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평가와 향후 과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0.8%P 차이로 거대 여당을 누르고 20대 대통령에 당선했다.

대선이 초박빙 승부로 치러지면서 진보정당들의 성적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민주당 패배의 원인(1)

이번 대선은 국민의힘의 승리라기보다 더불어민주당의 패배라는 표현이 정확하다.

민주당이 대선에서 패한 이유는 180석의 거대 여당으로써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촛불을 들어 박근혜를 탄핵하고 문재인 대통령을 청와대로 보냈지만, 집권 초기 야당에 발목이 잡혀 적폐청산과 개혁과제에 속도를 내지 못했다.

특히 최저임금 1만원,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등 기대를 모았던 주요 대선공약이 실행단계에서 좌절되고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재개, 남북 철도‧도로 연결 등 평화와 번영을 위한 시도가 분단 세력에 의해 무산돼 버렸다.

이에 촛불시민은 180석이라는 날카로운 칼을 여당에 쥐여줬지만, 체제 전환은 고사하고 썩은 무조차 베보지 못한 채 맥없이 주저앉아 버림으로써 적폐의 부활을 자초했다.

그래도 ‘윤석열이 대통령 되는 꼴’만은 볼 수 없었던 촛불시민이 마지막 온 힘을 다했지만 떠나간 민심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혹자는 심상정 후보의 2.37%P가 이재명 후보에 더해졌다면 민주당이 승리할 수도 있었다며 정의당을 비난하지만, 이는 180석을 가지고도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민주당의 무능을 가리려는 후안무치한 억지 주장에 불과하다.

이외에 선거 과정에 불거진 후보와 가족의 비리 공방, 성차별, 부동산 문제 등 득표에 영향을 준 많은 요소들이 있지만, 대부분 비본질적 요인들이다.

민심을 거역하면 그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다는 천리(天理)를 20대 대선은 냉혹하게 보여준다.

민주당 패배의 원인(2)

민주당이 대선에서 패배한 또 다른 이유는 선거를 득표활동으로만 보았기 때문이다.

선거공학적 계산으로 보면, 중간층의 마음을 얻어야 당선될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민주당은 과감한 개혁조치는 중간층이 싫어하니까 뒤로 미루고, 민중 진영의 요구가 아무리 정당해도 중간층 지지가 빠져나갈 수 있으니 애써 거리를 둬왔다.

문재인 정부 임기 중 민주노총 위원장 2명을 모두 구속하고, 방위비 분담금 인상, 지소미아, 사드 배치 강행 등 미국의 요구에 충실한 것도 중간층을 흡수하기 위한 일환으로 해석된다.

그 결과 진보 담론은 사라지고, 보수 적폐 세력의 서식처만 점점 늘어났다.

선거는 대중의 정치적 관심이 최정점에 이른 시기이다. 이 때문에 선거에서 사회 개혁을 추진할 동력과 의제를 마련해야 한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의 단일화 연대가 ‘무상의료 무상급식’을 쟁점화해 중간층에 진보담론을 형성한 것이 좋은 사례다.

민주당은 이번 대선에서 촛불시민이 왜 민주당에 권력을 줬는지 망각한 채, 이를 지키는 데만 급급하여 국민을 표로 보고 대상화하는 우를 범했다.

다시 확인한 100만 ‘찐진보’

정의당, 진보당, 노동당 등 진보정당의 득표수를 합치면 100만에 가깝다.

이번 선거에서도 ‘찐진보’ 100만의 존재는 확인된 셈이다.

물론 초박빙 승부로 인해 진보 확장엔 실패했지만, 어떤 판세 어떤 구도에서도 오로지 진보정당에만 투표하는 ‘찐진보’의 존재는 진보정치의 미래를 밝힐 든든한 ‘씨종자’임에 분명하다.

한편 기대를 모았던 김재연 진보당 후보는 당원 수에도 못 미치는 37,366표 (0.11%) 득표에 그쳤다.

진보당 당원이 자당의 대선후보를 두고 민주당 후보에 표를 던진 것은 촛불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지 않기 위해 제 살을 깎은(고육지책) 고통스러운 선택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시기 진보당 강화의 의미가 공감대를 얻기도 전에 '양당체제 타파'라는 구호에 묻혀 빛을 발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돌아보면 지난해 연말 ‘진보정당 후보단일화’를 성사하지 못한 아쉬움이 미련처럼 남는다.

6월 지방선거,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대선에서 패배한 민주당이 지방선거까지 패하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 진보 배제 기조부터 버리고, 노동자 민중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진보정당들은 대선의 아쉬움을 빨리 털어버리고, 100만 ‘찐진보’를 불러일으켜 투쟁을 통해 진보담론을 쟁점화해야 한다.

집권 세력이 결심하면 바로 해결할 수 있는 의제를 진보 담론이라고 하진 않는다. 진보 담론은 거대한 민중의 분노가 폭발해 체제를 전환했을 때 비로서 현실화 되는 그런 의제를 의미한다.

윤석열 정부에서 이런 진보 담론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으리라고 본다.

문제는 이렇게 발굴한 진보 담론을 대중이 스스로 직접정치 방식을 통해 구현하느냐 여부에 지방선거 승리의 열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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