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정전 협정 68주년이 되는 날, 남과 북은 끊어진 통신선을 복구했다. 청와대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수차례 친서를 교환한 사실도 발표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다시 남북의 시간이 시작됐다”며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정세를 분석하는 전문가들까지 친서 교환 이면에 담긴 특별한 약속, 이를테면 ‘남북 정상회담’이나 ‘개성 연락사무소 재건’같은 전망을 내놓기 바쁘다.

친서 이면엔 무엇이 있을까?

‘10.4선언’ 때가 떠오른다.

2007년 7월 26일 ‘6.15공동선언실천 민족공동위원회’는 8·15 민족통일대축전을 부산에서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북측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대회를 개최하기가 어렵다고 하여 남과 북이 만나는 민족통일대축전은 취소되고 말았다. 당시 남북관계는 북의 1차 핵실험 등으로 인해 매우 악화한 상태였고, 행사가 취소된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런데 북이 민족통일대축전 취소를 알린 직후인 8월 8일, 남북정상회담이 갑작스럽게 발표되었다.

정상 간 친서를 통해 어떤 대화를 했는지, 무엇을 약속했는지 공식 발표 전에는 알 길이 없다. 정상회담이나 연락사무소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을 수 있다.

이처럼 예고 없이 찾아온 갑작스런 정세 변화가 당황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특히 대화에 큰 관심이 없어 보이던 북한(조선)이 왜 통신선 연결에 동의했는지 몹시 궁금하다.

무엇이 중요한가?

남북이 통신선을 복구함으로써 대화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가 이루어졌다. 이것이 남북 관계가 발전할 절호의 기회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엔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점이다.

통신선 연결을 발표한 당일 주한미군 제7공군은 전북 군산 기지에서 F-16 전투기 신속 전개 훈련을 진행했고, 주일미군은 고고도 무인정찰기 RQ-4 '글로벌호크'를 휴전선 부근으로 보내 수도권 및 강원도 북부, 서해 상공을 수차례 왕복 비행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은 ‘통신선 연결’에도 불구하고 “한국 방위 지원에 대한 우리의 약속과 책임에 여전히 집중하고 있다.”라며 한미연합전쟁연습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오는 8월 실시되는 ‘한미연합지휘소훈련’에서 북을 선제타격하고 수뇌부를 무너뜨려 북을 장악한다는 작전계획 5015를 적용한 전쟁연습(WAR GAME)을 전개한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27일 “북에 대한 전반적인 접근에서 인권을 계속 우선시할 것”이라며 인권을 무기로 제재를 강화하겠다는 태도를 버리지 않았다. 또한 “북한(조선) 정권은 반대하더라도 북한(조선)인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북한(조선)에서 정권을 반대하는 주민을 조직하는 일명 ‘색깔혁명’을 시사했다.

무엇을 할 것인가?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는 대북 적대 정책의 폐기 없이 남북관계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남북 연락선 복구라는 절호의 기회를 평화와 번영의 시간으로 다시 돌리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미국은 결코 선의를 베풀 리 없다. 대선을 앞두고 미국 눈치를 봐야 하는 문재인 정부에 큰 기대를 걸 수도 없다.

대전환기, 정세 변화는 결국 민중의 힘에 달려있다.

당장 코 앞에 다가온 8월 한미연합 전쟁연습부터 중단시켜야 한다. 코로나19가 확산하고, 남북 통신선이 복구됐으니 군사훈련은 중단하지 않겠냐는 안일함으로 정세를 관망해선 안 된다. 민족 공조를 바라는 민중의 힘으로 전쟁연습을 막고, 대북 적대 정책을 폐기해 버려야 한다.

우리 할 일이 아닌 것에 과도한 관심을 가지고 확실하지 않은 가능성에 휘둘리는 것은 동요한다는 증거다.

흔들리지 말고 민중의 힘을 모으는데 집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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