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정상회담에서 댜오위다오가 거론된 이유
미국, 핵보유국인 북·중·러를 상대할 전쟁 대리국 선정 완료
댜오위다오를 되찾겠다며 군사행동 선언한 일본, 그렇다면 독도는?

바이든 미 대통령과 기시다 일본 총리가 지난 주말 워싱턴에서 만나 성명을 발표했다. 미‧일 관계의 ‘현대화’를 선언한 이날 회담에서 댜오위다오(센카쿠 열도)가 새로운 분쟁지역으로 떠올랐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핵을 포함한 모든 역량을 동원해 일본을 지켜준다는 점을 상기시킨 뒤 이는 “센카쿠 열도에도 적용된다”고 못 박았다.

즉 핵무기를 사용해서라도 일본이 중국과의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을 계속할 수 있게 지지 엄호하겠다는 뜻이다.

기시다 총리는 이에 대한 보답으로 미국 무기 14조 원어치 구매를 약속하고, 대만 위기와 러‧우전쟁에 적극 관여한다는 의지도 동시에 피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에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지난달 워싱턴에 불러 “종전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비로소 미국의 확전 계획도는 완성단계에 이르렀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미국의 신냉전 체제가 북‧중‧러 포위 전략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이들 3국이 모두 핵보유국이기 때문에 미국이 직접 상대하기는 껄끄러운 상대들이다. 그래서 미국은 북‧중‧러와 대리전을 치를 상대국이 필요해졌다.

첫 희생양은 우크라이나였다. 러시아 국경에서 8년째 돈바스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의 대리전을 치를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이렇게 러‧우전쟁은 발발했고, 이 과정에 미국은 신냉전 질서를 구축하면서 막대한 이윤을 챙겼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해 국내 군수산업을 일으켰고, 가스 등 러시아의 공급망을 차단하는 대신 유럽에 미국산 LNG를 4배 넘는 가격에 팔아넘겼다.

한편 중국을 상대한 쪽은 대만이었다.

미국은 2021년 4차례, 2022년 3차례에 걸쳐 12조 원에 달하는 미국 무기를 대만에 강매했다. 중국의 대만 점령을 대비한다는 명분에서다. 사실 미국 무기를 대만에 판매하는 행위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어긴 것이나 다름없다.

미국은 또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을 마치 외교 사절단처럼 대만에 보냄으로써 중국을 계속해서 자극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대만 지방선거에서 집권당인 민진당이 대패한 데다가 총통 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온 터라 ‘대만 위기’를 조장해 중국을 압박하기가 조련치 않은 상태다.

실제 전쟁은 주변국의 압력과 지원이 아무리 강해도 교전 당사자가 소극적이면 불이 붙을 수는 없다. 선거를 앞둔 민진당이 ‘양안관계 현상 유지’라는 대만 유권자의 바램을 외면할 수 없게 되면서 대만 위기도 자연히 잦아들게 되었다.

이때 구원투수로 등장한 게 바로 일본이다. 그런데 일본이 미국을 대신해 중국과의 대리전을 치르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해결할 과제가 있었다.

일본은 2차대전을 일으켜 동아시아를 침략한 전범국이다. 이 때문에 일본은 전쟁 참여는 물론이고 자체 군대조차 가질 수 없는 국가로 남아 있다. 미국은 우선 일본의 전범국 멍에부터 벗겨줘야 했다.

미국은 일본의 선제공격권을 합법화한 ‘적기지 반격능력’을 용인하고, 일본은 방위비를 2배로 늘려 미국산 무기로 재무장에 나섰다. 또한 미군이 실시하는 모든 군사훈련에 일본 자위대를 동참시켜 북‧중‧러를 포위하는 미일 군사동맹 강화에 열을 올렸다.

급기야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일은 댜오위다오를 분쟁지역으로 공식화함으로써 일본이 중국과의 대리전을 치를 교두보까지 확보하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댜오위다오가 독도와 마찬가지로 과거 일제강점기 때 일본 땅이었기 때문에 지금 영유권을 주장한다는 데 있다.

특히 일본이 지난달 방위 문서를 개정하면서 정부 공식문서에 처음으로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명기했고, 미국이 개정된 일본 방위 문서에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밝힌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편 일찌감치 대북 선제공격 운운하며 미국의 확전 계획에 첨병 노릇을 자임한 윤석열 정부는 군국주의를 부활한 일본의 재침야욕에 대해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어 보인다.

일본이 미국을 등에 업고 중국의 댜오위다오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며 군사행동까지 예고한 마당에 오히려 윤 대통령은 미국이 요구한 ‘한일관계 개선’에 뚜렷한 진전이 있다며 자찬하기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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