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순미선 20주기 촛불정신 계승 6.11 평화대회

신효순, 심미선 두 중학생이 미군 장갑차에 깔려 사망한 지 20년. 당시 유가족을 대리해 가해 미군을 고발했던 권정호 변호사는 “그때 미군을 고발했지만,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소파(SOFA)개정 아직 어느 것 하나 이뤄내지 못했다.”라며, 무거운 부채 의식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11일 서울시청 앞 도로에서 열린 ‘효순미선 20주기 촛불정신 계승 평화대회’에서 권 변호사는 “당시 촛불의 요구는 20년째 제자리걸음”이라면서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바꿔내고, 이 땅의 전쟁 기지화를 반대하여 한반도 평화를 실현하는 것이 효순미선 촛불의 정신을 완성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대회에는 전국에 흩어진 미군기지 주변 시민단체들에서 나와 기지 철거와 미군 범죄를 규탄했다.

▲(왼쪽부터) 온전한생태평화공원 조성을 위한 용산시민회의 김은희 공동대표,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 최희신 사무국장, 평택평화시민행동 김성기 상임공동대표,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김연태 공동대표, 부산항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 부산시 주민투표 추진위원회 김은진 공동대표, 사드철회성주대책위원회 박수규 대변인  
▲(왼쪽부터) 온전한생태평화공원 조성을 위한 용산시민회의 김은희 공동대표,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 최희신 사무국장, 평택평화시민행동 김성기 상임공동대표,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김연태 공동대표, 부산항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 부산시 주민투표 추진위원회 김은진 공동대표, 사드철회성주대책위원회 박수규 대변인  

김은희 대표는 “윤석열 정부가 맹독성 발암물질 다이옥신이 기준치의 35배가 검출된 이곳 용산미군기지를 개방하고 시민들을 초대한 이유는 미국이 부담할 5조 원에 달하는 환경오염 비용에 면죄부를 주려는 속셈”이라며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최희신 사무국장은 “30년 전 윤금이 씨를 잔인하게 살해한 미군이 주둔하던 이곳 동두천미군기지는 이미 기지가 반환됐다고 알려졌지만, 미군은 대중국 포위를 위해 반환 약속을 어기고 그대로 잔류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김성기 상임공동대표는 “미선효순을 깔아 죽인 미 2사단이 이전해 간 세계최대규모 미군기지가 바로 평택 험프리스”라며, “미군기지 인근을 국제평화신도시라고 명명해 놓고 매일 전투기와 군용헬리콥터가 날아다니는 전쟁훈련장으로 만들어 놨다”라며 미군기지 철거를 주장했다.

김연태 공동대표는 “1조 원을 들여 건설 중인 군산 새만금신공항은 실제 미 공군이 이용할 활주로”라면서, “이는 미국이 한반도를 대중국 군사 압박을 위한 전초기지화 하려는 포석”이라고 지적했다.

김은진 공동대표는 “부산항 미군 세균실험실 인근 주민들은 세균실험할려면 너네 나라 가서 하라고 분노한다”라며, “지역 주민들의 뜻을 모아 강력한 세균실험실 철거 투쟁을 전개하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박수규 대변인은 “성주 사드 기지로 가는 미군 통행로 확보를 위해 한국 경찰이 소성리 주민들을 짓밟는 부역행위를 한다”라며, “사드 뽑고 평화 심자”라고 구호를 외쳤다.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가 없다?

이날 대회에서 이장희 한국외대 명예교수는 “효순‧미선 사건은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가 없는 사건”이라면서, 한미 소파 독소조항 때문에 살인 범죄를 단죄하지 못했다고 성토했다.

이어 “당시 국민적 분노는 미국의 눈치만 보는 정부의 속수무책과 오만한 미군의 태도였다”면서, “민족 자주성 회복을 위한 평등한 한미관계 개선은 정부와 정치권에만 맡겨둘 수 없다는 뼈아픈 교훈을 얻었다”라며 윤석열 정부의 균형 잃은 편향된 대미외교를 비판했다.

이날 대회를 준비한 공동대표단은 ‘국민께 드리는 호소문’을 낭독하고, 대회 참가자들은 ‘이 땅은 미국의 전쟁기지가 아니다!’와 ‘불평등한 한미관계 재정립!’이라고 쓴 대형 현수막을 치켜올렸다.

사진: 백은지 현장기자
사진: 백은지 현장기자

 

 

국민께 드리는 호소문

경기도 양주 한적한 시골길에서 신효순, 심미선 두 중학생이 미군의 장갑차에 깔려 사망한 지 20년이 지났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우리 사회의 민주적 발전과 주권의 실현, 남북 화해협력과 평화를 위한 꾸준한 노력은 계속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오늘 이 땅에서는 여전히 대화와 협력보다는 군사력과 힘을 앞세운 정책이 계속되고 있으며, 전쟁기지가 끝없이 확장되고, 군사훈련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작전지휘권의 제대로 된 환수나 불평등한 한미SOFA의 개정 등 누적된 과제들 역시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은 자국의 패권 이익을 위해 지난 수십년 동안 이땅에 미군을 주둔시킨 것도 모자라 이제는 우리에게 이웃 나라인 중국을 정치 군사 경제적으로 압박하자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과거사와 영토 문제에서 갈등을 겪고 있는 일본과 군사협력도 강요하고 있습니다.

이웃나라들과 평화롭게 협력하는 것이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집권한 윤석열 정부는 미국의 대중국 압박에 적극 동참하는 한편 일본과의 조건 없는 관계개선을 추진하면서 주권과 평화의 실현보다 갈등과 대결을 격화시키는 길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주권과 평화가 더욱 훼손될 위기 앞에서, 우리 종교 시민사회는 국민들께 다음과 같이 호소합니다.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개선하고 배타적인 패권동맹 강화정책을 중단해야 합니다.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바꾸는 첫 걸음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있습니다. 전시작전통제권을 미국이 행사하는 한, 미국의 패권적 이익을 위해 우리의 인적, 물적 자원을 동원하는 동맹정책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현재 추진중인 ‘조건에 따른 전시작전권 환수’정책은 군사력 강화, 무기 증강만 가속시킬 뿐 군사주권 회복과는 거리가 먼 실패한 정책입니다. 전시작전통제권을 조건없이 즉각 환수하여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바로 잡아야 합니다.

지난 20년간 제대로 개선하지 못한 한미 SOFA를 전면 개정해야 합니다.

현재 한미 SOFA는 형사관할권도, 환경정화도, 보건 및 방역도 제대로 실현할 수 없는 함량 미달의 협정입니다.

주한미군 범죄의 수사 및 재판, 형집행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형사관할권이 완전히 보장되어야 합니다.

미군기지 공여 및 운용, 반환에 대한 합리적인 규정이 마련되어야 하며, 오염자의 환경 정화 비용 부담 원칙도 명확히 담아야 합니다.

통행, 통관, 검역 관련 특혜를 폐지하여 주한미군 및 무기. 물자의 입 출입을 규제하고, 보건, 방역 주권을 제대로 실현해야 하며, 미군 부대 내 한국인 노동자들의 노동인권도 보장되는 방향에서 한미 SOFA가 전면 개정되어야 합니다.

이 땅을 미군의 군사기지로 동원하는 기지 건설, 확장을 중단해야 합니다.

오롯이 미국의 대중국 압박 정책에 따라 제주 해군기지와 성주의 사드 기지가 건설되었습니다. 군산과 제주에서 추진되고 있는 신공항 확장과 건설, 부산과 진해, 평택 등 주한미군 기지 곳곳에서 설치, 운용되고 있는 세균실험실 역시 미군의 군사적 목적에 따른 전쟁 시설물입니다. 이 땅을 미군의 군사기지, 사실상의 전쟁기지로 내어주는 기지 및 시설 건설과 확장은 즉각 중단되어야 합니다.

역사를 바꾸는 것은 행동하는 시민, 민중의 힘입니다.

미국 중심의 패권 정책, 주권과 평화를 훼손하는 동맹 정책을 우리의 국익이라 호도하는 거짓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합니다.

이 땅을 미국의 군사기지로 동원하는 한미동맹, 주한미군에게 환경,보건,사법주권 조차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불평등한 한미관계는 전면 재조정되어야 마땅합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시민과 민중의 힘으로 불평등한 한미관계, 대결적인 동맹정책을 바꿔냅시다!

전국 곳곳에서 주권과 평화의 촛불을 피워 올립시다!

2022년 6월 11일

효순미선 20주기 촛불정신 계승 6.11평화대회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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