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7일 뉴저지 리지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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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륵 교향악단과 리준무 단장
▲ 우륵 교향악단과 리준무 단장

7월 7일 뉴저지 리지필드에서 교향악단의 연주에 남과 북, 미국의 청중들이 합창하는 보기드문 장면이 펼쳐졌다. 우륵교향악단(단장 리준무)의 제123회 정기연주회에서 마지막 곡 ‘고향의 봄’이 연주되자 하나 둘 따라부르던 노래소리는 이내 모두가 함께 부르는 감동적인 순간으로 이어졌다.

▲ 김성 주유엔 북 대사
▲ 김성 주유엔 북 대사

이날 연주회엔 김 성 유엔대사 부부 등 북측 인사들을 비롯, 재미동포전국연합회 윤길상 고문, 김현환 회장, 6.15뉴욕위원회 김수복 대표위원장 등 재미동포들과 미국 청중이 함께 자리했다. 북측 관계자들이 코로나19이후에 공개된 자리에 나온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리준무 단장이 창립한 우륵교향악단은 한국과 미국 등 재능있는 다국적 아티스트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로 지난 1981년 창설, 40년의 긴 역사를 갖고 있다. 특히 남과 북의 화합과 통일을 염원하는 동포들이 깊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북녘의 명곡도 꾸준히 소개하고 있다.

이날 연주회는 코로나19를 고려해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 등 실내악 연주자로만 구성했고 청중수도 제한한 가운데 열렸지만 어떤 연주회보다도 큰 울림을 주었다.

뉴욕의 유명 바이올리니스트 강지선, 정클잎씨가 초청연주자로 나와 바흐의 1번 바이올린협주곡과 2번 바이올린협주곡을 세계 정상급의 연주실력으로 소화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또한 재일동포출신으로 평양음악대학에서 민족악기를 익힌 김희련씨가 소해금으로 ‘노들강변’을 현란하게 연주하며 서양악기와 멋진 하모니를 이뤄 환호를 자아냈다.

1960년대 북녘의 민족악기 개량사업으로 탄생한 소해금은 현대목관악기의 기교와 전통악기의 ‘롱현’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 재일동포 출신 김희련씨는 평양음악대학에서 민족악기를 익히고 뉴욕 매네스음대와 보스턴대에서 박사를 받았다.

연주회에선 미국곡 ‘America Beautiful’은 물론, 민족음악과 북녘의 유명 곡들이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특히 1부 첫 곡인 ‘사향가’(思鄕歌)는 일제시대 때 독립운동가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불린 곡으로 타향살이를 할 때 고향의 어머니를 추억하며 광복된 조국을 꿈꾸는 내용으로 돼 있다. 2부 첫 곡인 ‘준마처녀’는 북에서 현송월이 노래해 크게 히트한 노래이기도 하다.

가장 감동을 자아낸 시간은 역시 ‘고향의 봄’을 연주했을 때였다. 1920년대 이원수의 글에 홍난파가 곡을 붙인 ‘고향의 봄’을 미국 연주자들의 선율에 남과 북 동포들이 하나가 되어 촉촉한 눈길로 부르는 모습은 작은 통일 그 자체였다.

끊이지 않는 앵콜 요청에 리준무 단장과 연주자들은 고향의 봄을 한번 더 연주하는 것으로 앵콜을 대신했다. 리준무 단장은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와주신 청중분들께 감사드린다. 연주회를 통해 여러분들을 보니 정말 힘이 난다. 올 가을엔 우륵교향악단 전원이 참여하는 음악회로 찾아뵙겠다”고 환한 표정을 지었다.

미국은 물론, 남과북을 오가며 뜨거운 호응을 받은 우륵교향악단은 2001년엔 북측 음악인 5명을 미국에 초청해 뉴욕과 시카고, LA, 휴스턴, 워싱턴 등을 순회하는 공연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김현환 재미동포전국연합회장은 “오늘 프로그램에 있는 ‘준마처녀’처럼 코로나의 공포를 깨고 푸른 하늘을 훨훨 날아보고 싶다. 우륵교향악단의 공연이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는 남북동포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수복 6.15뉴욕위원회 대표위원장은 “연주회 내내 가슴이 벅찼다. 다국적 연주자들이 클래식은 물론, 우리 음악들을 너무나 훌륭하게 연주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우리 모두의 가슴을 하나로 잇는 시간이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김수복 위원장은 “연주회를 마치고 이어진 만찬에서 김 성 대사가 ‘음악회를 통해 다시 만나게 되어 정말 기쁘다’, ‘조선은 가장 강력한 방법으로 코로나를 봉쇄하고 있고 국가건설도 잘 해 나가고 있다’는 내용과 함께 로동당 8차대회 3차전원회의 등의 중요점을 소개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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