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일 시인 17주기 문학축전 개최

엄혹한 시절, 시가 무기인 사람들이 있었다. 문학은 분명 시대를 반영하고 민중의 삶을 고스란히 보여줘야 한다는 시인들이 있었다. 사람살이와 세상살이를 쓰는 것이 문학이니 그것을 있는 그대로 써서 보여주는 것이 문학의 할 일이니 문학인으로서 충실히 제 갈 길을 간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 한 사람이 민족문학작가회의 초대 상임이사를 지낸 조태일 시인이다. 조태일 시인이 세상을 떠난 지 17주기를 맞아 고향인 곡성에서는 그를 기리는 문학축전이 오는 3일 조태일시문학기념관에서 열린다.

(사)죽형 조태일시인 기념사업회(이사장 박석무)와 곡성군(군수 유근기), 광주·전남작가회의(회장 조진태)가 주최하는 ‘조태일 시인 17주기 문학축전-그리운 쪽으로 고개를’은 시인의 17주기인 오는 7일을 나흘 앞두고 열리는데 권력의 부조리에 굽힘이 없었던 시인이자 한 시대의 기둥과 같았던 조 시인의 삶과 작품세계를 기리는 행사로 진행된다.

이번 문학축전은 김완 시인 사회로 <시인>을 통해 등단한 박남준 시인의 추모시 낭송을 비롯해 생전에 가까이 지냈던 김준태 시인과, 친구였던 송문재 광주교사협의회 회장을 통해 시인의 인간적 면모와 민주화에 앞장섰던 시대정신과 문학정신을 듣는 시간 등 다채로운 축전으로 꾸려질 예정이다.

다양한 공연도 준비된 이번 문학축전에선 죽형  조태일 시인 기념사업회가 기획하고 박건한 시인이 제작한 시선집 <그대로 봄은 오는가>(시월출판사)를 조 시인의 가족에게 헌정하는 순서도 있는데 이 시선집은 지금은 거의 사라진 활판 방식으로 제작돼 의미를 더한다.

김준태 시인의 표현처럼 “조지훈의 지조, 김현승의 청교도주의, 김수영의 앙가주망을 순결하게 결합시켜 온몸으로 시를 쓰며 또 그렇게 살았던 시인”인 조태일 시인(1941~1999)은 196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아침 선박’이 당선되면서 시인의 길을 걸었으며 1969년 월간 시전문지 <시인>을 창간하고 김지하, 양성우, 김준태, 박남준 시인을 배출했으나 1년 만에 당국의 압력으로 폐간됐다.

시대에 맞서는 저항시를 꾸준히 발표하며 1974년 고은, 백낙청, 신경림, 황석영, 염무웅, 박태순 등과 한국작가회의의 전신인 ‘자유실천문인협의회’를 창립했다. 1988년 ‘자유실천문인협의회’가 ‘민족문학작가회의’로 바뀔 때 초대 상임이사를 맡았다.

'소주에 밥을 말아 먹는 시인'으로 불릴 만큼 술을 즐겼던 시인은 호탕한 성격만큼이나 남성적이고 힘있는 시를 남겼다. 등단 이후 시집 〈식칼론〉(1970), 〈국토〉(1975), 〈가거도〉(1983), 〈연가〉(1985), 〈자유가 시인더러〉(1987), 〈산속에서 꽃속에서〉(1991) 등을 펴냈으며 특히 〈국토〉는 민족주의와 민중의식을 고취시키는 작품이라는 이유로 1970년대 말~80년대 초 판매금지되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1980년 신군부가 계엄령 전국 확대에 앞서 감금한 예비 검속자에 포함돼 수감생활을 하는 등 표현의 자유와 민주화를 위해 앞장선 대표적인 민족·민중시인으로 편운문학상, 만해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1989년 이후 광주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임하면서 1994~99년 예술대학장을 역임했다.

8번째 시집이자 마지막 시집이 된 〈혼자 타오르고 있었네〉(1999)를 끝으로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으며 사후 보관문화훈장이 추서됐다.

조태일 문학축전은 누구나 무료로 참가할 수 있으며 문의는 062-523-7830로 하면 된다.  

 

자유가 시인더러

 조태일 

자유가 시인더러 하는 말 좀 들어보게.

시인이 자유더러 하는 말 좀 들어보게.

서로 먼저 말하겠다고 싸우는 꼴 좀 바라보게.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도

없는 말 한번 들어보게.

 

자유가 시인더러

시인이 자유더러

멱살을 잡고 무슨 말인가를 하지만

전혀 알아들을 수 없네.

우리 같은 촌놈은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네.

 

자유가 시인더러

시인이 자유더러

따귀를 올려치면서 탁탁탁 치면서

하는 소리 들어보게나.

 

아아, 저게 상징이구나 은유로구나

상상력이구나

아픔만 낳는 詩法이구나.

 

오늘 하루도 평탄치 못하겠구먼.

일찍 일어나 세수부터 정갈하게 하고

구두끈도 단단히 동여매야겠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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