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희재 화가 전시회를 돌아보며
사람들의 발길은 분주하지만 창으로 보이는 갤러리 풍경은 한적해서 좋은 인사동길, 가나아트스페이스에서는 유독 매혹적인 향기가 흘러나오는 듯하다.
통창에 비친 전시된 그림이 던지는 빛은 그야말로 고혹적인 매력을 발산한다. 기억 속의 춘희를 끌어내는 붉은 색감이거나 신비로운 여인 같은 보랏빛이거나 아픈 기억을 간직한 노란색이 화이트벽에 걸려있다는 것만으로도 행인들의 발길은 저절로 갤러리 안으로 나 있었다.
“꽃은 자연의 욕망 그 자체”이자 “생명이며 아름다움의 잉태”라고 말하는 허희재 작가는 열세 번째 전시회를 연 중견화가다. 세종대 회화과를 졸업한 뒤 초대 및 단체전 등을 포함해 150여 회의 전시회를 가졌으며, 대한민국 미술대전 등 40여회 수상기록과 2013년 올해의 작가상을 받았다.
작가 자신이 아름답고 싶은 욕망을 가진 여성이자, 출산을 경험한 여성으로서 그 모습을 꽃에 환치시키는 작업을 꾸준히 해 오고 있다. 단순히 번식과 생존을 위한 욕망을 넘어, 유혹과 자기 절제의 경계를 넘나들며 타자에게 존재감을 알리는 꽃을 확대하고 이를 바라보는 시선을 작품에 담아냈다.
거대하게 확대되면서 선정적이거나 과장돼 있지만 그것이 꽃이 가진 존재감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꽃’의 확장과 함축을 통해 여성들의 몸속에 핀 꽃을 보여주려는 작가의 의도가 살짝 느껴지는 전시다.
이 전시회는 26일까지 인사동 가나아트스페이스(Gana Art Space)에서 열린다.
권미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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