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오른쪽)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왼쪽)가 20일(현지시각) 막을 올린 제77차 유엔총회 일반토의에서 안보리 개혁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오른쪽)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왼쪽)가 20일(현지시각) 막을 올린 제77차 유엔총회 일반토의에서 안보리 개혁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전범국인 독일과 일본이 러시아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퇴출론을 시사하며 자국이 대신 빈자리를 채우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유엔의 위상과 국제질서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2차대전 직후 소련, 미국, 영국, 중국 등 연합국은 전범국의 재무장을 막고 국제 평화와 질서를 유지할 목적으로 유엔을 창설했다. 그런데 이번 유엔 총회에서 전범국들이 한목소리로 연합군의 대표였던 러시아를 유엔에서 퇴출하겠다는 역설을 펼친 것이다.

러시아 입장에선 ‘적반하장’이란 말이 나올법하다.

전범국의 반란

독일과 일본의 러시아 퇴출 주장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구실 삼았다. 하지만 일본과 독일이 그만한 자격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펼친 ‘특별군사작전’은 나치 잔당들이 돈바스지역에서 자행한 학살이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것은 이제 비밀이 아니다.

나치 독일과의 전쟁에서 2천만여 명의 목숨을 잃은 러시아(당시 소련)로선 돈바스 지역에 출현한 네오(신) 나치 군대를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었을 터. 더구나 동진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우크라이나까지 진출한 나토(NATO)가 이들 나치 군대를 지원하는 조건에서 러시아의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특히 미군이 지휘하는 나토에 가장 많은 무기와 자금을 지원한 곳이 독일이었다는 점에서 독일의 러시아 퇴출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상임이사국 진출을 거론할 자격이 없기는 일본도 마찬가지다.

전범국 일본은 2차대전 이후 한 번도 전쟁범죄와 식민지강점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해 반성하지 않았다. 최근 일본은 과거 군국주의 만행을 반성할 대신 재침을 위한 헌법 개정과 국방예산 2배 인상 등 재무장을 시작했다. 미국의 비호 아래 일본 자위대가 전쟁연습에 참여하고, 유사시 한반도에서 군사작전이 가능하도록 한미일 군사동맹 체결에 열을 올린다. 이처럼 일본은 여전히 군국주의가 지배하고 있다.

전범국의 재무장을 막고, 전쟁의 근원을 제거하는 사명을 지닌 유엔 상임이사회에 재침 야욕을 드러낸 일본과 전쟁의 불씨를 제공한 독일의 합류는 당치도 않을 말이다.

전범국 반란의 배후는 미국

1차대전이 끝나자 승전국은 패전국 독일에 약탈적 배상금을 물렸다. 베르사유 조약대로라면 독일은 다시 석기시대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독일은 불과 20여년 만에 다시 세계대전을 벌일 정도의 강대국이 되었다. 영국과 미국의 파격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2차대전 이후 냉전기에 접어들자, 소련을 포위하기 위해 서독을 키운 것도 미국이다. 탈냉전 시기 우크라이나에 잔류한 나치 군대를 육성한 것도 미군과 나토였다.

미국은 전범국 일본 대신 그들의 식민지였던 한반도와 베트남을 반으로 갈라 일본 군국주의의 살길을 열어주었다. 이후 6.25전쟁과 베트남전쟁에서 일본을 병참기지로 삼고 일본 군국주의를 경제 강국으로 키웠다. 그리고 최근 중국을 포위하기 위해 일본 군국주의의 부활을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다.

요컨대, 러시아와 중국을 포위하는 ‘신냉전’ 질서를 구축하기 위해 미국은 독일과 일본을 앞세웠고, 독‧일 양국은 전범국의 멍에에서 벗어나 유엔 무대를 통해 제국주의 국가로 부활한다. 이것이 일본과 독일이 추진한 러시아 안보리 상임이사국 퇴출론의 내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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