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세균전부대 전국연석회의" 출범 후 첫 기자회견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운데 인파를 뚫고 외교부 앞으로 모여드는 사람들이 있었다.
전국 각지에서 기자회견에 참가하기 위해 상경한 <주한미군 세균전부대 추방을 위한 전국연석회의>(이하 미 세균전부대 전국연석회의) 지역 대표들이었다.

기자회견은 원래 미 대사관 앞에서 열리기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수구보수진영 집회 인파가 이미 광화문 광장과 미 대사관 앞, 세종대왕 동상 등의 공간을 점령하고 있어 기자회견 장소를 변경하여 진행했다. 

▲ 한국진보연대 김병규 자주통일 위원장 사회로 "주한미군 세균전부대 진상규명과 철거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시작하였다.[사진 : 민플러스]
▲ 한국진보연대 김병규 자주통일 위원장 사회로 "주한미군 세균전부대 진상규명과 철거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시작하였다.[사진 : 민플러스]

한국진보연대 김병규 자주통일 위원장 사회로 기자회견 첫머리는 15일동안 부산에서 판문점까지 국통종주를 마친 민병렬 6.15남측위 부산본부 공동대표의 인사말로 시작했다. 민병렬 대표는 미 세균부대를 몰아내기 위해 전국적으로 힘차게 투쟁하자고 짧고 굵은 인사말을 하였다.

▲ 15일간 국토종주를 마치고 인사말을 하고 있는 민병렬 6.15남측위 부산본부 공동대표 [사진 : 민플러스]
▲ 15일간 국토종주를 마치고 인사말을 하고 있는 민병렬 6.15남측위 부산본부 공동대표 [사진 : 민플러스]

이날 기자회견은 <주한미군 세균전부대 추방을 위한 전국 연석회의>의 출범을 국민들에게 정확히 알리고 미 대사관 앞에서 정면으로 “주한미군 세균전부대 진상규명과 철거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이었다.

미 세균전부대 전국연석회의는 지난 7월 18일 ‘미 세균전부대 추방을 위한 부산시민 원탁회의’를 계기로 결성되었다. 지난 해 12월, 주한미군이 8부두 세균전부대 시설을 ‘현장설명회’란 이름으로 공개할 당시, 미군 책임자가 직접 맹독성 세균샘플 반입을 실토하자, 부산시민들이 대대적으로 들고 일어나 코로나 상황에서도 7월 18일 78개 원탁 800여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부산시민 원탁회의가 개최되었다. 

그런데 주한미군 세균실험 프로그램인 '센토'의 지휘소를 위탁 운영하는 연구소 바텔이 지난 3월 주한미군 기지에서 근무할 실험 요원을 모집한 사실이 확인되었는데, 이것은 결국 "부산, 대구, 서울, 동두천, 창원시 진해구 등지“ 까지 센토체계를 확대운영하는 계획으로 알려지게 되어 전국적으로 대책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면서 전국 연석회의를 결성하게 되었다. 

이날 미 세균전부대 연석회의 결성식에는 ‘주한미군의 세균전부대 전국 배치계획’에 대해 우려를 가진 경남, 경남진해, 대구, 평택, 경기, 부산, 부산남구지역의 시민단체대표와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이장희 한국외대 명예교수, 권정호 변호사, 원동욱 동아대 국제학부 교수 등의 전문가들 포함 26명이 참가하였다. 이들은 8월 15일 서울 미 대사관 앞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고 헤어졌다.

▲ 요구안을 발표하고 있는 김성기 평택평화시민행동 대표 [사진 : 민플러스]
▲ 요구안을 발표하고 있는 김성기 평택평화시민행동 대표 [사진 : 민플러스]

대표자들은 정해진 순서에 따라 ”한미당국과 국회에 대한 요구안‘을 낭독하는 방법으로 발표했다. 발표는 황철하 진해 미군 세균부대 추방 경남운동본부 공동대표, 황순규 진보당 대구시당 위원장, 노정현 부산 미세균전부대 추방 시민대책위 공동대표, 김성기 평택평화시민행동 대표 등이 맡았다.

발표내용은 아래와 같다.

대한민국의 주권과 평화,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주한미군 세균전부대를 추방시킵시다. 

 

국민여러분! 대한민국 영토 내의 주한미군 기지에서 위험천만한 세균전부대가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주한미군은 지난 2015년 탄저균을 밀반입하다가 발각된 바 있습니다. 또한 2019년에는 보톨리눔 톡소이드, 포도상구균톡소이드, 리신 등의 독소를 밀반입 한 것이 들통났습니다.
 

그때마다 미군은 ‘단 한번의 실수였고 앞으로는 그런일이 없을 것이다’며 발뺌을 해왔지만 모두 거짓말이었습니다. 미군은 세균밀반입과 생화학실험실의 존재를 더 이상 숨기기어렵게 되자 ‘생화학무기 방어프로그램’은 방어를 위한 것이라고 사태를 무마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적아를 구분하지 못하는 세균무기의 특성상 ‘공격용세균무기개발’은 ‘탐지능력’과‘백신개발’이 동시에 이루어집니다. 세균무기 특성상 방어가 공격이고 공격이 곧 방어입니다. 미군은 세균에 대해 초보적인 상식만 있어도 알 수 있는 거짓말로 한국민들을 무시하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대한민국 정부는 사태해결은커녕 주한미군에게 제대로된 진상규명조차 요구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위험천만한 주한미군 세균전부대는 10년 가까이 대한민국 영토안에서 나날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 요구안을 발표하고 있는 노정현 부산 미세균전부대 추방 시민대책위 공동대표 [사진 : 민플러스]
▲ 요구안을 발표하고 있는 노정현 부산 미세균전부대 추방 시민대책위 공동대표 [사진 : 민플러스]

 

주한미군은 2013년부터 서울용산, 경기오산, 전북군산, 부산의 주한미군기지에서 주피터(JUPITER)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19년부터는 센토(CENTAUR)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기존의 기지에 더해 대구, 경북왜관, 경기동두천, 경남창원(진해)에 있는 주한미군기지로 확대하여 통합조기경보체계(IEW)를 배치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왜 미군은 한국 영토에서 마음대로 세균전부대를 운영할까요? 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대한민국 정부는 위험성을 알면서도 왜 침묵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불평등한 한미관계와 주한미군의 존재 때문입니다. 미군의 생화학무기 프로그램 책임자는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유리하고 우방국이다”,“또 이 실험은 성공할수도 실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라며 세균을 마음대로 밀반입할 수 있고 또 사고가 터져도 책임질 필요가 없는 곳이 한국이라고 거리낌없이 밝히고 있습니다.

 

국민여러분. 오늘날 대한민국은 더이상 주한미군에게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는 나라가 아닙니다. 우리 국민의 소중한 생명과 안전이 주한미군에 의해 희생될 수 없습니다. 위험천만한 주한미군 세균전부대를 더는 방치해서는 안됩니다. 우리의 주권과 평화, 생명과 안전을 우리손으로 지킵시다.

▲ 요구안을 발표하고 있는 황순규 진보당 대구시당 위원장 [사진 : 민플러스]
▲ 요구안을 발표하고 있는 황순규 진보당 대구시당 위원장 [사진 : 민플러스]

 

주한미군 세균전 부대를 철거시키기 위해 분연히 일어날 것을 호소하며 미국과 한국정부 그리고 국회에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첫째, 미국은 대한민국 영토안의 주한미군기지에서 운영하고 있는 세균전부대와 관련한 일체의 사실을 밝히고 즉각 철거하라.

 

둘째, 대한민국정부는 위 사항을 미국에게 요구하고 관철하라. 또 재발방지를 위해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을 개정하여 미군의 화물도 예외없이 한국정부가 검사하고, 미군의 위험한 무기반입 및 군사작전은 한국정부가 사전에 통보받아 승인하여야 한다.

 

셋째, 대한민국 정부는 대한민국 영토 안으로 생화학무기를 반입하여 국제법 생화학무기금지협약(BWC) 위반한 미국을 UN안보리에 제소하라. 또 한국국내법인 생화학무기금지법을 위반한 주한미군 관련자들을 전원 사법처리하라.

 

넷째, 대한민국 국회는 국민적 요구로 위 사항이 이행될 수 있도록 ‘주한미군 세균전부대 진상규명과 폐쇄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설치하라

▲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는 이장희 한국외국어대학교 명예교수 [사진 : 민플러스]
▲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는 이장희 한국외국어대학교 명예교수 [사진 : 민플러스]

마지막 순서인 이장희 한국외국어대학교 명예교수가 미 세균전 부대의 심각성과 대책마련의 절박성을 담은 요구안에 대한 해설발언이 진행될 때 쯤 결국 청와대로 향하던 수구보수집회참가자들이 무리를 지어 기자회견을 방해하는 소란이 벌어졌다. 그러나 회견 참가자들은 끝까지 침착하게 회견을 마무리 하고  8.15 민족자주대회 장소로 이동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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