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9월 초 시작한 반격으로 동부지역 6천㎢(서울의 10배)를 확보했다”라며, “이번 겨울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의) 점령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승전보를 전했다. 반면 러시아군은 이 지역에서 ‘성공적으로’ 퇴각했다고 발표했다.

양측의 주장을 종합하면 우크라이나군이 동부지역 일부를 점령했고, 러시아군은 희생 없이 이 지역을 빠져나왔다는 의미가 된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것은 이번 전투 과정에서 우크라이나군인 4천여 명이 죽고, 8천여 명이 다쳤다는 소식이다.

러시아 측 발표이니 다 믿을 수는 없지만, 퇴각하면서 발사한 포와 미사일 양으로 볼 때 우크라이나군 사상자는 수천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러시아군의 희생자는 없다.

결국 빈 성을 우크라이나군이 점령했고, 그 과정에 엄청난 희생이 발생했다. 과연 이렇게 전개된 우크라이나의 반격을 승리한 전투라고 할 수 있을까.

승자는 누구인가?

개전 이후 아마 우크라이나군이 작전이란 걸 구사한 것은 이번이 거의 처음이다. 이 때문에 미국과 서방 언론은 우크라이나가 반격에 성공한 소식을 대대적으로 전한다.

젤렌스키는 자국민의 엄청난 희생에도 불구하고 종전협상 가능성을 일축하곤, “조금만 더 강력한 무기를 가졌더라면 점령에서 더 빨리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나토(NATO)에 더 많은 무기 지원을 재차 호소했다.

계획대로 돈바스지역(도네츠크공화국, 루간스크공화국)까지 후퇴한 러시아군은 종전협상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라 곧바로 전열을 정비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NSC(국가안보회의)를 소집한 2시간 만에 우크라이나 전기공급 절반에 해당하는 발전소를 미사일로 날려버렸다.

우크라이나 발전소에 대한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은 새로운 전쟁 양상을 예고한다. 지금까지 발전소는 특수군사작전(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대 투입을 이렇게 부른다) 대상이 아니었다. 러시아의 전쟁 매뉴얼이 변경될 것이란 관측이 가능해진 대목이다.

하르코프 주 동부에서 실시한 우크라이나의 이번 반격으로 러시아는 물론이고 우크라이나도 큰 희생을 치러야만 했다. 하지만 미국은 사정이 다르다.

이번 반격으로 미국은 전쟁을 장기화할 수 있는 추진력이 생겼다. 미국의 승리다. 여기에 러시아가 전장을 확대하면 미국은 ‘러시아 고립‧약화 작전’을 본격적으로 가동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 러시아 고립에 따른 유럽의 반발을 잠재울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에 더없이 좋은 일이다.

젤렌스키의 거짓말과 미국의 음모

하르코프 반격으로 승기를 잡은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장 격화에 열을 올린다. 지난 8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키예프를 깜짝 방문해 우크라이나와 나토에 20억 달러 규모의 군사 지원을 약속했다. 이와 별도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6억7500만 달러 규모의 무기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음모에 넘어간 젤렌스키의 하르코프 반격은 우크라이나인의 희생과 전쟁 장기화의 불씨가 되었다. 그런데도 젤렌스키는 이번 반격으로 올겨울 전쟁을 끝낼 수 있다는 거짓말을 내뱉었다.

코미디언 출신의 신인 정치인이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돈바스지역에서 태어난 젤렌스키가 “2014년부터 계속된 돈바스전쟁을 끝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우크라이나 유권자의 바람 때문이다. 젤렌스키의 거짓말은 이렇게 우크라이나인을 배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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