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사·기고로 관심 집중… 야권연대 차단 반사효과

▲ 국민의당애서 연정론이 확산되고 있다는 조선일보 25일자 기사[출처 : 조선일보 홈페이지]

조선일보가 연립정부론 띄우기에 한창이다.

처음 사설로 제안하더니 기사는 물론, 외고까지 이어가며 연일 부채질이다. 정치권의 ‘필드플레이어’가 무색할 정도다.

조선이 처음 연정론을 들고 나온 것은 지난 21일자 <유력 대선 주자 없이 무기력한 여(與), 정치판 흔들 수밖에 없나>란 제목의 사설. 여기서 조선은 야3당이 연대해 경제 법안 뒤집기, 개성공단 중단 철회, 이명박-박근혜 정부 청문회까지 열면 “나라 전체가 다음 대선 때까지 휘청거리게 될 것”이라며 “이런 혼돈은 새누리당이나 여권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 국가 차원 문제”라고 크게 우려하며 방지책으로 합당과 연정을 거론했다.

“1990년 노태우 정부는 3당 합당이라는 극한적 방식까지 써가며 여소야대 상황을 바꿨다”고 상기시키곤 “여당이 연정·합당 등을 통해 정치판을 통째로 흔들거나 모든 것을 내주겠다는 각오라도 하지 않으면 현재 국면을 풀어내기 어렵다는 점은 자명하다.(중략) 새누리당은 국가가 혼돈 국면으로 치닫는 것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막겠다는 결기를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 다음 조선은 국민의당 의원들의 입을 빌려 연정론 띄우기에 돌입했다. 25일자 <국민의黨서 연립정부론 확산… 대선주자 무너진 與 겨냥하나>란 제목의 기사에서 박지원, 주승용, 박주선 의원과 안철수 대표의 ‘최측근’으로 통하는 이태규 전략홍보본부장까지 불러내 연정론을 부각했다. 흥미로운 점은 국민의당 의원들이 말한 연정론의 상대가 다양한데도 유독 새누리당을 지목한 것. 정치권에 기대어 “대선 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이런 연대에 응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총선 참패로 대선 주자들이 사실상 사라진 새누리당을 향한 메시지”라는 해석도 내놨다.

이틀 뒤엔 이상돈 국민의당 전 공동선대위원장을 등장시켜 연정론을 확산시켰다. 27일자 <“朴대통령, 아직 현실인식 부족… 聯政 아니면 답 없다">란 인터뷰 기사에서 이 전 위원장은 "국난(國難)에 가까운 위기 극복을 위해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 정권에서 연정(聯政)을 제안해야 하며 2개의 야당도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위원장의 주장은 애초 조선의 ‘새누리+일부 야당’ 연정론과 다른, 박 대통령의 연립내각 구성 요구였음에도 어쨌든 조선은 ‘연정론’에 집중했다.

조선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8일자엔 외부 기고로 ‘연정론’ 몰이를 이어갔다. 의견면 ‘여론&정치’ 꼭지에 이영작 서경대 석좌교수는 <총선 패배? 영·호남 정권연합의 기회다>란 제목의 기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중도 국민의당과 정권 연합을 한다면 정부와 국회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며 “영남 정권과 호남 정당의 정권 연합은 정치적 지각 변동을 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연정론에 부정적인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26일 있은 편집·보도국장 오찬 간담회에서도 박 대통령은 연정론에 대한 질문을 받자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 완전히 생각이 다른 사람끼리 합해서…, 잘되기는 뭐가 잘되겠느냐”고 정색하며 거부감을 드러냈다. 뿐만 아니라 현재 새누리당은 친박이 다수다. 새누리당 안에서 연정론이 확산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애초 조선의 연립정부론은 4.13총선 결과에서 드러난 ‘정권심판’ 민심이 내년 대선에까지 이어질 경우 새누리당 단독의 보수정권 연장이 어렵다는 우려에서 비롯됐다. 조선이 연정론을 처음 제기한 21일자 사설에서 “여당이 연정·합당 등을 통해 정치판을 통째로 흔들거나 모든 것을 내주겠다는 각오라도 하지 않으면 현재 국면을 풀어내기 어렵다”고 밝힌 이유다.

하지만 단지 이런 이유뿐일까? 국민의당을 연정론 안으로 끌어들이면 사실 야권연대 약화라는 반사효과도 있다. 손우정 성공회대 연구교수는 “(조선은)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새누리당이 내년 대선에서 승산이 없다고 보는 것 같다”면서 “(연정론이)야권 통합이나 연대를 차단하는 효과도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국민의당이 연정을 받으면 받는 대로 좋고, (연정이)안 되더라도 새누리당과의 연정론 때문에 야권연대 목소리가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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