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산켄전기를 통해서 본 한국노동자에 대한 착취행태

16명의 조합원을 거느린 한국산연 위장폐업철회투쟁이 천막농성 150일, 상경투쟁 50일을 맞고 있다. 한국에서는 흔하디 흔한 소규모 사업장의 장기투쟁 중 하나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 한국산연투쟁은 초국적 자본이 한국노동자들을 어떻게 착취하고 있는지를 잘 드러낸다는 점에서, 그리고 여기에 맞서 한국산연노동자들은 굴하지 않고 언제나 불가능한 상황을 투쟁으로 돌파하여 승리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투쟁 역시 관심을 끌고 있다.

▲ 한국산연 노동자들의 위장폐업철회 투쟁
▲ 한국산연 노동자들의 위장폐업철회 투쟁

 

일본산켄전기의 흑역사

자유로운 자본이동 규제가 필요....

한국재벌과 정부까지 거드는 먹튀행태

한국산연노동자를 응원하자

▲ 천막농성중인 한국산연 노동자
▲ 천막농성중인 한국산연 노동자

일본산켄전기 한국진출의 흑역사
  
한국산연은 1973년 마산수출자유지역에 일본 초국적기업 ‘산켄전기주식회사’에서 100% 투자해서 만든 자회사이다. 당연 한국산연에게는 엄청난 특혜가 주어졌고, 노동자들은 노동조합도 만들 수 없는 70년대의 폭압구조 하에서 착취를 당했다.
한국산연은 47년간 각종 세금혜택을 받으며 한국의 노동자들이 피땀으로 짜낸 이윤을  모조리 본국으로 가져갔다. 일본산켄전기에게 한국산연은 저임금과 세금혜택, 환율격차를 이용하여 1석3조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1996년 한국산연 노동자들이 민주노총에 가입한 것이다. 일본산켄전기는 이듬해 곧바로 일본 주주총회에서 한국생산거점 철수와 인도네시아 이전을 결정한다. 한국산연노동자들의 1년6개월이라는 긴 투쟁이 시작되었다. 결국 산연노동자들이 승리하여 공장을 정상화시켰다.

그러나 일본산켄전기의 노조 혐오는 멈추지 않았다. 2007년 들어 산켄전기는 노동조합에 대한 새로운 공격을 개시했다. 2007~2012년 동안 3차례에 걸쳐 사업부를 철수하고, 무려 7차례에 걸친 구조조정을 강행하여 4~5백명의 한국노동지들을 길거리로 내몰았다.

하지만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2016년 산켄전기는 34명밖에 남지 않은 조합원 전원을 정리해고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모두가 한국산연 노동조합은 여기가 끝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하였다. 한국산연노동자들은 일본 본사까지 찾아가는 1년이 넘는 원정투쟁에 돌입했다. 결국 희망퇴직자를 제외한 17명의 조합원들이 공장에 복귀하게 되었고, 누구나 불가능하다는 투쟁을 승리로 만들었다.

그런데 이번에 일본산켄전기는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올해 7월 9일 한국산연 폐업을 하루만에 결정하고 일방적으로 일본본사 홈페이지에만 공지한 것이다. 폐업 예정일은 2021년 1월 20일이다. 명백히 코로나 상황을 악용한 위장폐업이자, 위법논란을 피하기 위한 조치라 할 수 있다.

일본산켄전기 한국사장은 노동조합에 “일본산켄전기에서 코로나 위기 때문에 한국인이 최소 2년 동안 일본 출입을 못하니 이때 한국산연을 정리해야 한다. 이번이 기회라고 했다”라고 직접 발언하였다. 
과연 코로나19재난 위기를 뚫고 한국산연노동자들은 이 마지막 위장폐업을 막아낼 수 있을까?

▲ 한국산연 노동자들의 위장폐업철회 투쟁
▲ 한국산연 노동자들의 위장폐업철회 투쟁
▲ 상경투쟁중인 한국산연노동자
▲ 상경투쟁중인 한국산연노동자

자본이동의 문제점

마산 수출자유무역지구 내 한국산연은 박정희 정권의 일본자본 유치의 산물이었다. 1970년 외자기업유치법과 수출자유지역법으로 시작된 마산 수출자유지역은 외국자본에게는 막대한 특혜를 주고 보호하며, 한국노동자들은 노동3권을 심각하게 제약하며, 일본자본이 일방적으로 한국노동자를 착취하도록 정부가 강력하게 밑받침함으로써 엄청난 이익을 누렸다. 그러나 노동조합이 등장하고 한국노동자들이 자기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자 곧바로 자본철수를 단행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은 자본주의에서 당연한 자본의 논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자본위주의 정책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한국땅에서는 외국자본은 명백히 박정희 독재정권의 폭력적 노동억압체제를 기반으로 밑받침된 것이었고, IMF 외환위기 전후에는 자본이동의 자유를 다 풀어준 신자유주의 세계화정책 덕분에 가능한 것이었다.
 
KBS 창원방송은 11월 24일 ‘감시자’라는 시사프로그램에서 한국산연문제를 집중조명하는 가운데, 외국자본이 들어올 때는 특혜를 받고 나갈 때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철수가 진행되어 고용과 지역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는 상황을 그대로 방치해야 하는가하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이러한 자본이동에 대한규제가 강화되고 있으며, 프랑스의 경우에는 외국인 주주회사의 자회사를 매각할 경우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황금주를 보유한다거나, 외투기업이 고용창출과 투자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해당회사의 주주의결권을 제한하는 제도, 외투기업이 일방적으로 철수할 경우 기존에 부여했던 각종 특혜를 환수하는 제도 등이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산연과 비슷한 사례로는 프랑스의 경우 플로랑 주법으로 1000명 이상 고용하는 업체가 사업장을 폐쇄하려면 3개월동안 반드시 인수자를 찾아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다고 밝혔다. (KBS 창원 : 감시자)

그런데 한국의 경우 이런 한국노동자나 지역경제 보호장치가 법적, 제도적으로 전혀 없다. 이번 한국산연 위장폐업문제를 계기로 그동안 누적된 외국자본의 투자와 철수에 관한 규제문제를 본격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한국산연 노동자들은 한국에 아무런 법적 장치가 없다하더라도 OECD에서 규정한 다국적 기업 가이드 라인을 활용하여 산자부가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는 형편이나 정부는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다.

OECD 다국적기업에 관한 가이드라인 V장 (고용 및 노사관계) 6조는 “특히 집단 정리해고나 해고를 수반하는 사업장의 폐업처럼 고용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기업 운영의 변화를 고려하고 있다면 이를 사업장 노동자의 대표자들 및 조직에게 적절한 통지를 해야” 할 의무와 더불어 합당하다고 명시되는 “경영진이 최종 의사결정을 내리기 전에 이를 통보”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 EK(주)에서 생산하고 일본 산켄제품 포장지에 쌓여 있는 제품들
▲ EK(주)에서 생산하고 일본 산켄제품 포장지에 쌓여 있는 제품들

한국재벌과 담합한 위장폐업

한국산연의 또 하나의 문제점은 한국재벌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천안 EK(일렉트로닉 코리아)에서는 현재 일본 산켄전기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그것도 공장 간판을 다른 공장 간판(창성시트)라는 간판을 내걸고 생산을 하고 있는데, 생산물량을 산켄전기 포장박스에 포장하여 출하는 장면이 목격되었다.
 
EK(주)는 원래 LG그룹 구본무 부회장의 장남인 구형모씨가 최대주주로 있던 LG지흥을 2018년 12월 사모펀드로 이용하여 100% 지분을 인수하고 2019년 EK(주)로 상호를 변경한 회사이다. 
그런데 LG지흥은 2008년 4월 설립하여 2010년까지는 자본잠식 상태였으나 2011년부터 LG화학과의 내부거래, 일감몰아주기를 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자기자본 마이너스 62억원의 회사가 2011년에는 2010년의 무려 6배인 742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2012년에는 1260억원으로 불어나 순익이 84억원으로까지 뛰었다. 
그리고 2018년 12월 13일 구형모씨는 지흥 지분 122만주(지분율 100%) 전량을  IBK기업재무안정PEF에 매각함으로써 계열분리작업의 일환이라는 관측을 낳았다. 그런데 결국 일본산켄에 넘긴 것이다. 그런데 이 EK(주)에서 산켄전기의 제품이 출하되고 있음이 밝혀짐으로써 한국산연 청산은 위장폐업임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 지난 12월 8일 한국산연 청산철회 생존권 보장 경남대책위는 ‘자칭 애국기업 LG는 노동탄압 산켄전기와의 협력관계를 중단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EK(주)는 산켄전기 인수 이후 매출이 133%이상 인상 되었는데, 앞으로 천안시와 충청도로부터 2023년까지 부지 5천평 땅을 받고 315억 원을 추가 투자하여 공장을 확장하기로 MOU체결한 상태이다. 결국 외투자본의 위장폐업과 먹튀행각을 한국재벌, 국내 지자체 등 정부기관들이 나서서 밀어주고 있는 형국이다.

▲ 한국산연 노동자들의 위장폐업철회 투쟁
▲ 한국산연 노동자들의 위장폐업철회 투쟁
▲ 일본산켄전기 위장폐업 철회 투쟁 중인 한국산연지회 조합원들
▲ 일본산켄전기 위장폐업 철회 투쟁 중인 한국산연지회 조합원들

폐업조치의 기만과 불법

이번 폐업조치과정은 일본산켄전기자본의 기만과 불법으로 얼룩져 있다.
 
산켄전기는 7월 9일 한국산연 청산 발표 이틀전인 7월 7일 노사간 고용협의회를 진행해 놓고 7월 9일 폐업조치를 발표하는 식으로 한국노동자들의 뒤통수를 쳤다.

게다가 이번 폐업조치는 폐업 전 “6개월 전에 이를 조합에 통보”해야 하며 “그 구체적 사항에 대해서는 조합과 합의 후 결정”해야 한다는 단체협약을 위반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2017년 “앞으로 심각한 고용문제가 발생할 경우 사전 합의하기로 한다”는 복직합의서 위반이기도 하다.

▲ 경남지역 대책위 투쟁
▲ 경남지역 대책위 투쟁

한국산연노동자들의 투쟁을 응원한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한국산연 지회 조합원들은 일본금속노련협의회(JCM)과 한국 경남 지방 고용노동청, 산자부에도 일본본사 항의와 교섭을 요구했다. 
한국산연 노조는 산켄전기의 불법 폐업을 밝히려면 한국산연이 세관을 통하여 입출입한 내역을 보면 모든 불법적 정황을 알 수 있다면서 관계당국의 세무감사를 요구하고 있다. 또한 한국산연에서 생산하여 영국과 독일로 출시하기로 합의된 물량을 외주와 타기업으로 몰래 빼돌려 생산하고 한국산켄 포장박스에 실어 납품한 불법정황과 관련하여 LG지흥, EK(주), 창성시트와 산켄전기의 부적절한 연관 관계가 밝혀질 것을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부는 위장폐업을 찾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하며 조사할 법률적인 것이 없다는 것이고, 산자부와 세관은 한국산연관련 모든 입출입 내역 공개를 요청하였지만 법률적 근거가 없다며 아무런 것도 보여주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한국산연지회는 꿋꿋하게 창원에서 150일째 천막농성을 하며 노동부, 산자부, 노무법인, 일본영사관, 시민선전전을 하고 있다. 또한 지역대책위가 꾸려져 지역적 차원에서 투쟁을 함께하고 있다.  
상경 투쟁도 4명의 조합원이 교대로 올라와 국회, 일본대사관, 산켄코리아(영업점), 한국산연 사장집 등에서 1인 시위를 하며 50일째 투쟁 중이다. 

▲ 일본진보단체와의 토론회
▲ 일본진보단체와의 토론회
▲ 일본노동단체의 연대투쟁
▲ 일본노동단체의 연대투쟁

한국산연투쟁에는 일본 진보단체와 노동단체들이 함께하고 있다. 지난 2016-17년 한국산연노동자들의 일본원정투쟁에서 일본진보단체와 노동자들은 한국노동자들의 투쟁이 큰 감동을 받았다. 때문에 이번 투쟁과 관련하여 오히려 연대와 지지대열이 새롭게 늘어나고 있다.

한국산연 노동계급은 당시에도 승리가 불가능하다는 투쟁을 1년간의 투쟁을 통해 승리로 이끌어내었다. 이번 투쟁에서도 반드시 승리할 것으로 믿는다. 많은 연대와 지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달면 삼키고 쓰면 뱉으면서 한국노동자들의 고혈을 짜내는 일본 먹튀자본에 대해 정확한 조치가 취해지고, 한국땅에서 너무나 자유롭게 한국노동자들을 착취하는 외투자본에 대한 규제문제가 심도깊게 논의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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