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의길 (6)

한미는 매년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을 통해 한미 동맹의 군사정책을 결정한다.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SCM이 12월 2일 서울에서 열린다. 문재인 정부가 진행해온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평화쇼’였는지, 아니면 진정으로 한반도 평화를 바랬는지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평화를 말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자주국방이라는 명분으로 무기 증강에 열을 올렸다. 또한 한미 동맹만을 중시하며 미국의 요구를 비판 없이 받아들였다. 이번 SCM에 국민적 우려가 가중되는 이유다.

1. 군사정보 공유

미국은 현재 연합 합동 전영역 지휘통제(CJDC2)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것은 미군의 육해공군이 서로의 정보 교환을 넘어 동맹국들과 군사정보를 주고받겠다는 것이다. 결국 CJDC2는 미국이 전 세계를 감시하는데 동맹국들을 이용하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동북아에서는 주로 한국과 일본을 활용한다. 각각의 조약으로 인해 한국-미국, 미국-일본 간 정보 교환은 이뤄졌으나 보다 원할한 정보 체계를 위해 한일간 지소미아 체결을 추진한 바 있다. 이런 관점에서 미국은 한일 협력을 더욱 강조하고 있으며 이번 SCM에서도 정보교류, 한일 협력과 관련된 논의가 오갈 것으로 보인다.

“양 장관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증진시키기 위해 정보공유, 한미일 안보회의(DTT)를 포함한 고위급 정책협의, 연합훈련, 인적교류활동 등 한미일 3자 안보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하였다.”

-2020년 제 52차 한미안보협의회(SCM) 전문 중

2. 전작권 환수 무기한 연기

전시작전권은 노무현 정부에서 2012년 환수하기로 하였으나 이명박 정부때 2015년 12월로 연기, 박근혜 정부에서 무기한 연기하였다. 노무현 정부 시절 전작권 환수에 대해서 2003년 SCM과 국방장관회담을 통해 몇 년간 논의했고, 2010년 SCM에서 2015년 12월로 연기, 2014년 SCM에서 사실상 무기한 연기를 확정 지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임기 내 조기 환수를 목표로 걸었으나 미국의 거부로 사실상 실패했다. 미국은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것을 이유로 들었으나 평가를 미국이 한다는 점에서 전작권을 한국에 환수하겠다는 의지가 없는 것이다.

“양 장관은 전시 작전권이 미래 연합사로 전환되기 전에 상호 합의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계획에 명시된 조건들이 충분히 충족되어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하였다.”

-2020년 제 52차 한미안보협의회(SCM) 전문 중

3. 미국 무기 구매 확대

한국이 미국 무기를 많이 수입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한국이 수입하는 무기 가운데 2019년 기준으로 55%가 미국산이다. 특히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약 7조3천억여 원의 미국산 무기를 수입했는데, 이는 미국산 무기를 구매한 국가 4위를 차지한 금액이다.

미국은 작년 SCM에서 전작권 전환에 매달리는 한국에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무기를 더 구매하라고 요구했다. F-35A나 피스아이 추가구매가 그냥 나온 계획이 아닌 것이다.

“에스퍼 장관은 보완능력의 제공을 공약하면서, 구체적 소요 능력 및 기간을 결정하는데 있어 우선적으로 한국의 획득계획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서 장관은 한측의 획득 계획에 대해 보다 더 활발히 논의해 나가기로 하였다.”

-2020년 제 52차 한미안보협의회(SCM) 전문 중

4. 유엔사 지위 문제

유엔사는 이름과는 달리 UN의 공식적인 조직이 아니다. UN의 의결에 따라 움직이지도 않고 예산도 받지 않는다. 미국의 예산으로 미군에 따라 운영되는 미군 사령부이다. 처음 만들어질 때도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 사령부였다.

판문점 선언과 평양 선언 등으로 남북 화해의 분위기가 고조되자 종전협정 및 평화협정에 대한 논의가 나오자 미국은 유엔사의 역할을 더욱 강화하기 시작했다. 주한미군사령부 참모장이 겸직하던 유엔사 참모장을 따로 임명하거나 유엔사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또한 2018년에는 한국 합참-유엔사-연합사간 관계 관련 약정(TOR-R)을 체결했는데 전작권 전환이나 종전협정 이후 유엔사 지위에 관한 내용이 담겼을 것이라 예상된다. 미국의 여러 행보로 볼 때 유엔사를 어떻게든 지키겠다는 의도로 보이나 국방부는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양 장관은 유엔사의 정전협정 준수와 집행 역할을 재확인하였다. 서 장관은 정전협정과 유엔안보리결의안에 의거 유엔사에 부여된 권한과 책임을 지지한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2020년 제 52차 한미안보협의회(SCM) 전문 중

5. 군사연습 및 훈련, 실사격 훈련장 개발

판문점 선언 이후 정부는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실기동 없는 시뮬레이션이라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2018년 135회, 2019년 209회, 2020년 194회 등 쪼개기로 실기동 훈련을 강화했으며 상반기, 하반기 대규모 연합지휘소훈련(CCPT)를 통해 종합 점검했다. 미국은 한미 연합훈련뿐만 아니라 중국을 겨냥한 다국적 훈련에 한국이 더 많이 참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최근 포항 수성사격장으로 아파치 헬기 등 미군의 실사격훈련이 몰리면서 주민들과의 마찰이 일어나고 있다. 이것은 미국이 안정적인 실사격 훈련장을 요구한데 따른 것이다.

“양 장관은 동맹의 대비태세를 강화하기 위해 한반도에서 연합연습 및 훈련의 지속 필요성을 재확인하였다.”

“양 장관은 연합합동다목적실사격장 개발과 관련하여 계속 협력하고 구체적인 일정을 설정해 나가기로 하였다.”

-2020년 제 52차 한미안보협의회(SCM) 전문 중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 박근혜로 이어온 미국 종속적 군사정책을 촛불의 힘으로 남북관계를 진전하는 방향으로 분위기를 바꿨다. 그러나 스스로 자주적 입장을 버리고 미국의 군사정책에 종속되면서 판문점선언과 9월평양공동선언의 소중한 성과마저 결실을 보지 못했다.

이번에 열릴 SCM은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협의이기도 하지만 다음 정부가 받아들여야 할 미국과의 첫 군사정책이다. 다음 정부에 넘겨줄 유산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토대냐 미국이 전가하는 군사적 부담이냐가 오는 12월 결정된다.

노동 존중 공약은 저버렸고 부동산 정책마저 실패한 문재인 정부가 마지막 남은 한미 군사정책에서라도 반전할 수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이 고 노무현 대통령 8주기 추모식에서 “성공한 대통령 돼 임무 다한 후 다시 찾아뵙겠다”던 다짐이 빈말이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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