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의길 연말 특집 (4) 무기수입과 한미동맹
고장나도 우리가 고치지 못하는 미국산 무기구입 세계 3위
연말 ‘자주의길’은 전쟁연습, 무기수입, 전작권 환수, 미군범죄, 방위비분담금, 경제예속 등에서 나타난 한미관계의 현주소를 진단한다. [편집자]
“평화는 튼튼한 안보 위에서 가능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22년 신년사에서 밝힌 내용이다. “역대 어느 정부보다 국방력을 튼튼히 하고, 종합 군사력 세계 6위, 방산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변신”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는 끊임없이 강한 안보를 통한 평화를 주장해 왔고, 그로 인해 국방예산 연평균 6.5% 증가, 미국산 무기구입 세계 3위, 군사력 6위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군사적 대결을 통한 평화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자는 남과 북의 약속은 어디로 간 것일까. 평화는 힘으로 지키는 것이 아니다.
손 쉽고, 통 큰 고객 한국
미국산 무기구입 순위를 살펴보자. 2009년부터 2018년까지 미국 무기 수입은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아랍에미리트에 이어 한국이 4위를 차지했고, 2016년부터 2020년까지는 사우디아라비아, 호주에 이어 한국이 3위를 차지하는 저력(?)을 보였다. 미국은 같은 기간 동안(2016년~2020년) 96개 국가에 첨단 무기를 수출하여 세계 무기 수출의 37%를 점유, 무기 시장에서의 단연코 세계 최고를 자랑하고 있다.
미국의 유일 패권 질서는 흔들리고 있다. 달러패권의 약화와 중국의 부상, 중남미의 핑크타이드 물결, 아프가니스탄에서의 20년간 전쟁 종결 등을 보면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 미국은 자국의 동맹을 동원하여 유일 패권 명맥을 이어가려고 한다. 미국은 전세계적 도전에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미국과 동맹국의 자원을 연계하여 운용하며 자국의 이익을 지키겠다는 패권을 부리고 있다.
이런 미국에 가장 고마운 손님은 바로 한국. 문재인 정부는 자주국방을 표방하면서도 미국에 충실한 동맹국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모른다. 더 많은 국방예산을 지출하고, 더 많은 미국 무기를 구입한 것이다.
한국의 주요 핵심 전력의 경우,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상호운용성을 이유로 미국산 무기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도입한 미국 록히드 마틴사의 스텔스 전투기 F-35A, 노스롭 그루먼사의 고고도 무인 정찰기 글로벌 호크, 보잉사의 대형공격헬기 AH-64E 아파치 가디언 등을 막대한 비용을 주고 구매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경항공모함의 경우, 탑재하는 수직이착륙기 기종으로 록히드 마틴사의 F-35B 도입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해상작전헬기 2차 사업 역시 록히드 마틴사의 MH-60R 시호크 도입을, 해군은 레이시온사의 이지스함 탑재 미사일인 SM-3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외 무기 수입 규모는 2016년 약 1조원에서 2018년 4조3000억원으로 4배 가까이 뛰었고, 그 결과 2020년 미국산 무기 수입은 세계3위에 이르렀다.
한국군의 무기 체계와 군사 전략은 이미 미국의 무기 체계와 군사 전략에 심각하게 종속되어 있다. 문재인 정부는 자주국방을 표방하면서 미국산 무기를 구입하는 굴종 외교를 선보이고 있다.
1조 들여 구입한 고물덩어리 ‘글로벌호크’
약 1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들여 도입한 공군의 고고도 무인정찰기(HUAS) 글로벌호크 4대가 '결함투성이'라는 오명을 안기도 했다.
군이 2019년 12월부터 2020년 9월까지 순차적으로 도입한 4대의 글로벌호크에서 기체당 평균 10건씩 결함이 발생했고, 구성품이 고장나도 원인조차 파악되지 않았다. 또한 글로벌호크는 결함이 잦아 비행실적도 저조했다. 2020년 9월 도입된 3호기는 전력화 이후 단 한 건의 비행실적 조차 없고, 같은 해 4월 도입한 4호기는 비행시간이 80시간에 그치는 등 미국산 무기 도입의 실체를 보여주는 단편적인 일례이다.
아프가니스탄 전쟁 20년, 승자는 미 군수업체
미국은 예로부터 록히드마틴, 보잉사 등 군산복합체의 나라라고 불리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아프가니스탄 전쟁 20년 후 최후의 승자는 미국 군수·군납업체다. 가장 많은 돈을 번 업체는 록히드 마틴, 보잉, 제너럴 다이내믹스, 레이시온 테크놀로지, 노스럽 그루먼 등 이른바 미국 5대 군수업체.
아프간 전쟁 20년 동안 수십만명의 목숨을 빼앗았지만, 그 목숨의 댓가로 군수업체는 돈을 챙긴 것이다. 이런 수입으로 나라가 운영되니 미국은 전세계 곳곳에서 분쟁과 전쟁을 일으키는 것이 아닌가. 대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의 움직임에 한미동맹이 깊숙이 관여되어 가고 있는 것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와 한미연합군사연습, 종전선언 등의 조건으로 미국산 무기를 구입했지만 이뤄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현금을 줬지만 돌아온 건 부도난 어음뿐인 격.
군사력 세계 6위, 미국산 무기구입 세계 3위가 될 동안 남북관계는 어떠했는가.
말로만 평화를 주장하고, 뒤에서는 칼을 갈고 있으니 남북관계가 진전할 리 없다. 미국산 첨단무기 반입과 한반도 평화는 절대 양립할 수 없다는 명백한 사실을 차기 정부라도 깨우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