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것 알면 나도 경제 전문가(1) 인플레이션

7월 2일 민주노총은 물가폭등에 대해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추경호 부총리가 ‘임금인상’ 자제를 권고한 것을 두고 ‘물가가 오르니 임금을 올려야 하는 것이지, 임금이 올라 물가가 오르냐’며 규탄했다.

실제로 물가는 5월 6%에 진입하는데, 내년 최저임금은 5% 올라 실제로 1%의 임금이 삭감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과연 현재 물가는 왜 오르는 것일까? 물가폭등의 진정한 원인에 대해 살펴본다.

물가가 오르는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유통화폐량, 수요정도, 공급상황 등이 영향을 준다.

먼저 돈이 너무 많이 풀리면 물가가 오른다.

물건은 똑같은데 돈이 2배가 풀리면 그만큼 화폐가치가 떨어져 물가가 오른다. 그래서 인플레이션을 제2의 세금이라고도 한다.

수요가 넘쳐도 물가가 오른다.

사람들이 소비를 늘리고 수요가 넘치면 당연히 물건값이 오른다. 이것을 수요견인 인플레이션(demand pull inflation, 디맨드 풀 인플레이션)이라고도 하는데 보통 경기회복기나, 호경기 때 나타나면 ‘착한 인플레이션’이라고도 한다.

공급가격이 오르면 물가가 폭등한다.

보통 비용상승 인플레이션(cost-push inflation, 코스트 푸시 인플레이션)이라고 하는데, 자본주의 경제학에서 ‘임금상승’이 비용상승 인플레이션의 주범이라고 하면서, 생산성을 초과하는 임금은 올리면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진행되는 물가폭등은 임금상승 보다는 주로 기름값이나 원자재, 곡물 가격 폭등에 기인한다. 때문에 물가폭등 그 자체보다는 뒤에서 작동하는 경제시스템, 구조적인 문제들을 잘 들여다 보아야 한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수출

전세계 물가인상의 주범은 사실 미국 달러이다.

미국의 최대 수출상품은 달러이다.

한국이나 중국 등 수출국가들이 미국에 수출하게되면, 미국은 윤전기를 돌려 달러를 발행하고 물건값을 지불하게 된다. 그러면 수출국가들은 달러를 자국 화폐로 환전하는 과정에서 화폐공급을 늘리게 된다.

또한 달러가 많이 풀리면 달러대비 수출국 화폐가치가 올라가 수출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을 우려하게 된다. 이에 따라 대미수출국들은 자국통화를 늘려 달러를 흡수하게 된다. 이렇게 하여 다른 나라의 물가가 올라가게 된다.

이것을 미국의 인플레이션 수출이라고 한다.

미국은 달러 공급량을 늘렸음에도 불구하고 2/3정도가 해외로 유통되기 때문에 미국내에서 물가는 오르지 않고 오히려 수출국가들의 물가가 오르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것은 달러를 세계화폐, 기축통화로 사용하는 한 계속 발생하는 현상이다.

다른 한편 지난 30년 동안 미국이 저물가를 유지했던 다른 요인이 있다.

그것은 중국 등 값싼 노동력에 기반한 저물가 상품을 대량으로 수입해왔기 때문이다. 즉 미국은 인플레이션은 수출하고, 디플레이션(저물가)은 수입하며 연명해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구조가 무너지고 있다.

미국이 2008년 금융공황 이후 달러를 너무 많이 공급했기 때문이다.

2008년 금융공황이 터지자 미국은 6년간의 양적완화를 통하여 4조 5천억 달러를 발행했다.

그리고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불과 3개월 만에 5조 달러를 발행했다.

2020년에 이르면 7조 달러에 달하는 양적완화가 이루어진다.

미국 뿐아니라 모든 나라에서 통화공급량을 급격히 늘렸다.

이렇게 달러를 비롯하여 통화가 어마어마하게 공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물가는 오르지 않았다.

풀린 돈들이 실물경제로 들어가지 않고 자산시장으로 들어가 자산버블을 형성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잠겨있던 과잉통화공급이라는 괴물이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

수요증가로 인한 물가인상

위드 코로나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억눌렸던 소비가 폭발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이미 2019년 수준으로 소비를 회복했다. 공연, 여행, 외식 등 분야에서 소비가 급격하게 회복되고 있다.

게다가 미국은 양적완화를 통해 통화공급량을 늘렸을 뿐만 아니라 재정정책을 통하여 헬리콥터 머니를 통해 가계주머니에 코로나 지원금을 대량으로 풀었다.

저축으로 잠겨있던 가계의 돈이 소비로 풀리기 시작했다.

미국 가계 잉여저축 총량은 5조 4천억 달러에 달했다.

소비가 회복되면서 화폐회전속도가 빨라지고 잠겨있던 돈들이 돌기 시작한다.

결국 화폐유통량이 늘어나 물가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공급망 붕괴·재편에 의한 인플레이션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적완화라는 괴물이나 코로나 이후 수요가 회복된 것이 현재 물가폭등의 주된 원인은 아니다. 때문에 미 연준은 작년 말에 인플레이션을 일시적 현상으로 보았다.

코로나 이후 소비회복에 따른 일시적 공급부족으로 나타난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공급망의 붕괴는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에 따른 시장동향을 반영한 것이 아니라 거대한 공급질서의 재편에 따른 심각한 구조적 현상이다.

이것이 현재 물가폭등의 원인이다. 때문에 인플레이션은 쉽게 잡히지 못할 것이고,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공급측 요인의 첫 번째는 코로나로 인한 공급망, 유통망의 붕괴이다.

코로나로 셧다운에 들어가게 되고 많은 산업시설과 유통체계가 무너져 내린 것이다.

이것이 소비회복의 빠른 속도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공급망 붕괴의 두 번째 요인은 바로 미국의 대중공급망 분리전략에 있다.

미국은 일극패권을 유지하기 위하여 대중국 고립전략을 채택했고, 국제공급망의 재편을 시도하고 있다.

자국내 제조업 생산기지를 늘리고, 국제적인 자유민주주의 가치동맹,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 워크(IPEF)창설 등을 연이어 추진하면서 국제공급망을 인위적으로 재편하려고 하고 있다.

그 동안 신자유주의 세계화 질서는 미국의 자본능력, 설계능력에 기반하고 독일, 일본 등의 고급소재, 부품, 장비와 한국 등의 중저가 부품, 소재 여기에 중국 등의 값싼 노동력에 기반한 최종 조립방식이라는 국제분업체계를 통하여 자본으로서는 가성비가 높은 생산공급망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미국은 이러한 국제분업체계를 블록경제로 재편하려고 하고 있다.

이같은 무리한 시도는 비용상승을 초래하게 되고, 결국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있다.

현재 중국의 대미수출이 줄어들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이 나타난다는 것은 그만큼 국제공급망 재편의 충격파가 크다는 것을 말해준다.

공급망 붕괴의 세 번째 요인은 친환경경제로의 조급한 재편이다.

원래 친환경경제전략은 명분에서는 지구를 구하자는 것이었지만, 내막은 미국과 유럽이 친환경기술과 산업의 경쟁력을 기반으로 새로운 이윤창출과 그레이트 리셋의 일환으로 4차산업혁명과 함께 추진해왔던 전략이다.

그런데 급격한 탄소중립경제로의 이행과정에서 친환경 원자재 수요가 급증하고, 친환경 규제강도를 높이면서 원자재의 급격한 상승을 초래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전기차는 막대한 알루미늄 수요, 밧데리는 니켈, 리튬, 코발트, 망간 등에 대한 수요, 태양광, 풍력발전은 엄청난 구리에 대한 수요로 이어져 비용상승을 초래하고 있다.

이로 인해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이라는 용어까지 만들어지고 화석연료에 대한 시설투자가 축소되면서 이제 화석에너지 가격마저 급상승하고 있다.

여기에다가 4차산업혁명에 요구되는 각종 희토류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전반적인 원자재 가격상승이 현재 인플레이션의 주요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최근 공급망 붕괴의 결정적 요인은 미국의 대러 제재에 있다.

미국과 나토 휘하의 추종국가들이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하면서 러시아의 천연가스, 석유, 곡물 수출을 차단하고 이로 인해 유가폭등, 곡물가 폭등 등으로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러시아와 중국은 세계경제의 중요한 원자재 수출국이다. 때문에 많은 나라들은 돈을 들고서도 원자재를 공급받지 못하는 심각한 상황에 처했다.

이로 인해 각종 원자재 가격의 폭등이 비용상승을 가져오고 결국 많은 나라의 생산자물가 뿐만 아니라 소비자물가까지 급격하게 끌어올리고 있다.

심각한 곡물가 폭등과 수급부족이 스리랑카 등 일부 국가에서 폭동사태를 야기하고, 공공요금인상으로 유럽의 광범위한 파업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한국만 해도 대러 제재의 후유증으로 러시아의 석탄 공급이 차단되어 시멘트 부족과 건설공사 중단이라는 어이없는 사태를 겪고 있다.

바이든의 자충수

종합적으로 놓고 볼 때 최근 인플레이션의 주범은 미국이다.

구체적으로는 미국의 신냉전전략이다.

미국은 일극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중국을 주적으로 삼고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한 블록경제를 구축하고 있고, 일차적으로 중국의 익측인 러시아를 붕괴약화시키기 위해 우크라이나를 배후 지원하고 전쟁을 장기화하면서, 나토를 동원하여 대러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신냉전전략은 오히려 자충수로 되어 미국과 유럽의 물가폭등을 초래하고 있다.

바이든은 이것을 은폐하기 위하여 현재 물가폭등의 주범이 푸틴이라고 지목하고, ‘푸틴 물가(Putin Price)’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냈지만, 미국 국민들은 여론조사에서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바이든에게 있다고 지목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바이든 물가(Biden Price)’라는 뜻이다.

인플레이션은 얼마나 오래갈까

물가를 잡기 위해 미국은 계속 금리를 올리고 있다.

인플레이션 심리로 고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자이언트 스텝이라는 0.75포인트 금리인상을 강행했고, 앞으로도 강도 높은 금리인상을 계획하고 있다.

수요를 약화시켜 물가를 잡아보자는 계산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두 가지의 심각한 문제가 있다.

하나는 현재 물가폭등의 원인이 통화공급 확대나 수요 측에 있다기 보다는 공급면에서 발생한 인플레이션이라는 점이다.

그 공급망 붕괴는 단순히 코로나 사태로 인한 일시적 마비가 아니라 미국의 신냉전 전략에 따라 진행되는 구조적 공급망 재편의 결과이다. 그것은 공급망 붕괴와 재편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지속적 성격을 띤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제 저물가 시대는 완전히 끝났다고 할 수 있다. 물가인상이 어느 정도인가에 있어서는 진폭이 있겠지만 이제 인류가 고물가 시대에 사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것이 미국이 추진하는 신냉전전략이 인류에게 주는 악의 선물이다.

다른 하나는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경기침체가 유발된다는 점이다.

때문에 미국내에서 제조업을 육성하고 자유시장경제를 블록화하여 대중대러시아를 포위하려는 신냉전전략은 오히려 차질을 빚게된다.

경기침체기에 새로운 투자가 벌어질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현재 바이든이 부족한 석유를 공급하기 위하여 셰일가스 업체들에게 투자를 촉구하고 있지만, 경기침체를 예상하는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곳곳에 나타난다.

골드만 삭스는 "물가를 내리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고, 경기침체까지 따라오는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에 이미 접어들었다"라고 진단했다.

달러약세와 하이퍼인플레이션의 가능성

1970년대 지구촌을 강타한 인플레이션은 오일쇼크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그 오일쇼크는 사실 미국 달러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1971년 미국 닉슨 대통령은 금태환 정지라는 폭탄 선언을 하였다.

2차대전 직후 전세계 금의 2/3를 보유하고 있던 미국은 금과 미국 달러가 연동된 금-달러본위제를 세계화폐로 채택하는 브레튼우즈체제를 주도했다.

그런데 미국 달러와 금을 바꾸어 주지 않는다고 선언함으로써 브레튼 우즈체제는 붕괴되었다.

곧바로 달러의 신용도가 떨어지고 급격한 달러약세가 나타났다. 여기에서 심각한 손해를 본 것은 산유국이었다.

약세에 빠진 달러로 석유대금을 받은 산유국은 다른 상품의 수입에서 엄청난 손해를 보게되었다.

산유국들은 석유값을 올려 이것을 메꾸려고 하였다.

이것이 오일쇼크 충격에 따른 70년대의 심각한 인플레이션이다.

이번 인플레이션은 미국의 신냉전전략에 따른 전반적 공급망의 붕괴재편의 결과이기는 하지만 달러시스템과 무관할 수가 없다.

작금의 인플레이션은 세계통화체계에서 심각한 변동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서 달러강세가 대세이다.

그런데 앞으로 달러강세가 계속 유지될지는 의문이다.

최근 러시아와 중국을 필두로 브릭스(BRICS)를 기반으로 새로운 기축통화체계를 창설하자는 논의가 구체화되고 있다.

그 아이디어의 핵심은 달러처럼 일국의 화폐를 세계화폐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나라들 사이의 화폐결제가 필요할 시 중앙은행간의 거래에 사용되는 새로운 세계화폐를 만들자는 것이며, 브릭스 같은 거대경제국가들이 이를 보장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달러패권이 무너지게 된다.

가뜩이나 '달러를 쓰기 싫지만 대안이 없기 때문에 달러를 쓴다'는 세계경제 질서에서 대안적인 세계화폐가 강력하게 등장하면 달러중심 세계금융질서에 급격한 지각변동을 초래하게 된다. 결국 달러는 강세에서 약세로 돌아서고 달러가치가 폭락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여기서 엄청나게 양적완화를 통해서 뿌려진 막대한 달러공급라는 괴물의 봉인이 풀리게 된다.

달러가치의 폭락사태가 발생하면 엄청나게 뿌려진 달러표시자산이 폭락하게 되고, 달러자산에 대한 급격한 매도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미국은 하이퍼 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 그것은 아메리카 제국의 붕괴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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