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휴전협상이 28일(현지시각) 벨라루스에서 5시간 동안 열렸다. 자세한 내용은 전해지지 않은 가운데, 양측은 며칠 내로 다시 만나기로 했다.

러시아 대표단은 회담 합의를 기대할 만한 일부 지점들을 찾았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협상을 지속하기로 합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양국 대표단이 정전과 적대행위 종식을 논의하는 것을 우선 목표로 하는 첫 번째 협상을 했다”며, “2차 회담에서 구체적인 진전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가하고,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문제가 다시 불거지면서 휴전협상은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전쟁 발발 원인에 대해 ‘러시아의 구소련 부활 야망’으로 몰고가는 서방언론의 여론 공세가 협상을 더욱 어렵게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단순히 러-우크라 사이의 교전이 아닌 만큼 이 전쟁에 깊숙이 관여한 미국의 모략을 파악해야 정확한 원인 진단이 가능해진다.

▲(왼쪽부터)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왼쪽부터)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형제의 나라

2014년 유로마이단 사태 이전까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형제의 나라였다.

국경을 맞댄 두 나라의 뿌리는 고대 국가 ‘키예프루스’이다. 키예프는 지금 우크라이나 수도이고, 러시아는 ‘루스의 땅’이라는 뜻이다. 이름만으로도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임을 알 수 있다. 각국의 언어를 사용해도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을 만큼 거의 같은 말을 사용한다.

한 국가였던 구소련 시절, 공산당 서기장이었던 흐루쇼프와 뒤를 이은 브레즈네프도 우크라이나 출신이다. 이 때문에 소련 해체 후에도 우크라이나는 친러 성향이 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2004년 오렌지 혁명 이후 우크라이나 서부지역에서 세력을 확장한 친미 성향의 야당이 폭동을 일으켜 정권을 찬탈한 일명 ‘유로마이단’ 사태가 발생한다.

이후 러시아가 2014년 크림반도를 합병하자, 나토의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 서부의 과도정부는 동부와 통합해 EU 가입과 나토 동맹을 추진한다.

자연히 가운데 위치한 크림반도를 축으로 동서부의 교전이 끊이지 않았다. 이를 돈바스 전쟁이라고 부른다. 현재의 교전 상태도 돈바스 전쟁의 확장으로 볼 수 있다.

약속을 위반한 미국의 나토 동진

1991년 소련을 해체할 당시 미국은 나토가 동유럽으로 동진하지 않겠다고 러시아와 약속했다. 하지만, 1993년부터 구동독 지역에 나토군이 주둔했고, 1999년 헝가리, 폴란드, 체코 3국을, 2004년에는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발트 3국과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을 회원국으로 편입했다. 이후 알바니아, 크로아티아, 몬테네그로, 북마케도니아 등이 가입해 NATO 동맹국은 30개국으로 늘어났다.

나토의 동진은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러시아에 심각한 군사적 위협이다. 그런데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019년 2월 개헌을 통해 나토 동맹과 EU 회원국 가입을 국가 주요 목표로 설정하면서 러-우 갈등은 더욱 첨예해졌다.

미국의 신냉전, 러시아 악마화

미국식 신자유주의가 몰락 위기에 직면하자, 미국은 중국, 러시아, 북한(조선)을 비롯한 사회주의 국가를 악마화해 신냉전 체제를 구축한다는 전략을 수립한다.

홍콩 사태와 위구르 자치구의 인권 문제를 거론하며 중국을 악마화한 미국은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정부를 부추겨 친러 성향의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을 공격하므로써 러시아의 침공을 유도했다.

사실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편입되면 나토 미군의 미사일이 모스크바까지 도달하는 데는 5분이면 충분하기 때문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를 절대 허용하지 않으리란 것을 미국은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미국이 핵보유국인 러시아와 전쟁을 불사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갈등을 증폭시켜 친서방 언론을 이용해 러시아를 악마화하는데 목적이 있다.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정부는 이런 미국의 계략에 보기 좋게 놀아났다. 젤렌스키는 나토와 미군이 러시아의 공격을 막아 줄 것이라 확신했다. 그러나 러시아군이 수도 키예프까지 진군해 오는 동안 미국은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지켜만 보다가, 나토군의 참전 대신 겨우 러시아에 경제 제재만 가할 뿐이다.

휴전협상이 난항인 이유

교전 4일째, 우크라이나 전쟁이 협상 국면으로 흐르자, 미국과 EU는 오히려 전쟁에 기름을 부었다.

28일 EU 집행위원장이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지지와 나토 국가들의 무기 추가 지원 의사를 밝힌 것.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유는 서부지역을 장악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EU 회원국 가입과 나토 동맹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겨우 실마리가 풀려 가는 협상 국면에 미국과 EU가 대놓고 찬물을 끼얹은 모양새다.

EU 후보국이나 예비 후보국에도 오르지 못한 우크라이나를 갑자기 회원국에 가입시키겠다는 발표도 그렇고, 나토의 동진을 저지하겠다는 러시아를 향해 우크라이나군에 나토군 무기 지원을 약속한 것을 보면 젤렌스키 대통령에 휴전협상을 질질 끌면서 러시아를 더욱 악마화하라는 미국의 압력으로 해석된다.

우크라이나 동부를 이미 장악한 러시아군은 수도 키예프 10Km까지 진격해 왔다. 2차 휴전협상까지 미국이 무엇으로 젤렌스키 대통령을 꼬드길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세계 최강의 러시아군 무력 앞에 젤렌스키 정부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예전처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형제국으로 지낸다면 러시아군의 침공이 두려워 나토를 끌어들이는 강요된 선택은 더는 필요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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