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계의 우려속에 미국의 핵항공모함이 부산에 입항했다. 2017년 3월, 한미연합전쟁연습을 위해 부산에 왔었으니 5년 여 만이다. 그해 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해 버리겠다"고 공언한 후 동해에서 한미연합훈련을 벌인 것이 마지막이었는데, 올해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자 다시 등장한 것이다.
한반도는 다시 한번 전운이 감도는 대결의 땅으로 변모했고, 서울, 울산, 부산, 경남 등 전국적으로 규탄의 목소리도 잇다랐다.

▲미군의 분뇨와 폐기물 등을 수거하러 백운포 기지를 들어가는 폐기물 차량.
▲미군의 분뇨와 폐기물 등을 수거하러 백운포 기지를 들어가는 폐기물 차량.

22일, 전국민중행동과 6.15울산본부는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고, 부산시민사회는 미 핵항모 부산입항을 반대하는 대표자 선언을 취합했다. 녹색당, 정의당, 진보당 대표를 포함해 112명의 대표자들이 강력한 반대의 뜻을 표했고, 기자회견을 통해 미 핵항모 부산입항을 취소할 것을 요구했다. 

▲미군을 태울 버스가 백운포 해군기지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미군을 태울 버스가 백운포 해군기지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핵항모가 입항한 23일 저녁에는 경남평화회의가 주최하는 "경남반전평화행동"과 "반전평화문화제"가 창원에서 열렸고, 6.15부산본부는 백운포 주한 미 해군사령부 앞에서 규탄집회를 열고 항모에서 쏟아져 나오는 미군들에게 "양키 고홈"을 외쳤다. 

입항 당일인 23일 오전8시경 부터 부산민중연대 소속 단체들은 영상차와 'Stop War exercises, Yankee, Go home'이 적힌 대형현수막을 기지 앞에 설치하고 72시간 투쟁에 돌입했다. 아래와 같은 내용의 영어 안내방송도 준비해 미군들에게 들려줬다. 

U.S. troops, you are just coward!
미군 너희는 그냥 겁쟁이다.
Don't escalate the war crisis any more.
더 이상 전쟁위기를 고조시키지 마라.
You, fleeing in Afghanistan and doing nothing in Ukraine, are no different from bald eagles that eat only dead meat in the desert
아프가니스탄에서 도망치고 우크라이나에서 아무것도 못한 너희는 사막에서 죽은 고기만 먹는 대머리 독수리와 다를 바 없다.
You shout peace in the front and prepare for war on bacterial weapons tests in the behind. 
너희들은 앞에서 평화를 외치고 뒤에서 세균무기실험에 전쟁준비한다.
You guys are just poor cowards in our eyes.
우리가 볼 땐 너희는 그냥 궁색한 겁쟁이다.
What is the U.S. military doing when it comes to the Korean Peninsula?
미군이 한반도에 와서 하는 게 도대체 무엇이냐.
Is there anything you do other than drinking party, assault, theft, harassment, and murder?
술판, 폭행, 절도, 추행, 살인 말고 하는 일이 있는가.
You're just a shallow robber and a murderous.
너희는 그냥 천박한 강도이자 살인마일뿐이다.
Don't stump like a dignified guardian of peace and quietly go out like a loser in the back alley.
늠름한 평화의 수호자 같이 유세 떨지말고 뒷골목 패배자 답게 조용히 꺼져라.

▲버스에 탄 미군을 향해 “U.S. troops Get out of Korea를 외치고 있다.
▲버스에 탄 미군을 향해 “U.S. troops Get out of Korea를 외치고 있다.
▲버스에 탄 미군을 향해 “U.S. troops Get out of Korea를 외치고 있다.

민주노총부산본부, 부산여성통일선봉대 참가자들이 'Yankee, Go home', 'U.S. troops Get out of Korea'를 끊임없이 외치는 속에 경찰들은 핵항모 미군들의 외출, 외박을 보장해주기 위해 분주하게 돌아쳤다. 경찰의 호위속에 미군을 태울 버스들이 줄지어 기지 안으로 들어갔으며, 핵 항모에서 나온 분뇨와 쓰레기, 방사능폐기물을 수거하기 위해 남구업체 차량이 쭉 늘어서기도 했다. 이 광경을 본 한 참가자는 '미군들 똥과 방사능 오염물질을 치우는데 왜 우리 노동자들이 동원되어야 하냐?"며 통탄해 했다. 

▲버스에 탄 미군을 향해 “U.S. troops Get out of Korea를 외치고 있다.
▲버스에 탄 미군을 향해 “U.S. troops Get out of Korea를 외치고 있다.
▲버스에 탄 미군을 향해 “U.S. troops Get out of Korea를 외치고 있다.

오후가 되자, 수 천명의 미군들이 본격적으로 버스에 분승해 기지 밖으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기지 앞 투쟁은 점점 더 격앙되었다. 'Get out of Korea' 피켓이 높이 솟았고, 시위자들은 "양키 고홈"을 더 크게 외쳤다. 행여나 미군들이 이 피켓을 볼까봐 걱정이 태산인 경찰들은 시위대 앞을 가로 막는 일이 다반사였다. 미군이 상전이었고,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었다. 

▲버스에 탄 미군을 향해 “U.S. troops Get out of Korea를 외치고 있다.
▲버스에 탄 미군을 향해 “U.S. troops Get out of Korea를 외치고 있다.
▲버스에 탄 미군을 향해 “U.S. troops Get out of Korea를 외치고 있다.

버스 안 미군들은 시위대를 향해 동물원 동물보듯 사진을 마구 찍어대기도 했고, 손가락 욕을 하거나 비웃기도 헀다. 미군들의 기지탈출행렬은 늦은 밤까지 계속 됐다. 이들이 향하는 곳은 부산역 택사스촌으로 불리는 유곽 혹은 몇 해 전 폭죽난동으로 물의를 일으킨 해운대였다.  

23일 저녁, 버스들이 오가는 속에 규탄집회가 6.15부산본부 주최로 열렸다. 분노에 가득찬 참가자들은 자유발언과 규탄행동으로 미군에 맞섰고, 미국 핵전력이 계속 부산에 오려고 할텐데 앞으로도 더욱 준비를 잘하자고 결의했다. 

23일 저녁, 백운포 해군기지 앞에서 미핵항모 규탄집회가 진행 중이다.
▲23일 저녁, 백운포 해군기지 앞에서 미핵항모 규탄집회가 진행 중이다.
23일 저녁, 백운포 해군기지 앞에서 미핵항모 규탄집회가 진행 중이다.
▲23일 저녁, 백운포 해군기지 앞에서 미핵항모 규탄집회가 진행 중이다.

자유발언으로 진행된 집회는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조석제 민주노총 부산본부 수석부 본부장은 '수천명을 학살하고 수백번의 전쟁을 통해 배를 불린 국가가 미국'이라며 핵전쟁위기를 고조시키는 미국을 규탄했고 최지웅 평화통일센터 하나 사무처장은 '천지도 모르는 윤석열 때문에 지금같은 상황이 벌어졌다'며 '윤석열부터 당장 끌어내자'고 호소했다. 대학생겨레하나 회원들은 단체로 나와 '우리 힘을 하나로 모아 미군을 꼭 몰아내자'고 호소하며 <우리가 하나로> 몸짓공연도 했다.

집회를 마무리 할 무렵, 외출을 다녀온 술이 된 미군 4명이 택시 안에서 내리지 않고 우리 집회를 촬영하며 웃고 떠들다 발각된 것이다. 일은 순식간이었다. 참가자들은 모두 벌떡 일어나 'Yankee, Go home'을 외치며 미군들에게 다가갔으며, 이것을 본 미군들은 혼비백산하며 기지로 줄행랑을 쳤다. 기세에 놀란 경찰은 미군을 보호한답시고 도로를 봉쇄하며 시위대에게 불법집회 운운하며 협박을 가했다. 대치상황이 팽팽히 이어지다 경찰이 병력을 빼면서 상황은 종료됐다.

'전쟁을 부추기는 악마같은 자들이 한반도 평화의 사도인양 의기양양 웃고 떠들며 우리는 비웃고 가는 모양새를 용납하지 맙시다'라는 사회자의 말에 참가자 전원이 투쟁으로 화답했으며 앞으로 가열찬 투쟁을 이어갈 것을 결의하고 집회는 마무리됐다.

▲행진, 피켓팅, 현수막 게시 등 미핵항모 규탄행동이 진행됐다.
▲행진, 피켓팅, 현수막 게시 등 미핵항모 규탄행동이 진행됐다.
▲행진, 피켓팅, 현수막 게시 등 미핵항모 규탄행동이 진행됐다.
▲행진, 피켓팅, 현수막 게시 등 미핵항모 규탄행동이 진행됐다.
▲예술인들이 미핵항모 입항 규탄의 뜻을 담아 상징행동을 진행 중이다.
▲예술인들이 미핵항모 입항 규탄의 뜻을 담아 상징행동을 진행 중이다.

24~25일은 진보당부산시당 소속 당원들이 시위에 앞장섰다. 이들은 기지 앞에서 수시로 행진을 진행하며, 오가는 미군 버스들에게 강한 목소리를 전달했으며, 25일 저녁에는 부산항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투쟁을 열심히 해 온 부산지역 문화예술인들이 백운포 기지 앞을 찾아 규탄 퍼포먼스를 진행헀다. 
이들은 즉석으로 규탄 현수막을 직접 제작해 게시했으며, 미군을 조롱하는 영어랩 영상을 상영하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행진, 피켓팅, 현수막 게시 등 미핵항모 규탄행동이 진행됐다.
▲행진, 피켓팅, 현수막 게시 등 미핵항모 규탄행동이 진행됐다.
▲행진, 피켓팅, 현수막 게시 등 미핵항모 규탄행동이 진행됐다.
▲행진, 피켓팅, 현수막 게시 등 미핵항모 규탄행동이 진행됐다.
▲미핵항모 입항을 반대하는 시민들이 미군을 태운 대형버스 앞에서 규탄행동을 진행하고 있다.
▲갑자기 나타난 항의피켓에 당황한 미군.

한편, 제보에 의하면, 남구 용당아이파크 아파트 앞 도로에서 미 핵항모 입항 반대 규탄 행진을 하던 시민들이 행진 중에 미군이 탄 대형버스와 맞닥뜨렸고, 버스 안 미군을 향해 '이 땅이 누구땅인데, 감히 네놈들이 발을 들여놓냐', "Get out of Korea", "Yankee, Go home" 등을 외치며 강력히 항의했다고 한다. 이에 당황한 미군들은 우왕좌왕하며 핸드폰을 부여잡고 누군가와 통화를 하는 등 어쩔줄을 몰라했다는 것.

미국의 신냉전 강요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고, 한반도 전쟁위기는 비할 바 없이 높아졌다. 핵전력이 드나드는 것은 물론, 내년에는 북한 지역 상륙작전을 연습하는 쌍용훈련도 재개된다.
미국과 윤석열정권의 무모한 불장난에 맞서 우리 민중들의 반전평화 투쟁도 더욱 강해 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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