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다

‘주차전쟁·입시전쟁·예매전쟁…’ 일상에서 전쟁이 너무 흔하게 쓰인 탓일까, ‘선제공격‧군사작전‧전쟁훈련…’ 같은 일촉즉발의 전쟁용어가 난무함에도 우리 사회의 전쟁 불감증은 여전하다.

6.25전쟁이 있기 직전 1년간 38선 일대에선 2,617건의 교전으로 2,583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평균 하루에 7번의 교전이라는 전쟁 ‘징조’에도 불구하고, 전면전을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2013년 유로마이단 사태로 우크라이나에 쿠데타 권력이 집권하자, 돈바스 지역 루간스크주와 도네츠크주는 투표를 통해 분리독립을 선언했다. 2014년 우크라이나 쿠데타 정부는 나토의 지원을 받아 루간스크공화국과 도네츠크공화국을 침공했다. 이 전쟁이 8년간 이어지며 1만4천여 명의 루간스크와 도네츠크 국민을 학살한 돈바스 전쟁이다. 그러나 돈바스 전쟁이 계속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국민 대부분은 2022년 러시아의 참전으로 전장이 수도 키예프로 확전할 줄 몰랐다.

대부분 전쟁은 이처럼 터지고 나서야 뒤늦게 그런 일들이 전쟁의 징후였음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그때 가서 후회해봐야 소용은 없다.

천둥이 잦으면 비가 오는 법이다. 우크라이나는 이미 전쟁터로 바뀌었고, 대만에도 먹구름이 짙게 끼었다. 선전포고 없이 전쟁이 가능한 한반도에선 전략무기가 배치되고, 실기동 전쟁연습을 재개하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제3차대전을 압력솥에 비유하며 이미 가열은 시작되었다고 분석한다.

전쟁은 승자도 패자도 없다

용산 대통령실 앞엔 세계에서 하나뿐인 ‘전쟁기념관’이 있다. 세상엔 전쟁박물관은 있어도 전쟁기념관을 짓는 나라는 없다. 정부 주도의 ‘6.25기념식’도 개최한다. 그러나, 종전일이면 몰라도 전쟁 발발일을 기념하는 예는 없다.

‘기념’이란 훌륭한 인물이나 특별한 일 등을 오래도록 잊지 않고 마음에 간직함을 의미한다. 그래서 독립‘기념일’, 결혼‘기념일’은 있어도 사망‘기념일’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전쟁 승리는 기념할 수도 있겠지만, 앞으로 일어날 전쟁이 핵전쟁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전쟁의 승패를 가리는 일은 이제 무의미해졌다.

특히 한반도와 주변은 미국, 중국, 러시아 그리고 북한(조선)까지 핵강국이 총결집해 있다. 만약 한반도에 전쟁이 재발하면 그것은 공멸이다.

그래서 전쟁을 둘러싸고 굳이 승자를 고르라면 그것은 어떤 식으로든 전쟁을 막은 쪽이다.

전쟁의 적은 전쟁 그 자체

전쟁이 발발하는 이유는 설마 하는 생각에 전쟁 징후를 조기에 제거하지 않기 때문이다.

개인 간에도 적대감을 가지고 계속 부딪히다 보면 싸움이 일어난다. 이 싸움이 국가 간의 군사대결로 확대하면 전쟁이 된다.

결국 국가 간 반복된 대결이 전쟁의 원인이라는 뜻이다.

전 세계에서 국가 간 첨예한 대결이 오랜 시간에 걸쳐 가장 자주 발생하는 곳이 한반도라는 사실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이는 신냉전기에 접어든 세계 질서에서 만약 전쟁이 발발한다면 한반도가 위험 1순위라는 것을 의미한다.

더구나 과거 전쟁의 쌍방인 북-미는 여전히 정전상태에 있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요컨대 우크라이나 전장을 통해 우리가 찾아야 할 교훈은 ‘지금 당장 전쟁 그 자체를 주적으로 설정하고, 반전 평화 운동에 한 사람같이 떨쳐 일어나야 한다’는 사실이다.

적대국을 상정한 전쟁 훈련, 대결을 부추기는 군비증강, ‘선제공격’ 따위의 적대적 언사, ‘북한 주적론, 전쟁 불사’와 같은 대결 조장 등이 모두 평화의 주적이다.

잦아진 미군과의 군사훈련, 국방비 2배 인상, 대북 군사협력 강조, 개헌을 통한 전쟁 준비 등 최근 기시다 일본 총리가 전쟁 관련 가장 위험한 인물로 떠오른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에 부화뇌동하고 있어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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