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국제정세 총괄과 2021년 전망 (1)

▲ 작년 12월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행인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파를 막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거리를 걷고 있다. [사진 : 뉴시스]
▲ 작년 12월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행인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파를 막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거리를 걷고 있다. [사진 : 뉴시스]

1. 2020 대전환의 분기점

인류 역사에 영원히 기억될 2020년이 지났다. 전대미문의 코로나19 대유행이 인류의 일상를 바꾸고, 불안과 공포를 만연시켜 미래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언텍트, 뉴노멀 등 다시는 과거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협박이 공공연히 통용되고, 살기 위해서는 집단과 격리되라는 해괴한 구호가 난무하면서 마치도 전염병이 세상을 바꾸는 것 같은 착시가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현상이요 본질이 아니다. 코로나19가 세계적 변화를 낳는 것이 아니라 봉쇄와 격리라는 대응조치가 기존 질서의 거대한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 국경 장벽이 높아지고, 이동제한과 격리조치 강화(Lockdown)는 세계적인 무역질서, 경제 질서의 일대 전환을 낳고 있다. 이 결과 세계적으로 실업이 만연하고 중간층이 무너져 가난과 기아의 공포가 날로 더해지고 있다. 급기야 지난 11월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은 2021년 “올해보다 더욱 심한 최악의 식량위기”가 닥쳐올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문제는 왜 이런 변화가 일어나고, 이 변화가 어떤 방향으로, 어떤 성격과 형태로 귀결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변화의 근본 원인은 미국중심의 세계질서가 이제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미 북‧중‧러 정상들은 지난 2018~19년 각각 연쇄정상회담을 통해 다극화 세계질서로의 추동을 공식화한 바 있다. 또 서구의 대자본가들과 정치인들의 모임인 세계경제포럼(WEF)도 2021년 주제를 대전환(The Great Reset)이라고 발표하여 기존 세계질서 변화의 불가피성을 공식화하였다. 똑같이 세계질서 전환을 제기하고 있지만 그 성격과 의미는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향후 세계정세는 이 전환의 주도권을 누가 쥐고 어떤 정책과 방향으로 나아가는가에 의해 규정될 것이다. 

2020년 국제정세는 이 대전환의 분기점으로서 확실히 과거와 다른 두드러진 특징을 보여주었다. 구체적으로 국제적 반미공동전선의 확대 강화와 세계 각국에서의 미군철수, 봉쇄격리(Lockdown)와 양적완화 그리고 미‧중 분리로 대표되는 세계경제질서의 변화 그리고 내전2.0으로 불리울 정도로 격렬한 미국 중심의 군산언복합체 세력과 반군산 세력간의 대결 등이다. 이 세 가지 특징적 양상은 별개로 전개되는 것 같지만 내용적으로 하나로 연결돼 세계질서의 대전환을 추동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국제적 반미공동전선의 확대 강화와 미중분리 의미와 전망에 대해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2. 국제적인 반미공동전선의 확대 강화

▲ 중국, 러시아 등이 참여하는 중앙아시아 지역 안보·경제협력체 상하이협력기구(SCO) 제14차 총리급 회의 참석자들이 지난 2015년 12월 15일 중국 허난성 정저우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신화/뉴시스]
▲ 중국, 러시아 등이 참여하는 중앙아시아 지역 안보·경제협력체 상하이협력기구(SCO) 제14차 총리급 회의 참석자들이 지난 2015년 12월 15일 중국 허난성 정저우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신화/뉴시스]

1) 북‧중‧러의 전략적 단결 강화

2020년은 세계적으로 반미국가 대열이 확대, 강화되고, 세계적 차원에서 해외 주둔 미군의 철수(감축)가 진행된 새로운 양상을 보여주었다. 이는 3대 핵보유국인 북중러의 전략적 단결이 강력한 전쟁억지력으로 작동해 미국이 과거처럼 ‘끝없는 전쟁(Endless War)'전략을 계속할 수 없게 된 결과이기도 하다. 미국의 핵무력을 근간으로 한 군사패권은 3대 핵보유국의 전략적 단결로 사실상 무너졌다. 중동, 동남아시아, 남미, 아프리카에서 3대 핵보유국을 중심으로 자주노선을 견지하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 대표적 친미국가들인 사우디, 일본, 브라질 같은 나라들조차 친미일변도 노선에서 벗어나 눈치를 보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북‧중‧러의 전략적 단결은 세계질서 전환을 추동하는 핵심 동력이다. 

북(조선)과 중국과의 전략적 단결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지난 해 9~10월 양국정상은 6차례나 친서를 교환하면서 “새로운 활력기에 들어선 전통적인 조중친선 관계를 시대의 요구에 맞게 더욱 공고 발전”시켜 “불패의 친선”으로 “백년 이래 전례 없는 대변화” 정세에 “지역 평화와 안정, 발전, 번영을 실현하는데 기여할 것“을 다짐하였다. 

북러관계 역시 정상 간 친서교환이 수시로 이루어졌고, 지난 해 7월 노동신문은 양국의 합의정신에 따라 ‘주요 국제관계 문제에서 공동보조를 취하고’, ‘세계의 평화와 안전, 공정한 국제질서를 수립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중러는 군사동맹은 아니지만 이미 양국간 연합훈련은 물론 상하이협력기구(SCO)회원국을 중심으로 한 다국적 연합군사훈련도 진행할 정도로 정치, 경제, 군사적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해 9월 러시아 주도의 '카르카스 2020' 군사훈련에는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중국, 파키스탄, 미얀마 등이 참가하였다.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각국이 참가한 것이다. 

사실 중러 주도의 상하이협력기구(SCO)는 이미 유라시아 대륙의 60%(인구 31억명)를 차지할 정도의 세계최대규모의 정치‧군사안보기구다. 여기에 지난 해 11월 20차 총회에서는 16개 국가가 추가 가입 신청을 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이미 8개의 정회원국에 아프카니스탄, 이란 등 4개의 준회원국, 터키, 네팔, 캄보디아 등 6개 대화상대국이 가입되어 있는 조건에서 더 많은 나라들이 참여의사를 밝힌 것이다. 잘되는 집안에 사람이 몰리는 격이다. 이날 시진핑 주석은 회원국들을 향해 "외세의 개입"에 반대하고 ‘정치적 바이러스'의 확산에 저항할 것"을 요구했다. 상하이협력기구의 반제자주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2) 국제적 반미공동전선의 확대 강화

북중러의 전략적 단결은 미국의 제재 압박을 받고있는 시리아와 이란, 베네수엘라가 자국의 자주권을 지키는 강력한 지지대가 되었다. 

시리아는 IS를 앞세운 미국, 이스라엘, 사우디와의 대리전쟁(Proxy War)을 북‧중‧러‧이란의 강력한 지지 지원에 의해 이겨내어 자국의 주권을 지켰다. 미국의 시리아 전쟁 패배는 중동정세 재편의 주도권을 러시아와 이란에 내주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맹방인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협조로 중동 전역을 ‘끝없는 전쟁’지역으로 만들어 자국의 패권을 유지했지만, 이제 그 강권과 압박에 저항하는 이슬람의 단결과 북증러의 지원으로 시리아전쟁에서 패배하면서 그 힘을 다했다. 그 결과 터키가 돌아서고 사우디, 이스라엘마저 미국과 러‧중 사이에서 눈치를 보게 되었다. 이 변화는 2020년 더욱 뚜렷해져 리비아 내전,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젠의 분쟁 해결도 미국이 아닌 러시아와 터키의 중재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2020년 또 하나의 특징은 이란과 이라크가 반미전선에서 선봉적 역할을 수행하였다는 점이다. 이란은 지난해 1월 미국에 의한 자국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사령관 암살에 대한 보복으로 역사상 처음 미국과 전쟁을 각오하고 이라크 미군기지에 미사일 보복공격을 가했고, 지난해 5월과 9월에는 미국의 나포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제재로 에너지 곤란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대서양을 가로질러 석유를 공급하였다. 이 역시 미국과 전쟁을 각오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이란은 미국의 위협과 제재 압박을 정면으로 부정하면서 반미국가들 간의 협력과 단결을 강화하였다. 이전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대 사건이 펼쳐진 것이다. 이에 대해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와 이란은 미 제국주의 앞에 무릎 꿇지 않는 혁명국가들’이라고 선언하였고, 쿠바의 디아스카넬 대통령도 ‘범죄적인 미국의 봉쇄조치를 깨뜨린 것’이라고 높이 평가하였다. 

이라크도 민족적 역량의 성장과 이란의 영향으로 강력한 반미국가로 나서고 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 후 중동 내 미국의 강력한 군사거점이자 석유 이권의 창구였던 이라크가 지난해 1월 의회에서 미군철수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미국이 이를 거부하자, 민병대가 미군 기지와 대사관을 공격하는 강력한 반미국가로 변화한 것이다. 사실 이전의 미국이라면 이라크 민중의 저항에 군사적 공격을 가했거나 또 한 번의 이라크 전쟁을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미국은 미군기지에 대한 로켓포 공격을 받고 지난 해 3월부터 키르쿠크와 모술 등 3개 미군기지의 철수를 단행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6월에는 10년 만에 양국이 전략대화를 갖고, 이라크에 영구적 주둔을 요청하지 않는 전제에서 미군의 단계적 철수에 대한 공동성명을 발표하였고, 9월에는 바그다드의 미 대사관 폐쇄 계획까지 나왔다

중동 뿐 아니라 남아시아의 미얀마, 파키스탄도 북중러와의 연계를 강화하고, 중남미의 베네수엘라, 쿠바만이 아니라 볼리비아에서도 미국의 간섭을 이겨내고 반미자주적인 정권이 재등장하면서 미국의 퇴조를 방증하였다. 볼리비아는 2019년 11월 미국의 사주에 의한 색깔 쿠테타로 대선 연임에 성공한 모랄레스 정권이 실각하고 친미세력이 정권을 잡았지만, 1년만인 지난 해 10월 대선에서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후계자가 당선되면서 미국의 친미정권 수립 기도는 실패하였다. 남미에서는 강력한 국민적 지지에 의해 미국의 간섭과 지원을 이겨내고 또 하나의 반미국가가 탄생한 것이다. 이 또한 미국의 힘이 약화된 결과다. 

▲ 시리아 북부 만비즈 전선으로 향하는 길목 장갑차에 탑승한 미군의 모습 [사진 : 뉴시스]
▲ 시리아 북부 만비즈 전선으로 향하는 길목 장갑차에 탑승한 미군의 모습 [사진 : 뉴시스]

3) 세계적 규모의 미군 철수(감축)

국제적인 반미공동전선의 확대 의미는 그만큼 미국의 군사패권이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에 부응하기라도 하듯 미 트럼프 정부는 2020년 세계적 차원의 해외 주둔 미군 철수(감축)를 단행하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미국이 효과적인 미군 재배치에 관한 전략적 판단의 결과로 필요하면 언제든 되돌릴 수 있는 것처럼 해석하지만 본질은 미국의 군사패권이 사실상 무너진 조건에서 해외 주둔보다 자국 방위를 강화하고 과도한 비용을 줄이기 위한 미군 재배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2020년 미군이 철수(감축)을 단행한 곳은 아프카니스탄,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독일, 소말리아 등이다. 주목할 점은 미국은 아프카니스탄 등 반미국가들 뿐 아니라 독일, 사우디 등 친미국가들에서도 미군을 감축하였다는 점이다. 이것은 미군철수가 부분적, 제한적 차원의 조치가 아니라 전면적, 전략적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미군 재배치 전략이라는 미명하에 단행된 미군 철수(감축)조치는 트럼프대통령에 반기를 들었던 마크 에스퍼 전 국방장관이 공식화하였고, 이를 후임인 크리스토퍼 밀러 국방장관 대행이 강력히 밀어 붙이고 있는 역점사업이다. 그는 지난 해 11월 미군 지휘부에 보낸 지휘서신에서 "미국민은 영원한 전쟁을 수행하는 국민이 아니다. 모든 전쟁을 멈춰야 한다" "이제 집으로 돌아올 때"라는 명언을 남겼다. 

2020년 가장 주목할 미군철수(감축)조치는 아프카니스탄과 독일이다. 미국은 지난 해 2월 아프카니스탄 탈레반측과 평화협정을 체결함으로써 21세기 최장의 전쟁으로 장장 19년을 끌어온 아프카니스탄 전쟁을 사실상 종결하였다. 제2의 베트남전이란 치욕을 무릅쓰고, 전임 정권들이 그렇게도 꺼려하던 평화협정을 트럼프정부가 체결한 것이다. 이 평화협정에 따라 미국은 지난 해 6월(협정 체결 135일 이내 8천명대로 감축) 5개 미군기지를 철수했고, 올해 5월까지 전면 철수해야 한다. 

지난 해 7월 독일에서의 미군 감축은 당시 에스퍼 국방장관이 “동맹사의 변곡점”이라 할 정도로 충격적 조치였다. 전후 대서양동맹의 상징이자 핵심거점인 독일주둔 미군 1/3을 감축하기로 한 이 결정은 표면적으로는 독일의 방위비 분담 문제이지만, 실제로는 동맹관계의 근본적 재편 추진을 의미한다. 이는 비단 유럽만이 아니다. 당시 독일주재 미국대사가 주독 미군만 아니라 주한미군 철수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듯이 한국과 일본 동맹관계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주독 미군 감축은 오로지 미국만을 바라보고 미국만을 추종하며 이권을 챙겼던 유럽 신자유주의 세력들을 경악시켰다. 반면 이를 계기로 유럽군 건설 주장이 프랑스, 독일을 중심으로 다시 고양되었고, 나토(NATO)의 지속적 존립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더욱 높아졌다. 이미 나토 내에서는 터키와 프랑스가 리비아를 두고 갈등하고 러시아 적대를 둘러싸고 입장이 갈리는 등 분열이 고조되고 있다. 

사실 대서양 동맹은 미국 패권체제의 핵심 기반이기 때문에 만약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다면 주독 미군 감축조치는 되돌릴지 모른다. 그러나 지난 해 12월 영국의 EU 탈퇴(BREXIT) 협상이 최종 합의(2020.12.24)됨으로써 다른 나라들도 필요 시 EU 탈퇴의 길이 열렸고, 또한 EU내 민족주의, 국가주의 세력이 크게 성장하여 EU는 더 이상 미국 추종 일변도로 나아갈 수 없게 되었다. EU가 연합이란 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체의 독자적 발전을 도모해야 하는 것이다. EU가 유럽군 창설을 계속 추진하는 것이나, 최근 미중간 대결이 고조되는 가운데서도 중국-EU간 투자협정이 체결된 것은(2020.12.30) 미국 추종 일변도로 나아가지 않겠다는 EU의 태도 변화를 상징한다. 바이든 정권이 이 추세를 되돌리려 한다면 그만큼 유럽 각국의 반발도 커질 것이다.

이렇듯 2020년 세계 정치군사정세는 북중러의 전략적 단결을 중심으로 반미자주국가의 확대와 공동전선의 강화 그리고 세계 각 지역의 전쟁 종식과 미군 철수(감축)라는 중대한 전환적 특징을 보여주었다. 이 흐름은 이제 대세가 되어 2021년을 관통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바이든 정권이 등장하여 이 대세를 거스르려 한다면 그것은 반동이자 역류다. 지난해 11월 바이든은 ‘규칙은 미국이 정한다’며 과거 패권국으로의 회귀의지를 강력히 표명했다. 그가 발표한 내각 구성원 면면들도 호전적인 강경 세력들이 대부분이고, 군산복합체, 금융자본의 대리인들이 많다. 만약 미국이 이 대세에 순응하지 않고 역류시키려 한다면 과거와 달리 심대한 파국적 상황을 맞게 될 수 있다. 왜냐하면 국제적 반미공동전선은 더 이상 미국의 강권과 압박을 두고 보지만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예외주의는 이미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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