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23일 열린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5차회의 예비회의에서 대남 군사행동 계획을 보류했다.

앞서 조선인민군 총참모부가 밝힌 대남 군사행동은 ▲금강산관광지구와 개성공업지구 시설 철거와 군부대 재배치 ▲철수했던 비무장지대 초소 재건 ▲중단했던 접경지역 군사훈련 재개 ▲대남 삐라 살포 투쟁 군사적 보장이다.

멈출 것 같지 않던 북한(조선)의 대남 공세가 이날 예비회의를 통해 보류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례적으로 예비회의를 공개한 점, 안건 심의를 마친 제5차 회의가 조만간 열린다는 점, 폐기가 아닌 ‘보류’라고 한 점 등으로 미뤄볼 때 남측 정부에 마지막 기회를 준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나서 제5차 회의 때까지 말미를 준 만큼 문재인 정부는 절호의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무엇보다 과거 통일외교 정책 수립 과정에 나타난 오류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먼저, 문재인 정부는 ‘미국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바란다’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는 물론이고 평화로운 한반도를 절대 원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미국으로선 남북이 서로 싸워야 무기도 팔고 주한미군 주둔비(방위비 분담금)도 올릴 수 있는데, 한반도가 비핵화되어 분쟁과 대결이 사라지는 불이익을 미국이 자처할 리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 한반도 평화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야 종전선언을 거부하고 평화협정 체결을 외면 할 때 이미 확인되고도 남았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의 주둔 명분이 사라지고, 지금까지 한국에서 누려온 미국의 지배력이 하루아침에 날아가 버릴 수 있는 위험천만한 모험을 미국은 시도할 리 없다.

미국에 대한 환상이 사라지면 문재인 정부가 비핵화와 평화를 위해 누구에게 무엇을 요구해야 하는지 명백해진다.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가 미국을 등에 엎고 북한(조선)에 비핵화 실패의 책임을 물은 것은 번지수를 한참 잘못 찾은 것이다. 마치 소경이 개천 나무라는 격이랄까.

다음으로, 친미정권이라는 믿음만 주면 미국이 군사작전통제권 등 대한민국의 자주국방을 보장하고 남북관계 개선도 허락할 것이라는 헛된 꿈을 버려야 한다.

전쟁이 끝난 지 70년이 다 되도록 미국이 군사작전통제권을 돌려주지 않는 이유는 대한민국 역대 정부가 친미를 덜 해서도 아니며, 미국 무기를 적게 사줘서도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꿈꾸는 일명 ‘친미자주’ 노선은 일제강점기에 ‘친일을 잘하면 독립할 수 있다’는 주장처럼 이 땅에 존재할 수 없는 가설이다.

자주권은 오로지 항전을 통해서만 쟁취할 수 있는 권리임을 우리 민족은 일제강점기를 통해 충분히 배우고도 남았다.

문재인 정부가 ‘친미자주’ 노선을 버리고 4‧27판문점선언에서 약속한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 자주의 원칙’을 확인한다면, 자주국방과 남북합의서 이행을 위해 한미 워킹그룹의 승인을 받아야 할지, 미국의 부당한 간섭에 저항하고 워킹그룹을 탈퇴해야 할지 명백해진다.

마지막으로, 북한(조선)이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결국엔 미국에 대북제재 해제를 사정할 것이란 착각에서 깨어나야 한다.

미국의 대북제재를 극복하기 위한 북한(조선)의 노선은 이미 여러 차례 밝힌 것처럼 ‘자력갱생’을 통한 정면돌파전이다. 결코 제재 해제를 미국에 사정할 나라가 아니다.

사실 문재인 대통령보다 이런 북한(조선)을 잘 아는 사람도 드물다. 문재인 대통령은 평양에서 시민들에게 “어려운 시절에도 민족의 자존심을 지키며 끝끝내 스스로 일어서고자 하는 불굴의 용기를 보았다”는 말로 과거 북한(조선)이 고난의 행군 시절 미국의 대북제재를 이겨낸 ‘자주노선’을 높이 평가한 바 있다.

하물며 코로나 정국에서 조차 초고속 경제 성장을 거듭하는 북한(조선)이 제재를 피하기 위해 미국에 손을 내미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제라도 평양연설 때 기억이 떠오른다면, 미국에 대북 제재 해제를 사정하러 다닐 대신,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당장 재개하고 철도‧도로 연결 등 이미 합의된 남북 간 경제협력에 매진할 생각이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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