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 청문회 총정리

“넌 도대체 어느 나라 사람이니?”

영화 ‘국가부도의날’에서 배우 김혜수가 조우진(한덕수 역) 통상산업부 차관에게 던진 질문이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왜 IMF와의 협상 과정에 매국노 취급을 받았을까?

▲한덕수 국무총리 지명자가 지난 1997년 12월 29일 통상산업부 차관(왼쪽) 당시 서울 은행연합회 회의실에서 IMF 조사단과 회의에 앞서 대화하는 모습
▲한덕수 국무총리 지명자가 지난 1997년 12월 29일 통상산업부 차관(왼쪽) 당시 서울 은행연합회 회의실에서 IMF 조사단과 회의에 앞서 대화하는 모습

IMF와 한덕수

1997년 12월 IMF(국제투기금융)는 195억 달러를 빌려주는 대신 한국 정부에 6개 항의 양해각서를 요구했다.

IMF 양해각서의 후과는 처참했다.

금융 규제를 완화해 국민은행, 외환은행등 시중은행이 투기자본의 손에 넘어갔고, 정부에 긴축재정을 강요해 사회적 안전망이 붕괴되었다.

‘노동시장 유연화’라는 이름으로 전개된 정리해고는 현대차, 만도기계, 대우차 등으로 이어졌고 비정규직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특히 각서에 포함되지 않은 ‘11개 종합금융사 영업 정지 명령’을 한국정부에 요구함으로써 그들의 목표가 한국 금융시장 장악이라는 것을 숨기지 않았다.

IMF와 협상 당시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최공필(‘국가부도의날’ 김혜수 역)이 양해각서의 부당성에 항의했지만, 한덕수 당시 통산부 차관은 오히려 IMF의 편을 들어 양해각서를 그대로 수용해버렸다.

무엇보다 데이비드 립턴 미 재무부 차관을 불러들여 김대중 후보를 비롯한 지지율 3위까지의 대선 후보에게 이행각서 서명을 종용한 매국행위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한중 마늘파동’과 한덕수

2000년 발생한 ‘한중 마늘파동’은 한국 정부가 국내 농가 보호를 명분으로 중국산 마늘에 적용하는 관세율을 30%에서 315%로 올리는 세이프가드(자국상품보호) 조치를 취하자, 중국이 한국산 휴대전화와 폴리에틸렌 수입을 금지해 버린 무역분쟁이다.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이었던 한덕수 후보자가 이 모든 과정을 지휘했다.

‘마늘파동’은 1개월 후 큰 손해를 감당할 수 없었던 한국 정부가 마늘에 대한 관세율을 다시 이전 수준으로 돌리고, 이에 중국도 휴대폰 수입을 재개하면서 사태는 종료되었다.

문제는 과도한 관세율 인상이 중국의 보복으로 이어질 것이란 뻔한 결과를 예측하고도 세이프가드를 적용한 한덕수 본부장의 의도가 무엇이냐는 데 있다.

마늘 파동이 있었던 2000년 당시는 중국의 대외 무역이 급증해 미국을 뒤쫓던 시기이다.

더구나 중국의 세계 시장 진출에 위협을 느낀 미국은 중국의 WTO 가입을 허용하는 조건으로 일방적인 세이프가드 권리를 갖게된 직후였다.

이 때문에 한덕수 본부장이 미국의 첨병이 되어 중국에 세이프가드 조치를 취함으로써 증가하던 한국의 대중국 무역에 제동을 건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국익은 안중에도 없는 한덕수 후보자의 이런 행태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통상교섭본부장에서 쫓겨난다. 그러나 2001년 다시 대통령수석비서관으로 화려하게 복귀한 한덕수 후보자는 이듬해 12월 대선을 치른 후 돌연 자취를 감췄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인수와 한덕수

2003년 한덕수 후보자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이 되어 나타난다. 이때의 행적은 영화 ‘블랙머니’에서 배우 이경영의 열연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미국계 사모펀드(사적으로 모의한 자금) 론스타는 자산가치 70조 원에 달하던 외환은행을 1조3,800억 원이라는 헐값에 사들인다.

이때 론스타 법률 자문을 맡았던 ‘김앤장’이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로비활동을 벌여 외환은행의 재무건전성을 조작했다. 그 덕분에 론스타의 ‘헐값 매각’이 가능했다.

이런 사실은 2007년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 관련 공판에서 검찰이 제시한 론스타코리아 대표의 이메일을 통해 드러났다.

검찰이 공판에서 밝힌 내용은 아래와 같다.

김앤장은 2003년 론스타와 자문계약을 맺으며 수임료로 200만달러(약 24억원)를 받았다.

김앤장이 당시 론스타 쪽에 보낸 이메일에는 ‘한국 정부를 설득하기 위해선 200만 달러짜리 계약 이외에 별도의 계약이 필요하다’, ‘인수 승인이 떨어지면 성공 보수금으로 350만달러를 지급하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다른 이메일에는 ‘인수 배경엔 재경부가 있고 우리의 타깃은 그들’이라는 내용과 ‘로비’라는 단어도 있다.

제프리 존스 전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의장이 론스타와 김앤장을 오가면서 로비 창구 역할을 했다.

이처럼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매입’에 관여한 김앤장, 그리고 김앤장의 고문이었던 한덕수 후보자.

영화 ‘블랙머니’에서 배우 이하늬는 불법을 부추기는 이경영 김앤장 고문에게 “저는 법률 대리인이지, 범죄 대리인이 아니다”라고 항변한다. 그러나 외환은행은 론스타에 매각되고, 그들은 수십조 원의 차익을 남겼다.

광우병 쇠고기와 한덕수

미국과의 주요한 통상교섭이 있을 때면 늘 빠지지 않고 한덕수 후보자가 있다. 광우병 파동으로 유명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때도 그랬다.

2007년 한미FTA체결지원위원회 위원장이면서 국무총리였던 그는 ‘광우병 쇠고기’ 논란으로 협상이 지연되자,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차기(이명박) 정부에 부담 주지 말고 한미FTA를 임기 내에 체결하자”라고 강권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미 간 통상교섭 과정에 생긴 그의 일화는 또 있다. 그는 통상교섭본부장 시절인 1998년 한‧미 투자협정 협상 과정에서 수입차에 대한 한국 정부의 시장 개방 노력을 알리겠다며 관용차를 외제 차량으로 바꿨다. 장관급 관료가 수입차를 관용차로 선택한 건 그때가 처음이다.

스크린쿼터(연중 일정 기간 한국 영화를 의무적으로 상영하게 한 제도) 축소 논란 때도 통상교섭본부장이었던 그는 미국 측이 스크린쿼터제를 문제 삼자, 기자간담회에서 “영화업계 위기를 극복하려면 스크린쿼터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정경제부 장관으로 돌아온 2006년 그는 스크린쿼터를 146일에서 73일로 줄여 영화계의 반발을 샀다.

저축은행 사태와 한덕수

저축은행 사태는 2011년 삼화저축은행, 부산저축은행을 시작으로 부실 저축은행이 줄줄이 영업 정지된 사건이다.

당시 피해자의 수는 10만8,999명이었고, 이들이 보상받지 못한 피해 금액은 1조3,703억 원에 달한다.

저축은행 사태는 저축은행의 기업대출한도를 무제한으로 풀어 주는 것을 허용한 ‘저축은행법 시행령’ 때문에 발생했다.

바로 이 ‘저축은행법 시행령’을 2006년  재정경제부 장관이던 한덕수 후보자가 제정했다.

대출한도가 풀리자 저축은행은 주로 건설사들에 무리한 대출을 해주었다. 부동산 담보가 있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대선 과정에 논란이 된 ‘대장동 사건’도 실은 대장동  민간  개발 회사에  부산저축은행이  1,155억 원이라는 막대한 금액을 부실 대출한 데서 비롯되었다.

리먼 사태로 알려진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와 마찬가지로 ‘저축은행 사태’도 부동산 대출이 그 원인이었다.

한덕수 인사 청문회

오는 25일과 26일,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그가 청문회에서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들에 어떤 해명을 내놓을지 지켜볼 일이다.

그런데 청문회 시작도 전에 벌써부터 주미 대사를 지낸 2012년 이후 행각에서 그의 새로운 의혹이 제기됐다.

3년간 한국무역협회 회장으로 일하면서 총 19억5천여만 원의 급여와 4억여 원의 퇴직금을 지급 받은 사실이 드러난 것.

우리는 흔히 ‘본인이 속한 민족이나 국가의 주권 혹은 이권을 남의 나라에 팔아넘겨 그 대가로 일신의 영달을 얻으려 한 자’를 매국노(賣國奴, Quisling)라고 부른다.

한덕수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해 윤석열 정부의 국무총리가 된다면, 그 정부를 혹시 ‘매국노 정부로 부르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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