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3차 확대 회의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3차 확대 회의가 6월 21일부터 23일까지 3일간에 걸쳐 열렸다. 이번 회의는 정례적 성격을 띤 회의였음에도 불구하고, 러-우 충돌이라는 세계사적 격변기에 전 세계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러한 관심에 답하기라도 하는 듯 한반도의 군사전략 상황을 완전히 뒤바꾸어 놓을 매우 중대한 내용들이 다뤄졌다.

▲1953년 전승기념대회에 참석한 김일성 주석(왼쪽)과 지난 4월 열병식에 참석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오른쪽). 냉전과 신냉전 시기 북의 군사전략을 비교해 본다.
▲1953년 전승기념대회에 참석한 김일성 주석(왼쪽)과 지난 4월 열병식에 참석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오른쪽). 냉전과 신냉전 시기 북의 군사전략을 비교해 본다.

1. 신냉전과 핵전쟁

현 세계정세를 규정하는 핵심 용어는 ‘신냉전’이다.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신냉전체제는 구 냉전체제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특징을 갖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주목해야 할 점은 미국의 지위가 정반대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1947년 트루맨이 냉전정책을 추진할 때에는 미국이 세계의 금을 2/3나 차지하고 있었고,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자탄을 보유하고 있었다. 정치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그 어떤 나라도 미국에 대적할 수 없었다.

당시 미국은 세계의 제왕이었다. 스탈린조차 감히 미국에 맞서려 하기보다 타협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군사력에 있어서는 러시아에 한참 뒤떨어졌으며, 경제적으로는 중국의 추격에 숨을 헐떡이고 있다. 이를 가리켜 미 패권의 몰락기로 규정할 수 있다. 승승장구하던 세계의 제왕이었던 때 추진했던 냉전정책과 패권몰락기에 추진하고 있는 냉전정책이 같은 효과를 낼 수는 없다.

미국은 지금 전혀 승산 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 승산이 없는 싸움에서 반드시 이기려고 발버둥 치는 것, 이것이 미국의 신냉전정책의 본질이다.

이에 따라 신냉전은 구냉전보다 훨씬 위험하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쥐가 고양이에게 덤비는 형국이다. 미국은 자신의 패권만 유지할 수 있다면 그 어떤 악랄한 수단이나 비열한 행위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며, 이판사판식 모험적 전술에 매달릴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기존의 공식처럼 외우던 핵의 ‘공포의 균형론’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현실에 직면하게 된다.

냉전시기에 미국의 침략전쟁은 핵 강대국과는 평화공존론을 외치면서 정면 대결을 회피하고 주로 비핵국가들에 국한되었다. 미국은 당시에는 핵무장 국가와의 핵전쟁을 벌이지 않고서도 자국이 정치군사적, 경제적 이익을 관철해 나갈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핵 국가 상호 간의 전쟁은 없다’라는 ‘공식 아닌 공식’이 자리 잡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 미국의 처지가 너무 다급한 나머지 러시아, 중국, 조선 등 핵 강대국과의 정면 대결의 길로 나가고 있다. 러-우 전쟁은 겉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미국과 러시아의 전쟁이다. 드디어 미국이 핵 강국 러시아와의 전쟁을 선택한 것이다.

지금 세계는 핵 강국 사이의 전쟁, 제3차 세계대전의 문턱에 서 있다. 그리고 제3차 세계대전은 재래식 전쟁이 아닌 핵전쟁으로 비화할 수밖에 없다. 핵 무장 국가가 핵무기를 사용해보지도 않고 패배를 인정할 리 만무하다. 이제는 유효기간이 지나버린 ‘공포의 핵 균형론’의 함정에서 벗어나야 현 정세의 본질이 보인다. 핵전쟁의 위기는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2. ‘강대강, 정면승부’를 선택한 북

‘강대강, 선대선’의 대외전략을 제시하며, 미국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하던 북은 조선로동당 제8기 5차 중앙위원회 전원회의(6월 8일~11일)에서 ‘강대강, 정면승부의 투쟁원칙’을 천명하고, 전열을 새롭게 정비했다.

이 회의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오늘 우리 국가의 안전 환경은 매우 심각하며 주변 정세는 더욱 극단하게 격화될 수 있는 위험성을 띠고 있으며 이같은 정세는 우리로 하여금 국방력 강화를 위한 목표점령을 더욱 앞당길 것을 재촉하고 있다. 힘과 힘이 치열하게 격돌하는 현 세계에서 국가의 존엄과 국권 그리고 믿을 수 있는 진정한 평화는 그 어떤 적도 압승하는 강력한 자위력에 의하여 담보됩니다.”라고 새로운 방침을 제시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여기에서 우리는 두 가지 점을 알 수 있다. 첫째는 현 정세를 매우 위험한 정세로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러-우 전쟁, 미국의 대중국정책 등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의 대외전략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흉포해지면서, 한반도 정세가 매우 위험한 국면(전쟁국면?)으로 치달아 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둘째는 평화에 대한 관점이다. ‘진정한 평화는 그 어떤 적도 압승하는 강력한 자위력에 의해 담보된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국방발전전람회 연설에서 “우리의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지, 남조선이나 미국 특정한 그 어느 국가나 세력이 아닙니다”라고 천명했는데, 이는 ‘그 어떤 적도 압승할 수 있는 강력한 자위력’만이 전쟁을 방지하고 평화를 수호할 수 있다는 평화관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핵억지력에 대한 소극적 관점을 배격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핵보복타격능력만 갖추고 있으면 핵전쟁을 회피할 수 있다는 소극적 관점은 신냉전 정세에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핵 국가 상호 간의 전쟁은 없다’는 논법은 신냉전 정세에서는 낡은 문법에 불과하다. 핵전쟁의 현실적 가능성이 증대되고 있다는 점이 신냉전의 기본 성격이다.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단일목적’ 핵정책을 주요한 선거공약으로 내걸었었다. 이는 상대국의 핵 공격에만 핵무기로 대응한다는 정책이었다. 그런데 그가 당선된 후 이 정책을 전면 폐기하고, ‘극단적 상황’에서만 핵공격을 하겠다고 바꿈으로서 기존의 핵 선제타격론을 고수했다. 즉 재래식 전쟁에서도 극단적 상황에서는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핵무장국가 상호간의 대결의 격화는 전쟁으로 치달아가며, 전쟁은 필연코 핵전쟁으로 발전해 간다. 이것이 오늘의 신냉전의 성격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전쟁을 막고 평화를 수호하는 유일한 방도는 ‘강대강 정면승부’ 밖에 없다.

전쟁은 힘과 힘의 대결이자, 의지와 의지의 대결이다. 전쟁을 막으려면 힘과 힘의 대결에서 상대방을 압도해야 하며, 의지와 의지의 대결에서 상대방을 압도해야 한다.

전자는 물리적 무장 능력에 관한 것이라면, 후자는 전략 전술적 대응 태세에 관한 것이다.

강대강, 정면승부에서 승세를 장악하기 위해서는 핵무장력을 비상한 속도로 강화발전시켜야 한다.

이번 5차 중앙위에서는 이를 토론 확정했다.

기존의 계획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핵무장력을 강화하기 위한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강대강, 정면승부에서 승리하려면 전략전술적 대응태세를 더욱 더 확고하게 높여 나가야 한다.

전략전술적 대응 태세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북은 세 가지 조처를 취했다.

첫째는 4.25열병식 연설에서 밝힌 핵무기 정책에 관한 것이다.

김정은 총비서는 이날 “우리 핵무력의 기본사명은 전쟁을 억제함에 있지만 이 땅에서 우리가 결코 바라지 않는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에까지 우리의 핵이 전쟁 방지라는 하나의 사명에만 속박되어 있을 수는 없습니다. 어떤 세력이든 우리 국가의 근본 이익을 침탈하려든다면 우리 핵 무력은 의외의 자기의 둘째가는 사명을 결단코 결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라고 선언했다. 이는 바이든의 핵선제타격론에 대한 맞대응이었다.

둘째는 조직적 대응 태세의 정비이다. 북은 조선로동당 제8기 5차 전원회의에서 ‘조직문제’를 1번 안건으로 상정하고, 대미, 대남 라인과 군 일선 지휘관의 전열을 정비했다.

리선권 외무상이 당 통전부장으로 보직을 변경하고, 외무상으로는 대미업무를 전담했던 최선희 제1부상이 승진했다.

군 지휘체계는 리태섭 총참모장, 정경택 총정치국장, 박수일 사회안전상, 리창대 국가보위상으로 임명되었다.

이것은 새로운 전략방침을 관철해 나갈 수 있는 최상의 조직 태세를 갖추려는 의도로 보인다.

셋째는 중앙군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새로운 전략방침을 관철하기 위한 군사적 조처를 취했다.

3. 제3차 확대 회의의 주요 내용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8기 3차 전원회의는 일견 정례적 성격의 회의이다. 하지만 이번 회의는 단순한 정례적 회의라고 보기에는 한반도 군사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매우 중대한 의제들이 논의 결정되었다. 그 상세한 내용들은 모두 군사비밀에 속하는 것이라서 외부에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개략적인 흐름과 내용들은 충분히 유추해 볼 수 있다.

중앙군사위원회 회의에 관한 북의 보도에서 주목할 부분을 다음과 같다.

회의에서는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들의 지도밑에 조선인민군 전선부대들의 작전임무를 추가확정하고 작전수행능력을 높이기 위한 군사적대책과 관련한 심도있는 연구토의와 작전계획 수정사업이 진행되었으며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에 그 결과가 보고되었다.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연구 토의 결과와 중요문건 작성 정형을 청취하고 조선인민군 전선부대들의 작전 임무에 중요 군사행동 계획을 추가하기로 하였으며 당 중앙의 전략적 기도에 맞게 나라의 전쟁억제력을 가일층 확대 강화하기 위한 군사적 담보를 세우는 데서 나서는 중대 문제를 심의하고 승인하면서 이를 위한 군사조직편제 개편안을 비준하였다.

이 보도에 근거해 볼 때 이번 중앙군사위에서는 직전에 열린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결정된 ‘강대강, 정면승부’ 방침에 따라 4.25 열병식 연설에서 제기한 핵 무력의 두 번째 사명을 수행하기 위한 작전 임무를 토의 결정하고, 이에 따른 작전계획의 수정사업이 진행되었으며, 이를 보장할 수 있는 군사조직편제를 개편하기로 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 주목할 것은 로동신문 2022년 4월 17일자 보도이다. 이날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총비서가 신형 전술유도무기 시험발사에 참관했는데, 이 무기는 전선 장거리 포병부대의 화력 타격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키고, 전술핵 운용의 효과성과 화력임무의 다각화를 강화하는 데서 커다란 의의를 가진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점으로 볼 때 이번 중앙군사위원회에서는 전술핵 운용 부대를 새롭게 편성하기로 결정하고, 이에 따른 작전계획 수정사업이 토의 결정되었음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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