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는 쉼없이 위험해지고 있다

▲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이 11월 3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의 국방부에서 제54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를 마친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이 11월 3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의 국방부에서 제54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를 마친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해마다 이맘 때가 되면 한미 국방장관들이 모여 연례안보회의(SCM)를 개최한다. 한미 양국의 국방정책을 총괄하는 수장들이 모인다는 점에서 한미 연례안보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은 두 나라의 국방정책으로 현실화된다.

“싱가포르 합의, 판문점 합의‘ 사라진 자리에 “북한 정권 종말” 표현 삽입

비록 형식적일지언정 지난 해 회의까지 한미 국방장관은 북미 싱가포르 공동성명과 4.27 판문점합의, 9월평양합의 등을 언급해왔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서는 그런 단어가 완전히 사라졌다. 그 자리에 새롭게 삽입된 것은 “김정은 정권 종말”이라는 표현이다. 그리고 다음 문장에는 “동맹의 능력과 정보공유, 협의절차, 공동기획 및 실행 등을 더욱 강화”한다는 내용이 표기되었다. 북과의 대화흔적을 지우고 ‘북한 정권 종말을 위한 군사적 실행 계획’을 모의한 셈이다.

그 실행조치로 합의한 것이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의 연례적 개최’이다.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은 북이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을 가정하여 미국의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전개되어 작전에 투입되는 것을 상정한 훈련이다. 2011년부터 시작된 이 연습은 2018년 남북미 정상회담 등 대화 분위기 속에서 중단된 바 있다.

양 국방장관은 마치 9월 핵정책법령 제정 등 ‘북한의 핵정책 고도화’ 때문에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을 재개하는 것처럼 포장하지만 이 연습은 이미 2021년에 재개되었다. 또한 지난 9월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가 참여한 한미 훈련, 10월 스텔스 전투기 F-35B 등이 참여하는 비질런트 스톰 훈련 등도 모두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의 일환이다. 이미 그들은 ‘북한 정권 종말’을 위한 실행계획을 가동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을 연례화할 것을 공식화했을 뿐이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 미국의 전략자산을 적시적이고 조율된 방식으로 한반도에 전개”하기로 합의했다. 1년에 수 차례 전략자산이 전개되는 ‘북한 정권 종말 실행 계획’을 추진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작전계획 최신화, 1단계 완료된 듯

이번 회의에서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내용은 한미 작전계획 최신화였다. 지난 해 12월 개최된 53차 연례안보회의에서 작전계획을 최신화하기로 합의하고, 그 1단계 조치인 전략기획지침을 승인했기 때문이다. 작전계획은 ‘전략기획지침 → 전략기획지시 → 새로운 작전계획 완성’이라는 절차를 밟아 마련된다. 전략기획지침은 지난 해 12월 승인되었고, 전략기획지시는 올 해 3월 승인되었다. 마지막 3단계인 작전계획 완성만 남겨놓은 상태였다.

이번 공동성명에는 “작전계획의 최신화 등을 추진하기로 하였다”고 모호하게 표현되어 완성 여부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회의를 마치고 열린 양국 국방장관의 공동기자회견에서 이종섭 국방장관은 “작계라는 것은 한번 완료되면 끝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보완 발전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언제까지 완료한다고 말하는 게 좋지 않다. 다만 가속해서 최신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발언을 했다. 작전계획 최신화는 완료되었고, 다만 안보환경이 새롭게 바뀌고 있기 때문에 수시로 바뀌는 안보 환경을 감안하여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는 뉘앙스의 답변으로 들린다.

지난 12월부터 시작된 작계 최신화는 1차적으로는 완료되었고, 다만 북한의 고도화되는 군사행동, 고조되는 대만 해협에서의 위기 등을 감안하여 수시로 내용을 보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19일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이 한미연구소(ICAS) 화상대담에서 대만 유사시를 대비해 “모든 것과 관련해 우리는 컨틴전시 플랜을 준비한다”면서 “진행되고 있는 논의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한미 동맹이 중국과 러시아를 주시하며 국제적인 규칙에 기반한 질서를 유지한다”고 강조함으로서 대만 유사시 한미 동맹이 공동행동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주한미군사령관의 이런 발언은 대만 유사시 한미연합군의 움직임이 새로운 작전계획에 포함되어 있을 수 있음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강대강 대결의 장기화, 전쟁위기의 일상화

이번 한미 안보안보회의는 사실상 대북전쟁계획을 논의한 회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 정권 종말”을 목표로 하는 군사 실행 계획을 논의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실행 계획은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과 새로운 작전계획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이미 강대강 대결을 천명하고 실행에 옮기고 있는 북은 강한 맞대응 군사행동을 취할 것이다. 한반도 강대강 대결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으며 한반도 전쟁위기 역시 일상화되고 있다.

쉬지않고 바람을 불어넣으면 언젠가 풍선이 터지듯이, 전쟁 위기가 쉬지 않고 지속되면 전쟁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한미 양국의 대결적이고 호전적인 대북정책으로 인해 한반도는 쉼없이 위험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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