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격변기, 한반도의 선택은 (1)

“조선은 누구 편이냐?”라는 물음에 “(중국) 명나라 편입니다”라는 답변만으로 평온해질 수 없는 상태를 격변기라 부른다. 광해군과 인조반정이 일어난 ‘명청교체기’, 구한말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의 만주진출 시기가 대표적인 격변기다. 우리 근대사는 두 번의 격변기에 모두 국운이 몰락하고 말았다. 120년 만에 다시 찾아온 격변기, 역사의 교훈을 고스란히 간직한 우리는 지금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편집자]

(1) 격변기를 알리는 3가지 징후
(2) 북, 반미 전민항쟁 준비에 박차
(3) 적대관계로 돌아선 남과 북
(4) 격변기, 한반도의 선택은?

1. 세계 패권질서의 대전환

1990년대 소련과 동구 사회주의 몰락 이후 지난 30년 간 유지해 온 미국의 유일패권이 흔들리면서 새로운 세계질서가 구축되는 격변기에 접어들었다.

격변기를 추동하는 동력은 중국의 부상, 북의 핵무력완성, 신자유주의세계화의 파산과 민중적 저항의 확산으로 요약된다.

먼저, 중·미 패권각축은 이전까지는 미국의 견제정책과 중국의 장기전전략으로 요약할 수 있었다. 미국은 중동에 힘을 집중하고 있었고 중국은 미국과의 정면대결을 회피했다. 그러나 이제 미국의 대중국포위전략이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매우 공격적인 양상을 띠면서 중국도 ‘맞대응전술’이 불가피해졌다.

다음으로, 북미대결은 90년대 이후 부침을 거듭하던 ‘비핵화 대 보상’이라는 협상이 완전히 끝나고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함을 말한다. 북은 ‘강대강 선대선’원칙을 표방하면서 핵무력 고도화와 경제강국 건설로 미국을 제압하는 반미전민항쟁 준비에 박차를 가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강압적이고 공격적인 대북압살정책을 강화할 것이다.

트럼프 정권과 바이든 정권의 공통점은 둘 다 미국이 위기에 직면했다는 것이며, 차이는 트럼프 정권이 ‘미국우선주의’를 앞세워 자원과 힘을 미국의 군사적, 경제적 능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했다면, 바이든 정권은 ‘동맹의 복원’을 통해 ‘미국중심의 대중국포위동맹 구축’이 핵심이라는 데 있다.

트럼프가 분쟁에 대한 개입의 최소화를 꾀했다면 바이든 정권은 매우 공격적으로 분쟁을 조장하고 개입하며 ‘미국이냐 중국이냐의 선택’을 강요한다.

2.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

동북아 정세도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미국이 주도하는 한미일동맹과 북·중·러반제연합전선 사이 본격적인 진영대결이 전면화했다. 이를 ‘신냉전시대의 도래’로 보는 것은 정세의 본질을 간과한 것이다.

전후 냉전질서가 힘의 균형에 의한 대치국면이었다면 지금은 미국의 쇠락으로 힘의 균형이 깨지는 격변기다. 또한, 과거 냉전시기 반공이데올로기는 힘을 잃고, 경제적 이해관계가 질서재편의 핵심동인으로 작용한다.

이미 서방의 친미 국가조차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깊숙이 발을 들여놓은 조건에서 바이든의 ‘인권’을 무기로 가치동맹이 힘을 받을 리 없다. 특히 코로나와 대선으로 ‘미국식 민주주의의’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가치동맹’은 이데올로기로서 한계가 더욱 뚜렷해졌다.

3.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몰락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심각한 저항과 파산 위기에 부딪혔다. 오늘날 극단적인 빈부격차는 임계치에 달했다. 개별나라에서의 빈부격차는 물론 이른바 중심국과 주변국사이의 빈부격차는 극에 달했다. 특히 코로나 펜더믹으로 빈부격차는 자본주의 체제 자체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확대했다.

전 세계 3억 7천만 명의 어린이들이 급식중단으로 기아선상에 허덕이고 있다.(세계식량기구발표) 반면 미국 억만장자들의 재산은 2020년 3월 이후 1조 1천억 달러(약 1천3백조 원) 이상 증가했다. 이는 지난 11개월 동안의 국가 비상사태 동안 거의 50% 증가한 것이다.(미연방준비이사회 발표)

미국상위 50명의 재산(약 2조 달러)은 하위 50%(약 1억 7천만 명)의 재산을 합친 것보다 많고, 상위 1%의 재산이 하위 50%의 재산보다 10배가 더 많다. 미국 성인 25%가 실업수당과 무료급식으로 연명하고 있고 돈이 없어 치료를 포기한다.

미국 자본가들 입에서 이대로 가면 월가를 점령하라는 운동과는 비교할 수 없는 ‘민중봉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온다.

주목할 것은 2008년 금융위기와는 비교할 수 없는 거대한 자산버블 붕괴가 예견된다는 점이다.

코로나 펜데믹에 빈부격차가 커진 이유는 경기부양을 위해 투입되는 자금이 주식시장을 인위적으로 부양하여 실물경제는 후퇴하는데 주가는 뛰고 금융자본가들의 배만 불리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미국 부자들의 코로나 이후 핵심 수익원은 주식이었다. 상위 1%가 벌어들인 주식 소득만 2조3811억 달러로 대한민국 1년 예산의 6배에 달한다.

현재 세계적으로 실물자산 대비 금융자산의 비율은 약 400%에 이른다. 노름판에 있는 사람들의 재산을 다 합치면 일억원인데 판돈은 4억 원인 셈이다. 특히 금융자본은 경기가 어려울수록 실물투자를 꺼린다. 결국 일자리와 생산에는 투자하지 않고, 돈놀이에만 몰입하다가 인플레이션을 자초할 수 있다.

이러한 금융버블이 부동산버블과 연동되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을 2008년 금융위기가 보여준 바 있다. 그리고 세계화된 금융시스템을 한순간에 마비시키는 파괴력을 통해 전 세계 민중의 삶이 언제 어떻게 파괴될지 모른다.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