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들 “강제집행은 끝 아니라 시작일 뿐” 계속 투쟁 다짐

건물주인 삼청새마을금고의 퇴거요구를 거부하며 두 달 넘게 대화를 촉구해온 북촌 한옥마을의 두 영세가게가 결국 강제집행을 당했다. 그러나 임차인 김영리씨와 김유하씨는 가게를 되찾을 때까지 함께 싸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2일 오전 6~7시 사이 철거용역들은 임차인들에게 예고하지 않고 종로구 북촌로 ‘장남주 우리옷’과 ‘씨앗’ 가게가 입점한 건물에 들이닥쳐 내부집기를 들어냈다. 건물에 강제로 문을 열고 누군가 들어온 것 같다는 보안업체의 연락을 받고서야 두 가게의 임차인들은 상황을 알 수 있었다.

두 영세상인은 급히 현장으로 달려가며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맘상모) 회원 등 지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가게 앞엔 용역업체 직원 20여 명이 접근을 막고 있었다. 결국 모여든 사람들의 저항에도 집행은 완료되고 가게 입구는 판자로 완전히 봉쇄됐다. 격렬한 몸싸움 가운데서 부상자가 발생해 구급차가 출동하기도 했다.

용역 직원들이 간판을 뜯어낼 때 “혹시 모르니 간판만은 뜯지 말아달라”며 임차인들이 울부짖었지만 “우리도 좋아서 하는 것 아니다. 문제가 있으면 삼청새마을금고하고 얘기해라”는 답변과 함께 작업은 계속됐다.

삼청새마을금고는 이전 건물주와 두 임차인 사이에 명도소송이 진행 중이던 건물을 급매입했고 이후 명도소송에서 승소했다. 삼청새마을금고는 인근에 있는 가회지점을 이 건물로 이전하려 하고 있다. 지난해 5월 권리금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한 달 차이로 임대차 계약이 종료된 두 사람은 개정된 법조항의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임차인들은 영업을 계속하게 해주거나 아니면 자신들이 처음 입주할 때 지불한 권리금 7300만 원을 달라고 요구해 왔다. 김영리씨에 따르면 삼청새마을금고는 “법적 근거가 없는 권리금 지급은 할 수 없다”고 했다가 4000만 원 정도는 낼 수 있다는 입장 변화가 있었다. 김씨는 또 “영업을 계속할 경우 건물 1층을 삼청새마을금고와 두 임차인 중 누가 사용하느냐를 두고 의견차이가 좁혀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두 임차인과 맘상모는 강제집행 중인 가게 앞에서 삼청새마을금고를 규탄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가졌다. 정태환 맘상모 운영위원장은 “권리금 보장은 의무적인 적용대상이 아니더라도 바뀐 법조항을 인정해 건물주와 임차인간 원만히 합의된 사례도 많다. 그런데 개인도 아니고 지역사회를 위해 일한다는 삼청새마을금고가 그런 태도를 보이면 되겠느냐”고 규탄했다.

두 영세 임차인은 모두 대출금 상환과 월 임대료를 감당하느라 여윳돈을 모을 겨를도 없었고 권리금도 돌려받지 못한 채 쫓겨난다면 다시 일어설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김영리씨는 “처음 대학로에서 쫓겨날 때 권리금과 시설투자금 2억5000만 원을 고스란히 날리고 이곳으로 왔다. 여기서도 쫓겨나면 이젠 죽는 수밖에 없다. 차라리 건물을 끌어안고 죽겠다”고 절규했다.

김유하씨도 “아버지가 바로 이 가게에서 돌아가셨다. 그런 가게를 물려받아 빚을 갚기 위해 정말 하루도 쉬는 날 없이 일했는데 돌아온 것은 임대료 폭등과 강제퇴거뿐”이라며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두 임차인과 맘상모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북촌로 가게 앞과 삼청로 삼청새마을금고 본점 등에서 상생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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