고살기 힘들고 전쟁날까 두렵고 폭압에 숨이 막혀 살 수가 없는 민중과 함께 폭발하는 분노를 모아 투쟁으로 항쟁으로 총궐기로 달려가자”라고 호소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추모대회 이후 세월호 참사 900일 문화제가 열리는 광화문광장까지 행진하려 했지만, 백남기 농민이 쓰러졌던 르메이에르 건물 앞에서 경찰의 제지로 막혔다. 종로구 무역보험공사 부근에 폴리스라인을 친 경찰과 한 시간 여 대치하던 추모행렬은 경찰병력이 서서히 철수하면서 대부분 세월호광장에서 열리는 문화제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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