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15분 연극제X인천, 26~28일 인천아트플렛폼

‘이 꽃 그늘 아래서/ 내 일생이 다 지나갈 것 같다/ 기다리면서 서성거리면서/ 아니 이미 다 지나갔을지도 모른다/ 아이를 기다린다는 오분간/ 아카시아꽃 하얗게 흩날리는/ 이 그늘 아래서/ 어느새 나는 머리 희끗한 노파가 되고/ 버스가 저 모퉁이를 돌아서/ 내 앞에 멈추면/ 여섯살배기가 뛰어내려 안기는 게 아니라/ 훤칠한 청년 하나 내게로 걸어올 것만 같다/ 내가 늙은 만큼 그는 자라서/ 서로의 삶을 맞바꾼 듯 마주 보겠지/ 기다림 하나로도 깜박 지나가버릴 생/ 내가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을 때쯤/ 너무 멀리 나가버린 그의 썰물을 향해/ 떨어지는 꽃잎/ 또는 지나치는 버스를 향해/ 무어라 중얼거리면서 내 기다림을 완성하겠지/ 중얼거리는 동안 꽃잎은 한 무더기 또 진다/ 아 저기 버스가 온다/ 나는 훌쩍 날아올라 꽃그늘을 벗어난다. - 나희덕 시인의 시 ‘오분간’ 전문

시인은 ‘어쩌면 지나치게 짧거나 간혹 긴 기다림의 시간. 오분’을 이렇게 시로 썼다. ‘오분’이라는 시간의 길이가 주는 메타포다. 길거나 짧은 5분을 세 번 합친 시간 ‘15분’ 동안에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궁금하다면, <제3회 15분 연극제X인천>에서 길거나 혹은 짧은 15분간의 단막극을 찾을 일이다. 오는 26일(금)부터 28일(일)까지(26일 저녁 7시, 27·28일 낮 3시) 사흘간 인천아트플렛폼에서 열리는 이 연극제는 인천광역시, 인천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후원 아래 ‘15분연극제X인천’이 주관하는 일종의 단막극 페스티발이다.

2014년 시작해 올해로 3회째를 맞는 ‘15분연극제X인천’은 9개 극단에서 100명의 배우들이 참여하며, 인천아트플랫폼 일대의 카페와 로비, 공원, 거리 등 누구나 즐겨 이용하는 공간에서 펼치는 릴레이 단막극이다.

배우들은 이 기간 동안 일상의 공간들을 예술가와 관객이 만나는 소통의 공간이자 문화 예술적 감수성으로 채우는 공간으로 변모시키며 이동하고 관객들은 무대가 아닌 공간에서 배우들의 호흡을 지켜보는 즐거움에 빠진다. 공연이 자유로운 만큼 관람료는 없다. 

이번에 참여하는 단막극은 극단 아트팩토리의 ‘well. did. is, 극단 산으로 간 어부의 ’산타 없음‘, 정의로운 천하극단 걸판의 ’A Bright New Morning‘, 앤드씨어터의 ’뉴턴의 부름‘, 극단 창세의 ’꽥꽥‘, 서울괴담의 ’베아트릭스 포터는 죽어야해!‘, 극단 여행자의 ’이상한 나라로 도망가다‘, 극단 청년단의 ’Eden in chains‘, 신야의 ’빽 투 더 15미닛‘ 등이다.

특히 ‘15분연극제X인천’는 매년 한 작가의 작품을 올리고 작가 초청 포럼도 갖는데,

2014년 1회는 마크 하비(Mark Harvey Levine), 2회 바바라 린제이(Barbara Lindsay)에 이어 올해는 보스턴 헌팅턴극단 소속 작가인 패트릭 개브릿지(Patrick Gabridge)를 초청하고 국제교류 파트너십을 통한 작품 교류와 포럼을 연다. 그를 만나고 싶다면 토요일인 27일 오후 5시50분 인천아트플랫폼 C동 극장으로 가면 된다.

단막극 페스티벌은 극의 시간은 다소 다르지만 미국의 경우 2000개 이상이 매년 개최되고, 우리나라에도 최근 대학로 등을 중심으로 열리고 있는데, 서울연극센터 10분 희곡 낭독 공연, 10분 희곡 릴레이, 미아리고개 예술극장 10분 등의 프로그램이 개발되거나 진행되는 등 새로운 추세로 자리 잡고 있다.

단만극은 장막극에 비해 시간과 금전적 부담이 덜하고 젊은 아티스트들이 실험무대로 활용하며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배우들이 펼치는 15분의 시간을 들여다보고 싶다면 26일 인천아트플렛폼으로 가볼 일이다.

문의 : 예술감독 010-6391-77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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