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투자분쟁센터 중재판정부는 8월 31일 한국 정부가 론스타에게 약 4,000억원(이자포함)을 배상하라고 판정했다.

법무부 보도자료에 의하면, 한국 정부는 외환은행 매각 승인을 지연하여 투자보장협정상 공정공평대우 의무위반으로 배상 판결을 받았다고 한다.

경제신문들은 론스타의 6조원 청구액에 비하면 적은 금액으로 판정이 나와 한국이 승소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불복하지 말고 이대로 끝내는 것이 좋다는 취지로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돈의 액수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최초로 이루어진 투자자의 정부 소송에 의미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일개 투자자가 과연 정부를 상대로 소송할 권한이 있는지?, 한국의 사법권은 어디로 갔는지? 한국 정부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국민혈세로 배상액을 지급하는데 금융당국의 책임질 관료는 누구인지? 등이 밝혀져야 한다.

론스타 사건이 발생한 지 10년이 지나도록 진상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고, 사건 관련자들이 다시 현 정부에서 요직을 맡았다. 한덕수 국무총리, 추경호 기재부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 등이 그들이다. 정부는 아직 분쟁 조정 과정의 자료와 판결문 등을 공개하지 않았다.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하여(지분 51%) 2012년 하나금융지주에 되팔면서 약 4조 6천억 원을 챙겨 먹튀 논란을 일으켰다.

원래 론스타는 골프장, 호텔, 건설 등의 비중이 큰 산업자본으로 은행법에 따라 금융기관을 인수할 자격이 없었다.

그런데 외환은행장, 금융위원회와 재경부 관료들은 은행 매각 문제를 제대로 감독하지 않고 편법으로 승인하였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당시 재경부 은행제도과장을,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당시 금융위 사무처장을 역임하며 외환은행의 론스타 인수를 승인하였고, 한덕수 국무총리는 당시 론스타의 컨설팅을 맡았던 김앤장의 로비스트 역할을 하였다.

이들은 경제의 혈맥인 은행을 투기자본에 넘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으며, 론스타는 거액의 인수차액을 챙기고도 더 많은 이익을 얻지 못했다며 한국 정부를 국제중재재판소에 제소하였다.

한국 정부는 금융관료들의 원죄가 있기 때문에, 재판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는 론스타가 사모펀드이므로 애초 은행 인수 자격이 없고, 중재 신청 자격도 없음을 주장하지 않았다.

이번 론스타 중재판결의 본질은, 일개 투기자본이 한국 정부를 제소하여 사법 주권을 무력화시킨 것이다. 이는 한미FTA의 독소조항으로 시민사회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무리하게 투자자·국가중재(ISDS) 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2012년 론스타의 제소 이후 우리 정부를 상대로 제기된 ISDS 사건이 10건이고, 누적된 중재청구액만 13조 원이 넘는다.

한미FTA로 공공정책, 사법주권을 국제중재재판부에 넘겨주고, 규제산업인 은행을 팔아먹은 매국 행위는 철저한 재조사를 통해 반드시 단죄해야 한다.

한국은 신자유주의 광풍 속에서 경제주권을 포기하고 금융·자본시장, 서비스시장 등을 무차별적으로 개방하여 외국투자자들에게 은행, 주식시장, 기간산업 M&A 등을 허용하였고, 이는 IMF 양해각서와 한미FTA로 제도화되었다.

세계화와 개방을 약속한 국제협정들이 글로벌 호황기에는 국부를 늘려주는 주는 것 같은 착시현상을 보이지만, 장기 불황기가 되면 구조적인 리스크를 발생시킨다.

론스타만이 아니라 외국자본의 자판기로 변한 주식시장, 예대마진(예금과 대출 이자의 차액으로 남긴 이윤)으로 최대실적을 쓸어담는 외국계 시중은행 등 외국투자자들이 꼽아놓은 빨대로 경제침체와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최근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 ‘핵심 기술과 산업의 자국생산’ 등이 강화되면서 보호무역, 경제블록이 형성되고 세계화 시대가 마감되는 가운데 자립경제, 경제주권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한국경제의 예속성과 부패성의 상징인 론스타 사건을 올바로 규명하는 것은 경제주권을 세우는 핵심 공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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