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현재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88만 명을 넘겼고, 사망자도 5만 명에 달한다.

초기 확진자의 90% 이상을 차지했던 중국(확진자 8만3천, 사망자 4천6백 명)에 비해 10배가 넘는 수치다.

특히 ‘진앙격’인 뉴욕주가 무작위 주민 3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항체 검사 결과 13.9%가 양성 반응을 보였다. 뉴욕주 전체 주민 약 2천만 명을 기준으로 단순 환산하면 270만 명가량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뜻이다. 이는 현재 뉴욕주 공식적인 확진자 수 27만 명의 10배에 달하는 수치다.

팍스 아메리카나로 위용을 떨치던 미국이 어쩌다 팍스 코로나로 전락한 걸까? 

위기 대응 능력 부재가 부른 코로나 재앙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월 26일 “미국인의 감염 위험은 매우 낮다. 독감과 비교할 때 코로나19가 그렇게 위험하지 않다”고 방역에 자신감을 보였다.

당시 중국은 확진자 7만8천 명, 한국은 2천 명을 넘긴 시점이었지만 미국은 겨우 16명에 그친 상태였으니 트럼프 대통령이 큰소리 칠만했다.

하지만 3월 초까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하루 검사 능력이 400건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미국의 코로나 감염 실태에 의문이 생겼다.

게다가 당시 미국은 검사 요건이 엄격하고 비용이 많이 들어 감염 환자들이 무방비 상태로 거리를 활보했다.

이후 세계 최고 수준의 방역 체계를 갖춘 한국에서 코로나19 항체 신속진단키드 ‘SGTi-flex COVID-19 IgG/IgM’를 공급받고 나서야 미국이 최악의 코로나 감염지역이라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다.

뒤늦게 백악관 태스크포스 전문가들은 최대 24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란 예측 모델을 내놨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치사율이 10%가 넘는 조건에서 현재 미국의 확진자 증가 추세로 보아 사망자 수는 1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낙후한 의료체계가 부른 코로나 재앙

한국은 ‘국민건강보험’이고, 미국은 ‘민간의료보험’이다. 한국은 국가가 보험 제공자이지만 미국은 개인이 자신의 안위를 위해 민간 보험 회사와 계약을 맺고, 보험회사가 지정한 병원에 승인을 얻어야 치료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보험료도 만만치 않다. 4인 가정의 평균 의료보험료는 매달 1천 달러(한화 110만 원) 이상이고 치과보험은 따로 들어야 한다.

그나마 ‘민간의료보험’조차 아무나 가입할 수 없다. 민간보험사에서는 가입 심사를 통해 질병 경력이 있거나 진단 중이어서 발병 위험률이 높은 사람은 보험 가입이 거절되기도 하고, 보험료 납부액에 따라 치료와 보상 수준도 다르다.

이처럼 한국과 다른 미국의 낙후한 의료체계는 코로나 재앙을 불렀다.

한국이 ‘국민건강보험’으로 신속한 진단을 통해 누구나 공평한 치료를 받았지만, 미국에서는 코로나가 의심스러워 병원을 찾아도 상상을 초월한 진료비 때문에 뒤돌아 서야 했다.

한국에서 19일 동안 음압 병동 1인실에서 집중치료를 받고 내야 하는 총금액은 거의 1천만 원에 달하지만 본인 부담금은 고작 4만 원 정도다.

반면 미국은 의료보험이 없는 환자의 경우 검사비만 약 한화 429만 원, 보험이 있는 경우 약 150만 원 정도가 든다.

만약 검사해서 양성이 나오면 그 이후가 더 걱정이다. 보험이 있다 해도 몇천 불이 나오고 보험이 없다면 자가치료로 극복해야 할 참이다. 그래서 저소득층에 감염자가 많을수록 큰 혼란이 일어 날 것이 분명하다.

▲ 19일(현지시간) 미 테네시주 내슈빌의 의사당 앞에서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주 정부의 규제 해제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테네시주는 필수 인력을 제외하고 집에 있으라는 명령이 시행 중이나 시민들은 반발하고 있다
▲ 19일(현지시간) 미 테네시주 내슈빌의 의사당 앞에서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주 정부의 규제 해제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테네시주는 필수 인력을 제외하고 집에 있으라는 명령이 시행 중이나 시민들은 반발하고 있다

미국식 극단적 자유주의가 부른 코로나 재앙

지난 19일 미국 각지에서 주 정부가 실시한 ‘사회적 거리 두기’에 반발해 집회 및 차량 시위를 벌였다.

이날 수백 명의 시위대는 “자유가 공포보다 우선한다”, “사회주의보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낫다” 등의 문구가 담긴 플래카드도 펼쳐 들었다.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가까이 붙어 선 이들의 모습에서 국가적 재난은 안중에도 없었다.

외부 활동 자제와 같은 ‘사회적 거리 두기’는 극단적 자유주의가 지배하는 미국 사회에서 통용되지 않았다.

또한 코로나 사태가 커지자 식료 및 생필품 사재기는 물론이고 총기와 총알까지 동이 났다. 위기 상황에서 극단적 개인주의가 민낯을 드러낸 것이다.

사회도 국가도 오로지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만 존재해야 한다는 미국식 자유주의는 이렇게 전염병 앞에서 맥없이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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