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제재-인권의 삼각관계로 본 바이든 대북정책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최근 검토를 마친 미국의 대북정책은 외교가 중심이라고 4일 영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이와 맞물려 백악관은 오바마 시절 로버트 킹을 마지막으로 공석이던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임명을 예고했다.
이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제재 명분을 다시 인권문제에서 찾으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달 미일 정상회담에서 스가 일본총리가 철지난 ‘일본인 납치’ 문제를 들고 나온 것도 같은 취지로 읽힌다.
미국이 인권문제를 대북제재 수단으로 처음 활용한 것은 북한(조선)이 3차 핵실험을 통해 원자탄의 소형화, 경량화에 성공한 이듬해 일이다.
2014년 2월 케리 미 국무장관이 돌연 북한(조선)을 ‘사악한 곳’으로 규정한 데 이어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고위 관리들이 일제히 인권 문제를 시급한 해결 과제로 제시하면서, 북한(조선) 인권문제가 급부상했다.
2016년엔 ‘대북제재강화법’을 제정해 ‘인권침해행위’를 제재 대상 지정 사유로까지 적시했다.
당시 오바마 행정부로선 이미 핵실험에 성공한 북한(조선)에 대해 핵개발을 이유로 제재를 가할 명분이 없었고, 부득불 인권문제를 끌어들이지 않으면 안 되는 처지였다.
이렇듯 오바마 시절 ‘전략적 인내’란 미명하에 ‘인권’을 대북제재의 무기로 사용한 것처럼 바이든 행정부도 인권문제를 악용할 것으로 보인다.
돌이켜 보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제재 명분은 핵개발이 아니라 미사일이었다. 하지만 북한(조선)은 ‘화성-15형’ 발사로 이미 미 본토에 도달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핵무력을 완성해 버렸다. 바이든 행정부로선 대북제재를 이어가기 위한 다른 구실을 찾아야 했다.
취임 초기부터 중국을 비롯한 적대국들의 인권문제를 강조하던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미 의회 연설에서 “외교와 단호한 억지를 통해 북한(조선)의 위협에 대처할 것”이라고 말해 북한(조선) 인권문제 제기를 암시했다. 이어 미 국무부는 북한(조선)의 인권 상황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이고 전체주의적 국가 중 하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1일(현지시각)엔 미 국무부 대변인이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조선)의 지독한 인권 기록과 폐쇄된 국가(북한) 내 인권 존중을 촉진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정책 수립완료를 선언하면서, ‘오바마와 트럼프가 실패한 정책을 답습하지 않고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무리 새롭게 포장해도 대북제재는 실패한 길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