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균위원장이 사퇴 의사를 철회한다는 서신을 민주노총에 전달해 왔다

‘지도부 공백의 장기화’를 우려해 사퇴의사를 밝혔던 한상균 위원장이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간절한 요구를 받아들이며 사퇴철회 서신을 변호사를 통해 보내왔다. '추상같은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내리친 죽비'를 올곧은 정신을 세우는 다짐으로 받으며 다시 한 번 단결투쟁의 고삐를 움켜잡겠다는 한 위원장의 서신 전문을 싣는다. [편집자]

▲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한상균위원장이 사퇴의사 철회 서신을 9월8일 작성해 민주노총에 전달해 왔다.

추상같은 명령 가슴에 새겼습니다.

중앙집행위 동지들과 전국의 조합원 동지들이 한 마음으로 내리친 죽비에

정신을 올곧게 세우고 다시 또 단결투쟁의 머리띠를 질끈 동여맵니다.

 

모르는가, 모르는가, 정녕 모르는가.

분노를 모아내고 강력한 투쟁을 조직해야 할 지도부 사퇴를

가장 반기는 사람이 박근혜 정권이라는 것을 정녕 모르는가.

죽비에 실린 조합원 동지들의 호통이었습니다.

 

머리숙여 사죄드립니다.

뜬 눈으로 첫 새벽을 맞은 지난 일주일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감옥의 높은 담장이 80만 조합원을 만나는데

걸림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노동자, 민중을 짓밟는 정권은 반드시 심판해서

다시는 권력을 찬탈하지 못하게 하라는 준엄한 역사의 명령을 완수하기 위해

중앙집행위원회와 조합원 동지들의 추상같은 명령을 받아

사퇴 의사를 철회합니다.

 

사퇴의사 표명으로 조직에 큰 혼란과 우려를 불러온 점에 대해

전 조합원 동지들에게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아울러 혼란을 딛고 하나로 뜻을 모아 신속하게 대책을 강구해주신

중앙집행위 동지들께 뜨거운 동지애를 보냅니다. 고맙습니다.

 

민주노총은 수많은 위기를 굳건한 단결로 헤쳐왔습니다.

공공부문 총파업은 목전이고 민중총궐기도 두달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2017년 대선국면, 빼앗겼던 노동자의 권리를 되찾고

노자, 노정관계를 바로잡아야 하는 결정적 계기를 만들기 위해서도

힘있게 조직하고 반드시 승리해야 할 투쟁입니다.

 

고립을 넘어 이천만 노동자와 한 편이 되기 위한

2017년 6월 최저임금 사회적 총파업도 전 조직적으로 조직합시다.

이러한 중차대한 투쟁을 민주노총의 명운을 걸고 차질없이 준비해 나갑시다.

 

사퇴표명의 이유는 투쟁과 혁신이었으며,

이를 이루지 못한 사죄이자 책임이었습니다.

다가오는 대선과 2020년 총선은 한국사회가 격동할 것이고

진보변혁운동도 비전을 제시하고 그 방향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미리 준비하는 것도 민주노총의 중요한 몫입니다.

 

지금은 뺄셈이 아니라 덧셈을 해야 할 때입니다.

가장 강력한 대중조직인 민주노총은 마음을 모아내야 하고

저는 가능하다 믿습니다.

 

중앙집행위원 모두가 위원장이자 이천만 노동자의 대표입니다.

직무대행을 중심으로 이천만 노동자를 책임져야 하는 

민주노총의 중요한 책무에 만전을 기해 주실 것을 

첫 새벽을 열면서 부탁드립니다.

 

2016.9.8.

서울 구치소에서 민주노총 위원장 한 상 균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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