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지난 9월 2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지난 9월 2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결국 윤미향 의원과 정의연(정의기억연대) 관계자가 기소되었다. 
검찰에 큰 기대를 한 것은 아니지만 검찰조사를 통해 위안부 운동, 정의연 운동에 대한 명예가 회복되고 진실이 바로 잡히길 바랬다. 그러나 그것은 망상이었다.

위안부 운동을 ‘묻지마 옹호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위안부 운동이 그저 돈으로 보상이나 받자고 시작한 것이 아님은 검찰도 잘 알 것이다. 일본 제국주의의 성노예로 아시아 전역에 이리저리 끌려다녔던 할머니들에게 그동안 국가가 해준 것이 무엇인가. 국가가 받아내지 못한 식민지 지배와 성노예 범죄에 대한 진정어린 인정과 사죄를 받고자 하는 것이 위안부 운동이다. 그런데 국록을 먹는다는 검찰이 이게 뭔가. 일제의 국가적 범죄를 단죄하고 사법적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정의감이나 역사의식을 눈꼽만치도 찾아볼 수가 없다. 

국가가 국민을 외면하고 일제에게 팔아먹기까지 했을 때, 지난 30여년 동안 윤미향 등 시민활동가들이 할머니들과 함께 국가를 대신해서 스스로 나섰고 국제적으로도 전쟁범죄를 규탄하는 인권운동으로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들과 국제여론의 열화같은 지지도 받았다. 그런데 지난 4개월은 뭔가. 위안부 운동은 처참하게 마녀사냥을 당했고 헌신적 활동가 한 분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데까지 이르렀다. 차라리 일본놈들에게 당했으면 목청껏 싸움이라도 크게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마녀사냥의 선봉에서 필봉을 휘둘렀던 자들이 친일의 후예임을 생각할 때, 참으로 통분할 일이다. 

윤 의원과 정의연을 사리사욕에 눈이 먼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했던 가짜뉴스들이 제기한 의혹들의 상당부분이 이번 검찰조사의 결과로 무혐의처분되어 다행이라는 인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보라. 친일수구언론들은 검찰의 기소가 그 동안 제기된 의혹을 사실로 확인한 것인양 다시 악귀같이 짖어대고 있지 않은가. 결국 검찰의 기소는 이들에게 먹이감을 다시 던져준 것이나 진배없다. 
검찰은 이번 기회에 정의연에 대한 의혹을 깨끗하게 풀어줌으로써 상처받은 위안부운동과 이와 함께했던 시민들의 명예와 자존심을 회복했어야 했다. 

정치논리로 대하자는 것이 아니다. 전쟁범죄에 대한 사법적 눈을 가진 검찰은 어디갔냐는 것이다. 이번에 검찰이 혐의를 둔 기소사항들을 보면 검찰이 빠져있는 형식주의적 논리가 어떤 황당한 상황을 만들어내는지 새삼 실감하게 된다.

검찰이 윤의원에게 적용한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 부정수령’, ‘사전등록 누락한 기부금 모금’, ‘개인 계좌로 기부금 모금 및 사적 사용’, ‘안성쉼터 시세보다 고가 매입’ 등의 사항은 열악한 시민운동환경속에서 발생한 미숙성들이다. 시민단체활동가들이 인권을 위해 거리에서 악전고투할 때 검찰은 고시원에 있었을 것이고, 연수원에 있었을 것이다. 검찰이 불법혐의를 둔 이런 사항들은 자주적으로 운영되는 단체내 규약과 절차에 따른 조치들이다. 게다가 법적 규정이 시민사회단체 운영 현실을 다 반영하지 못해 발생하는 불일치적 요소들이 대부분이다. 여기에 공권력이라는 검을 사용하는 검찰이 형식논리로 마구 휘두르면 걸려들지 않을 국민이 누가 있겠나. 기껏해야 시정경고나 벌금 정도의 사안에 불과한 것들을 무슨 어마어마한 범죄로 취급하는데 검찰도 한몫하고 있는 것 아닌가.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검찰의 기소는 사실에도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검찰은 윤미향 의원이 ‘피해자(길원옥) 심신장애 악용하여 기부와 증여’를 받았다는 ‘저의’가 의심되는 기소를 하였다. 길원옥 할머니가 충분한 사실인식과 가치인식 속에서 위안부 운동의 확산에 기여하고자 한 기부행위라는 점에 증거는 차고도 넘친다. 약간의 관심만 있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명백한 팩트를 검찰은 왜 외면하는가. 게다가 이 건은 길원옥 할머니를 끼고도는 사적관계자의 고소를 인정한 데 기초한 것이다. 사적 욕망과 인권운동의 가치 중에서 어떤 법익을 지킬 것인가에 대한 초보적 판단도 없어 보인다.

혐한정치의 주범이자 위안부, 징용노동자 문제로 한일무역전쟁까지 벌인 아베 수상이 물러나고 스가 전 관방장관이 제3차 아베내각을 꾸리는 정세이다. 스가 역시 이 문제에 대해서만은 초강경정책으로 일관했다. 앞으로 대일관계가 중요할 것이다. 스가 내각은 이번 검찰 기소를 위안부나 강제징용문제를 일본에 유리한 방향으로 풀어가는데 매우 유리한 정황으로 간주할 것이다.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이 역사로부터 고립되어 미시적인 형사법이니 소송법이니 법전이나 뒤져서 사건들을 처리할 때 골병드는 것은 민초들이다. 일본 제국주의 전쟁범죄를 이 나라 검찰이 앞장서서 사법적 정의를 행사하지 않을 때, 그 작은 틈을 비집고 다시 일본군국주의가 부활하고 한반도를 넘보게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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