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투쟁사업장-③] 한국산켄(연)노동자, 69명 해고와 외주화에 맞서 공장지키기 천막농성

어떤 언론에서도 다루지 않는, 그러나 가장 치열한 투쟁의 현장을 민플러스가 연재보도한다.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장기 투쟁사업장. 동양시멘트지부, 사회보장정보원분회, 세종호텔노동조합, 아사히비정규직지회, 콜트콜텍지회, 티브로드비정규직지부, 하이디스지회, 하이텍알씨디코리아분회, 한국지엠군산비정규직지회, KTX열차승무원지부, 한국산연. 한달간의 연재가 끝나기 전에 문제가 해결 돼 취재를 하지 않아도 되는 곳이 생겼으면 좋겠다.[편집자]

마산자유무역지대에는 일본 ‘산켄전기’가 세운 ‘한국산켄’(노동조합은 한국산연이라는 예전 이름을 그대로 사용)이 있다. LED조명을 생산·판매하는 이 공장에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했다. “그날의 불길이 노조파괴 공작의 신호탄일 줄이야…” 양성모 한국산연지회장은 깊은 탄식과 분노를 뿜어냈다.

▲ 한국산켄 입구에는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깃발이 날리고 있다.

의심스러운 화재

지난해 7월28일 공장에 불이 났을 때 노동자들은 모두 휴가 중이었다. 비상연락을 받고 달려왔을 때는 이미 화재 진압이 된 상태.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한 둘이 아니었다. 1층에서 누전으로 불이 났다는데 2층은 멀쩡하고 3층만 홀딱 불타버렸다. 1층은 생산이 중단된 LCD생산라인(CCFL)이고 3층은 식당과 노동조합사무실이다. 2층 LED생산라인에는 아무런 피해가 없었다. 이뿐이 아니었다. 휴가를 끝내고 8월3일 돌아와 보니, 인근 공장(KTT)을 임대해 정상근무가 이루어졌다. 마치 화재가 날 줄 알았다는 듯, 단 5일 만에 이루어진 신속한 대응이었다. 화재보험금으로 7억여 원을 받고도 건물보수는 하지 않고 있다” 양 지회장은 의구심을 감출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 화재가 난 3층 노동조합 사무실 [사진제공 한국산연지회]

일본 산켄전기, 한국노동자에게 부당노동행위를 시작하다

문제는 화재발생 후 회사의 태도 변화였다. 더운 여름에 에어컨을 꺼버리고, 작업대에 의자를 빼버려 근로조건을 악화 시켰다. 이어 “물량이 줄어 교대근무를 폐지한다. 적자폭이 400억으로 늘었다. 추석 상여금을 줄 수 없다. 남자휴게실을 노조사무실로 사용하라. 타임오프에 따라 노조 사무국장의 임금 지급을 중단한다”는 방침을 일방적으로 내려 보냈다. 각각은 모두 노사합의가 있어야 시행될 수 있는 사안이다. 일본 산켄전기는 이렇게 단협사항을 깨는 부당노동행위를 시작했다.

민주노총 파업결의대회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확대간부 13명을 징계하는 등 노조를 탄압하는 부당노동행위를 멈추지 않던 일본 산켄전기는 결국 대형 사고를 터트린다. 2월23일 △엄청난 적자로 인해 한국산켄은 도산 직전이다. △8월31일부로 모든 생산직 노동자는 정리해고한다. △9월30일부로 생산공장을 폐지하고 ‘외주화’ 한다는 공고문을 발표한 것이다.

이로써 금속노조 한국산연지회 69명의 조합원은 ‘해고통지’를 받은 것이다. 노조는 즉시 고용관련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그러나 사측은 4차에 걸친 교섭에서 ‘경영상의 어려움’에 대한 어떠한 자료도 제출하지 않았다. ‘대외비’란다.

급기야 5월12일 사측은 ‘강제 휴업’을 선언한다. 그 기간 4차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그리고 9월7일 14차 교섭을 마치자 공장정리를 위해 노조사무실을 빼라는 문자가 온다. 노조는 19일 현재 12일차 천막농성 중이다.

특혜로 돈을 번 일본자본이 한국노동자의 임금을 착취하는 외주화를 시도하고 있다.

한국산켄(연)은 74년 세금혜택과 공장부지, 각종 부대시설 완비라는 특혜를 받고 일본산켄전자가 설립했다.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고무, 섬유, 신발 등을 생산해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 2001년 LCD백라이트(CCFL)생산에 주력하면서 초호황을 맞는다. 2004년 일본 후쿠시마와 인도에 CCFL을 생산하는 대규모 공장을 설립한다. 그러나 LCD는 채 10년도 가지 않아 LED가 나오면서 사양산업이 된다.

한국 노동자의 임금 착취로 부를 축적한 일본 산켄전기는 사양산업에 투자해 경영이 악화됐다. 지금 그 책임을 한국 노동자에게 전가시키고 있다. 한국산켄(연)은 9월30일부로 생산부분을 폐지하고, 노동자는 해고하고, 업체는 외주를 줘 저임금의 비정규직을 고용한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노동조합까지 없애고 나면 저임금 노동자를 장기간, 저항 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한국산연 노동자들은 9월30일 정리해고냐 희망퇴직이냐를 강요당하고 있다. “(희망퇴직 위로금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았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하지만 돈보다 가치있는 정의가 있고, 한국 노동자로서 지켜야할 양심이 있다. 한국산연 노동조합과 끝까지 함께하는 동지들이 있기에 우리는 다시 일어나 현장으로 돌아간다. 반드시” 천막농성장에서 컵라면으로 점심을 때우던 한국산연지회 조합원의 결기는 의연히 넘쳐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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