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부검 놓고 갈등, 곳곳에서 고성·신경전 ‘일촉즉발’
25일 오후 백남기농민 소천 직후부터 3시간 넘게 서울대병원을 에워싸고 격렬하게 시민과 대치하던 경찰병력이 저녁 7시경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진입로를 열며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3층 1호실 1분향실에는 미사가 진행되는 동시에 9시 현재 두시간여 빈소를 찾는 시민조문객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찰병력이 입구를 연 이유는 유가족과 백남기대책위(이하 대책위)가 ‘검시’를 허하는 조건으로 조문객이 장례식장에 들어올 수 있게끔 협상한 결과다. 유가족과 대책위는 “사인이 명백한 상황에 '부검'은 불필요할뿐더러 고인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며 부검에 반대하는 확고한 입장을 재차 밝혔다.
앞서 백농민이 소천한 뒤 검·경찰의 시신탈취를 우려한 시민들이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입구를 막아서자 내부 진입에 어려움을 겪던 합동검시팀이 저녁 6시반경 정의당 윤소하 의원 안내를 받아 안치실로 이동했다. 합동검시팀은 민변, 검찰, 과학수사대로 구성됐다. 이들은 2시간 가량 검시를 실시하고 8시반 서울대병원을 떠난 상태다. 한선범 한국진보연대 정책국장은 브리핑을 통해 “책임자 처벌 등 그 어떤 것도 해결된 것이 없기에 장례 일정은 무기한 정해진 것이 없다”는 유가족과 백남기대책위의 입장을 밝혔다.
조문을 마친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민주화 이후 국가폭력으로 국민이 희생된 후 사과조차 없는 정부는 박근혜 정부가 처음이다. 정부는 고인의 가시는 길에 예를 다하라,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심 대표는 이어 "무엇보다 가족의 뜻에 어긋나는 부검은 없어야 한다. 지난 청문회에서 상당한 진실이 밝혀졌음에도 아직 결과보고서 채택도 안 된 상태다. 명백한 국가폭력을 방조하는 것은 국회의 직무유기다. 특검을 비롯한 모든 조치를 통해 진상규명을 하고 폭력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한편 백남기농민의 장례가 진행 중인 서울대병원 안팎은 전쟁터를 방불케 할 만큼 긴장감이 넘쳐 흘렀다. 경찰은 서울대병원 출입문들을 봉쇄하고 직원증이나 서울의대 등의 학생증을 가진 사람이나 백남기농민 외에 다른 조문이나 병문안을 목적으로 온 사람만 선별적으로 출입시켰다. 그래서 방문하는 병원 호실을 묻거나 부의 문자를 받았는지 여부 등을 검사했다.
검문절차가 자꾸 더뎌지자 “병실에 있는 아이 상태가 좋지 않다. 내 아이가 죽으면 당신들 중 누가 책임 질거냐”며 경찰과 조문객들을 모두 원망하며 울부짖는 여성도 있었다. SNS에는 경찰의 검문을 받지 않고 병원 경내로 들어갈 수 있는 샛길을 안내하는 내용이 공유되기도 했다.
서울대병원 내 장례식장 주변도 험악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혹시 모를 경찰의 시신탈취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 장례식장 출입구마다 시민들이 연좌하고 있었다. 경찰은 추가적으로 시민들이 합류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장례식장 건물을 물샐틈없이 에워싸고 있었다. 이 때문에 곳곳에서 경찰과 조문객 사이에 고성과 신경전이 벌어졌다.
오후 6시20분쯤 경찰이 포위를 풀고 일반인 조문을 허락했지만 그 와중에 장판이나 촛불도 ‘불법시위용품’이라며 경찰이 반입을 막으려 해 수시로 충돌 일보직전의 상황이 벌어졌다. 근무복을 입은 경력이 빠지는 와중에도 사복경찰들은 모른 척 장례식장 주변에 남아 있어 조문객들이 쫓아내기도 했다.
일반인 조문객들이 3층 장례식장 건물 바깥까지 이어지는 긴 조문행렬을 이룬 가운데 장례식장 1층에서는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시민들은 장례식장 출입구를 두고 경찰과 대치하던 대열 그대로 촛불을 들고 집회를 이어갔다.
그러나 경찰의 침탈시도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여러 노동·진보 단체들이 지방에 있는 조합원이나 회원들까지 서울로 상경을 호소하는 연락을 취하고 있다. 장례가 몇 시간 만에 끝나는 것이 아닌 상황에서 교대로 장례식장을 지키려면 현재 인력으로 태부족이기 때문이다. 이들 단체는 인원이 현저히 비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자 시간대별 근무인원을 점검하고 추가적인 인원참여를 호소하느라 현재까지도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