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자 샘의 혁신교육, 길을 찾다. 11] 학부모가 만드는 교육참여사업
획일적인 교육과정에서 탈피하고 새로운 교육을 지향하기 위해 시작된 혁신교육은 참교육 실천이다. ‘박미자 샘의 혁신교육, 길을 찾다’에서는 교육현장에서 진행되는 혁신교육의 다양한 모습을 통해 민주적인 배움의 길이 무엇인지 찾아본다. |
서울특별시 노원구는 혁신교육지구입니다.
서울혁신교육지구는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이 지원하고 지역구청과 지역교육지원청이 협력해서 학교와 마을을 우리 아이들이 살기 좋은 곳으로 재구성하는 일을 합니다. 서울에는 여러 혁신교육지구가 있으며, 그 사업도 다양합니다. 이번에는 마을과 학교가 신나서 들썩거리는 노원혁신지구를 찾아보았습니다.
교육이 제대로 진행되고 아이들이 즐겁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학교 뿐 아니라 지역사회주민들이 우리 아이들을 중심으로 교육적 활동을 통해서 협력하고 성장하는 생활 속의 교육이 필요합니다. 교육에 대한 고민과 협력이 학교뿐 아니라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이루어질 때, 우리 아이들이 제대로 돌봄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혁신교육지구인 노원구의 지역활동네트워크는 오랫동안 활동해온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지역 안에서 탄탄한 뿌리를 내리고 아동과 청소년을 돌보는 교육기능과 동시에 어른들의 평생학습기반을 형성하는 역할을 해오고 있습니다. 민간단체, 복지관, 학교, 공동사업이 서로 연계성을 가지고 있으며 오래된 협력의 역사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거기에 학부모들이 힘을 보태고 나서니, ‘만들고 놀고 즐기고’ 학부모가 학교에서 함께 만드는 보석 같은 하루가 축제처럼 진행되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학부모가 함께 학교에서 만드는 이 사업의 공식명칭은 ‘보석 같은 하루’입니다. 보석 같은 아이들에게 학부모들이 선물하는 ‘보석 같은 하루’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이 사업의 특징은 학부모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흥미로운 프로그램들을 직접 기획해서 한마당을 펼치고, 아이들은 다양하고 창의적인 활동을 통해 학부모와 함께 행복한 추억의 시간을 만드는 활동입니다.
언제나 새로운 사업을 진행할 때는 걱정이 앞서지만, 사업을 계획하는 단계에서는 사업을 지원하는 구청에서도, 학교에서도, 당사자인 학부모들도, 많은 걱정을 했다고 합니다. ‘과연 경험이 부족한 학부모가 주체가 되어 전교생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참여사업을 해낼 수 있을까?’에 대한 많은 우려의 시각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걱정을 많이 했던 점은 ‘아이들이 재미있어 할까?’ 하는 걱정이었다고 합니다.
막상 용기를 내고 지혜를 모아 진행해보니 아이들은 한명의 교사와 함께 진행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체험활동을 학부모들과 함께 즐기고, 여러 가지 재능을 가지고 있는 학부모들은 아이들과 함께 하는 활동을 통해서 색다른 교육경험과 자긍심을 함께 누리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학부모가 만드는 학교참여사업에는 노원구에서 총 13개 학교의 학부모추진단이 참여해 진행하고 있습니다.
7월 13일 온곡초에서 <음악과 함께하는 cool한 여름나기>를 시작으로, 상원초에서는 달빛축제 <한 여름밤 의 꿈>, 청원여고에서 학부모가 만드는 <꿈 들여다보기>, 중현초에서 <중현! 오~일장, 엄마 어릴 적에>, 수락고에서 <모두가 수락한 누가 누가 잘하나?>, 노일초에서 <우리 오늘 하루 신나게 놀자!> 등 6개 학교에서 음악축제, 야간축제, 진로체험, 전통놀이, 과학, 협동놀이 등 학교별로 각양각색의 특색 있는 주제로 학부모 약 800명이 진행했습니다.
학생들도 약 3100명이 참여했습니다. 앞으로 11월까지 7개 학교의 행사가 더 준비돼 있습니다. 놀라운 점은 그동안 학부모가 만드는 교육참여행사는 주로 초등학교나 유치원에서 이루어지는 사업으로 인식돼 왔었는데, 이번 노원구에서는 고등학교에서도 학부모들이 준비하고 많은 학생들이 즐겁게 참여하는 행사로 도약했다는 점입니다.
‘하루라도 아이들이 마음껏 행복하면 좋겠다.’ 보석 같은 아이들을 위해 평생 잊지 못할 ‘학교에서의 보석 같은 하루를 선물하자’는 학부모의 마음은 학생들에게 보석 같은 추억을 담는 하루가 됐을 것입니다.
이 하루의 행사를 위해서 학부모들은 수십 번의 모임과 회의, 설명회와 홍보활동, 시뮬레이션 등의 과정을 거치기도 했습니다. 단순한 봉사나 동원의 대상을 넘어서 이렇게 학부모가 프로그램들을 직접 기획하고 집행, 결산하는 등 ‘주체’가 되어 진행하는 참여 방식에 대해 지역의 많은 분들도 응원과 박수를 보내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방식의 사업이 처음이다 보니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기도 했고 교사와 학부모, 학부모와 학부모간 소통 과정에서 갈등을 겪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갈등의 과정들도 함께 살아갈 지역주민들에게는 하나의 과제이며 재산입니다. 갈등을 거치며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신뢰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함성을 지르며 즐겁게 배우는 모습은 모든 어른들에게 가장 큰 보람이고 감동입니다. 높고 푸른 가을하늘 아래에서 진행하게 될 나머지 학교들의 보석 같은 하루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사진과 사업소개 자료를 제공하여 글 작성에 도움을 주신 노원구의 이혜숙님께 감사드립니다.
박미자 샘은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지금은 잠시 쉬며 대학원에서 교육학을 공부하고 있다. (사)징검다리교육공동체 상임이사로 있으며 담쟁이 조합원이기도 하다. 저서로 ‘중학생, 기적을 부르는 나이’와 ‘중학생, 아빠가 필요한 나이’외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