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소비 2위 작물이지만 자급률 1%… 품종다양화, 가격경쟁력 확보 등 정책과제 많아

▲ 밀 생산주기 (사진출처: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

지난해 11월14일 민중총궐기에서 살인 물대포에 의해 300일 넘게 사경을 헤매는 백남기 선생은 죽어가는 우리밀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농민이다. 백남기 선생은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 광주·전남본부에서 활동하며 30년 간 밀농사를 지어왔다.

밀은 평균적으로 한국국민이 1인당 섭취하는 칼로리의 약 11%를 차지해 28% 가량인 쌀에 이어 두 번째로 비율이 높은 작물이다. 그러나 국내 밀 자급률은 약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 등은 “수확 전 제초제 살포(프리하베스트), 유전자조작밀의 가능성 등 먹을거리 안전성 문제도 있지만, 밀 생산은 2모작을 통한 논농업 소득보전 기여로 쌀 시장 완전개방시대 국내 농업의 지속가능성 확보에 중요한 기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현재 국내 밀 생산 현황과 자급률 향상을 위한 정책과제는 무엇인가?

해방 이후 원조 형식으로 밀가루가 국내에 들어오기 시작해 1960년대를 거치면서 수입밀이 시장을 완전히 장악했다. 몇몇 수입밀 업체들은 오늘날 굴지의 대기업으로 성장했지만 국내 밀생산은 붕괴됐고 정부는 1984년 결국 밀수매제도마저 폐지했다.

2007년 세계 곡물가 폭등으로 밀 자급률에 관한 문제가 제기되자 정부도 제2녹색혁명 주창 속에 우리밀살리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20년 가까운 우리밀살리기운동에도 불구하고, 0.2~0.5%에 머물던 밀 자급률이 오늘날 1%에 이른 것은 이 덕분이다. 정부의 관심만으로 1%에 도달했다. 우리밀 발전에 정책의 역할이 얼마나 큰지를 잘 보여주는 내용이다.

그렇지만 정책당국이 2015년까지 밀 자급률을 10%로 올리겠다는 목표는 실패했다. 우리밀에 대한 정확한 파악과 그에 맞는 정책이 함께하지 못한 탓이 크다. 이에 정부는 올해 다시 2020년까지 밀 자급률 5.1%로 올린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밀 생산자를 포함한 산업 관계자들은 국산밀 자급률을 끌어올리는 데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품질과 가격을 들고 있다. 그렇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 접근이 행해지지 못하고 있다.

송동흠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 사무총장은 “밀 품질 제고의 핵심은 품종이다. 현재 국내에서 재배되고 있는 품종이 3~5개에 그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자신의 손으로 품질을 결정짓는 개별 가게에서는 가능하지만, 양산체제에서 요구하는 품질을 맞추기는 쉽지 않다. 5.1% 자급은 이 같은 문제 해결 없이 도달하기는 쉽지 않다. 현재 국산에서 가장 많이 재배중인 종자인 백중밀에 대해 ‘2017년부터 백중밀은 받지 않겠다’고 현수막을 내거는 수매업체까지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다”고 설명했다.

밀은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되기보다 가공업자들이 주요 1차 소비자인데 애국심만으로 밀을 사라고 강요할 수 없다. 송 사무총장은 “밀산업이 시장 경쟁력을 가지려면 빵, 국수, 과자, 막걸리 등 각각의 특성에 맞춘 다양한 종자들이 개발돼야 하는데 국가차원의 투자가 빈약하다. 우리가 늘 관심을 두고 있는 일본, 그들은 현재의 밀 12% 대의 자급이 품종개발의 힘이라고 스스로 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격문제를 보면 우리밀은 현재 알곡 기준으로 수입밀 대비 3배 정도 가격이 높다. 송 사무총장은 “국산밀이 가격저항력을 가지려면 정부에서 종자비나 비료대 등 생산자재를 지원해 생산비를 낮추거나, 직접 지불금을 높여 싼 가격에 밀을 팔더라도 밀농가의 소득보전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법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송 사무총장은 “정부에서 뒤늦게나마 관심을 가져준 덕분에 밀 자급률이 1%는 넘어섰다고 얘기할 수도 있지만 이대로라면 더 이상의 자급률 향상은 어렵다. 정부 차원에서 단순히 ‘우리밀이 좋으니까 우리밀 먹자’고 홍보하는 수준을 넘어 근본적인 밀 산업 경쟁력 제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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