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8개 원탁 800여명, 각자 가정, 사무실, 카페 등 에서 화상으로 접속해 진행
- 전국 지역, 전문가 모인 ‘전국연석회의’에서는 주한미군 세균전부대 추방운동 전국화, 국제화 결의해

지난 18일(토) 오후7시.

“외세없는 새로운100년, 부산에서부터! 미 세균전부대 추방을 위한 부산시민 원탁회의를 여러분의 힘찬 박수로 시작하겠습니다”라는 사회자의 선언과 함께 78여개 원탁조, 800여명이 함께 온라인 화상으로 모이는 ‘부산시민 원탁회의’가 성대하게 개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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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의는 지난 해 12월, 주한미군이 8부두 세균전부대 시설을 ‘현장설명회’란 이름으로 공개할 당시, 미군 책임자가 직접 맹독성 세균샘플 반입을 실토한 것에 분노한 부산시민들이 ‘어떻게 하면 이 시설과 부대를 철거할 수 있을지’를 집단적으로 토론하고 결의하기 위해 기획됐는데, 본래 백운포 미 해군사령부 앞에서 대규모로 진행하려던 것을 장마와 코로나19의 우려로 인해 온라인 화상회의로 진행하게 됐다.

본 행사를 기획한 ‘부산 미 세균전부대 추방 시민대책위’는 지난 달 부터 원탁회의에 참가할 조(동아리, 소모임, 분회)를 조직해 왔으며, 민주노총부산본부, 부산여성회, 진보당 등 지역조직과 분회가 있는 단체에서 적극적으로 참가신청을 해 왔다고 한다. 특히, 8부두를 끼고 있는 남구의 ‘감만동(8부두)미군부대 세균무기실험실 철거남구지역대책위’의 경우, 20개 원탁을 조직하겠다는 목표로 주민만남과 단체만남을 진행하며, 아래로부터의 회의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대연우암공동체의 경우, 회의 당일 마을회관에 30여명이 모여 노트북을 열고 참가하는 등 곳곳에서 활기찬 분위기가 넘쳐났다.

회의가 대규모 화상회의 형태로 진행되다 보니 여러 재미있는 일화들도 생겼다. 자기 사무실에서 노트북을 켜놓고 함께 하던 원탁조에서는 사회자의 구호제창 요청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멀뚱히 있는 바람에 사회자가 진땀을 빼기도 했고, 대학생들로 구성된 조가 전체화면에 등장하자 어느 조에서 마이크를 끄지 않은 채 “와~ 젊네”하는 감탄사를 내뱉어 큰 웃음을 주기도 했다.

각 원탁을 책임지는 조장들이 사전에 2시간동안 진행교육도 받고, 준비물도 꼼꼼히 챙겼음에도 당일에는 여기저기서 ‘소리가 안들린다’. ‘인터넷연결이 안된다’ 등의 하소연들이 올라왔다. 하지만, 누구하나 찡그리지 않고, 새로운 형식의 집회문화에 적응하기 위해 애썼으며, 원탁회의를 마치고 나서는 신세계를 경험했다는 평이 줄을 이었다.

이번 원탁회의 생중계 무대는 민주노총부산본부 2층 강당에 마련됐으며, 8개의 원탁을 두고 현장감을 살려 진행됐다, 이 원탁들에는 6.15부산본부, 공무원노조, 대학생겨레하나, 신진문화예술인 등 무대행사 참가자들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첫 순서는 신진문화예술행동 흥에서 직접 만들어 온 보급곡을 함께 배워보는 시간이었는데, 이번 원탁회의를 겨냥해 ‘우리에게 권력을’이란 행진곡풍의 노래를 힘차게 선보였으며, 가사는 아래와 같다.

☞공연영상은 유튜브

우리에게 권력을

신진문화예술행동 흥

 

누가 누구를 대변 하는가

주인이 아닌 거짓된 자들

언제까지 눈 앞에 있는

진실을 왜곡하면서 살아갈텐가

누가 누구를 억압 하는가

주인이 아닌 제국의 자들

이젠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두 주먹 불끈 쥐고서 싸워보자

여기 싸우고 있는 우리에게 권력을

함께 외쳐 나가자 자주의 권리를

여기 싸우고 있는 우리에게 권력을

함께 외쳐 나가자 자주의 권리를

주인이 누구인지 이젠 보여줘야지

어느 누구의 간섭도 없는 새로운 세상을 위해

이어 최근 주한미군 사령관을 고발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부산 민변의 이현우 변호사가 ‘공고한 연대를 통해 반드시 세균전부대를 추방시키자’는 인사말을 전했으며, 부산 남구에 위치한 오륙도아이쿱생협 김영옥 이사는 사무실에서 화상으로 준비한 인사말을 남겼다.

다음 순서로 주한미군 세균전추방을 위한 전국연석회의에 참가한 전국의 대표들이 무대로 나와 차례로 인사를 했으며, 오후3시부터 진행된 전국연석회의 결과를 이장희 한국외대 명예교수가 발표하였다.

이번 전국연석회의는 최근 폭로된 ‘주한미군의 세균전부대 전국 배치계획’에 대해 우려를 가진 경남, 경남진해, 대구, 평택, 경기, 부산, 부산남구지역의 시민단체대표와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이장희 한국외대 명예교수, 권정호 변호사, 원동욱 동아대 국제학구 교수 등의 전문가들 포함 26명이 참가해 진행됐으며, 3시간에 걸친 열띤 발제와 토론을 통해 “주한미군 세균전부대 문제는 ‘생명과 안전, 자주와 평화’를 화두로 ‘전국화’, ‘국제화’로 나아가야 함”에 공감대를 형성했으며, 이에 기초해 아래와 같은 결정을 내렸다.

- 전국연석회의라는 틀을 계속 이어가기로 했으며, 각 지역 세균전부대와 미군기지 현황과 투쟁, 자료 등을 공유하기 위한 소통창구를 마련하고, 지역 집행책임자와 전문가를 포함한 실행위원회를 구성해 사업기획과 집행을 책임지기로 함.

- 전문가 그룹의 여론사업 및 국회 사업 진행(9월 중 국회 토론회 진행 및 특위 구성 논의등)

- 8.15에 미 대사관 앞 항의기자회견을 전국연석회의가 주최해 진행하고, 8.15민족자주대회 대표자회의에 참여하기로 함.

 전국에서 많은 대표들이 모여 회의를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참가자들은 큰 힘이 모이는 것 같아 기쁘다는 반응이었으며, 이후 진행된 전기훈 정책기획위원의 ‘미군 세균전부대 실체’에 대한 10분 발제와 함께 원탁토론을 활기차게 만들어 가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토론은 “주한미군 세균전 부대 어떻게 하면 추방할 수 있을까?”, “하반기 대규모 궐기대회 성사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라는 주제로 심도 깊게 진행됐으며, 각 원탁별로 제출된 의견들은 즉시 심의위원에게 송출되어 아래 10여개의 의견으로 간추려지는 데 활용됐다.

1. 다큐멘터리, 광고, 방송 등 다양한 방법으로 홍보활동을 적극화한다.

2. 세균전부대의 심각성을 알리는 선전을 전면화하자.

3. 온라인 교육영상을 제작해 온라인교육을 활성화한다.

4. 세균전부대추방 강사단을 구성해 찾아가는 교육을 강화한다.

5. 부산뿐 아니라 전국적인 투쟁을 기획하고 확대시켜 나간다.

6. 미세균전부대 감시단을 구성해 일상적이고 지속적인 활동을 한다.

7. 세균전부대 철거를 위한 기층조직(주민조직, 현장조직, 청소년 조직 등)을 건설해 부산시민대책위를 확대 강화한다.

8. 전국연대와 나아가 국제연대를 확대하고 강화한다.

9. 2021년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미세균전부대추방 문제를 모든 후보가 공약화하도록 정치권을 압박한다.

10. SOFA협정 개정운동으로 나아가자.

 

위의 내용 중 3개를 선정하기 위해 회의참가자 전원에게 문자를 발송해 투표를 진행했는데, 1,2,9번 항이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참가자들의 토론과 투표결과를 바탕으로 아래와 같은 역사적인 <부산시민 원탁회의 결정문>이 탄생했으며, 부산지역대학생겨레하나의 ‘바위처럼’ 몸짓공연과 노동예술지원센터 흥의 축하공연을 마지막으로 2시30분에 걸친 대 회의는 막을 내렸다.

<미군 세균전부대 추방을 위한 부산시민 원탁회의 결정문>

1. 202012, 미군 세균전부대 추방을 위한 '대규모 부산시민 궐기대회'를 진행한다.

2. 미군 세균전부대 추방을 위해 전국 지역단체, 전문가등과 함께 '국회토론회'를 개최하고, 이 문제의 전국화, 국제화를 꾀하기 위한 연대모임을 더욱 발전시킨다.

3. 생물무기금지협약 등을 위반해 온 주한미군 사령관에 대한 '부산시민 1천인 고발인단'9월까지 모집해 2차고발을 진행한다.

4. 미군 세균전계획 본질을 정확히 알리는 중,소규모 강연을 풀뿌리단체, 소모임까지 적극적으로 진행해, 12월까지 '부산 미 세균전부대 추방 시민대책위' 소속 단체를 100개로 확대한다.

5. 미군 세균전계획의 본질을 폭로하는 효과적인 방안을 수립해 대 시민 홍보를 백방으로 강화한다.

6. 다큐멘터리, 광고, 방송 등 다양한 방법으로 홍보활동을 적극화한다.

7. 세균전부대의 심각성을 알리는 선전을 전면화하자.

8. 2021년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미세균전부대추방 문제를 모든 후보가 공약화하도록 정치권을 압박한다.

생소한 온라인 화상회의에 참가한 시민들은 운영에 일부 미숙함이 있었지만, 코로나19시대에 새로운 시도로 재미도 있었고, 의외로 집중도도 높아서 2시간이 눈 깜짝할 새 지나갔다고 평했다.

이번 원탁회의를 통해 참가자들은 주한미군 세균전부대를 추방하고 이 땅의 자주와 평화, 생명과 안전을 확보하는 일은 그 누가 아닌 우리가 해야 할 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함께 각인하게 되었으며, 전국으로 세계로 이 운동이 뻗어 나갈 첫 단추를 꿰었음을 확신하며, 향후 이 운동의 주체가 될 것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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