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근 4.16가족협 집행위장 ‘사생결단식’… 24일부턴 다른 유족들도 단식

‘예은 아빠’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세월호 특별법 개정 등을 촉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한 지 3일째. 19일 오전 광화문광장 세월호농성장에서 그를 만났다. 유 집행위원장은 천막 아래 노란색 티셔츠를 입고 딸 예은양의 단원고 명찰을 목에 걸고 앉아 있었다.

유 위원장은 이번 무기한 단식농성에 ‘사생결단식’이란 이름을 붙였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 6월30일 세월호 특조위 활동을 강제 종료시켜 침몰 위기에 놓인 세월호 특조위의 활동기간을 연장하기 위해 모든 걸 걸겠다는 결의를 표현이리라. 그는 “여당이 주장하는 것을 그대로 수용하면서 그걸 ‘합의’라고 하는 걸 이해할 수 없다”고 야당을 질타했다. “새누리당은 말하고 싶지도 않다. 우리가 바라볼 수 있는 건 국회이고 야당인데 야당이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해)수없이 약속한 대로 제 역할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유 위원장은 2년 전 2014년 여름에도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놓고 26일 동안 단식농성을 한 적이 있다. 아래 상자는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 시퍼런 결의가 서린 ‘사생결단식’ 이름 때문에 긴장했는데 예상보다 담담해 보인다. 2년 만에 다시 무기한 단식 농성을 하는 심경은?

“해야 되는 일이기에 한다. 2년 전 단식할 때도 장기전을 예상했다. 아직 2년밖에 안 지났다. 쉽게 끝날 것이라 생각은 안 했지만 조금씩 진전은 있을 것이라 바랐는데 그렇지 않은 점이 답답하다.”

- 무기한 단식을 결심한 결정적 계기는?

“여소야대가 된 20대 국회에서는 많은 변화가 있을 거라 기대하고 희망을 가졌다. 실제로 지난 3~4개월 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지금처럼 되면 특조위도, 진상규명도 물거품이 될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야당을 믿고 의지했는데 기대가 엇나가서 당황스럽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단식은 야당의 변화와 행동을 촉구하기 위한 목적이다.”

-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8월 임시국회에서 새누리당과 논의한 내용이 왜 이렇게 미온적이라고 보나? 

“이런 질문 계속 받는데 우리가 알 수가 없다. 처음부터 안 된다고 한 것도 아니고, 수많은 약속을 했음에도 집단적인 노력이나 시도는 없다. 거꾸로 여당에서 주장하는 것을 그대로 수용하면서 그걸 ‘합의’라고 표현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

- 원내교섭단체 합의 내용을 보면 선체조사를 하겠다는 말만 있지 특조위 등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책이 없다.

“세월호 선체조사를 별도의 기구가 맡을 수도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엄연히 특조위가 있고, 특조위 활동기간도 충분히 남아있다. 진상규명을 위해 특조위를 만들고 특별법 만든 거 아닌가. 정부가 그렇게(특조위 해체) 몰고 가더라도 호통치고 바로잡아야 하는 게 국회 아닌가."

- 다른 4.16 가족들도 단식 농성에 동참할 계획인지?

“다음주 수요일부터 가족들이 같이 할 예정이다.” 

- 이 절박한 외침이 국민에게 제대로 들리고 있다고 보나?

“극단적으로 나뉘어져 있다. 관심있는 시민들은 너무나 잘 알고 지지한다. 그러나 내용을 잘 접할 수 없는 시민들의 경우엔 주요 언론사가 보도를 안 하니 문제가 가려지고 사람들이 모른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이 문제와 관련해 책임져야 할 사람들과 책임있게 이 일을 이끌어가야 할 사람들, 예컨대 국회의원들이나 정부는 이 상황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세월호와 특조위를 폄훼하고 호도하는 무리들도 있다. 희망을 걸고 계속 싸움을 해나가려면 바라볼 게 있어야 하는데 우리한텐 그게 국회이고 야당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 4.16 상황실 앞에 8월1일부터 지속된 지지단식 현황을 알리고  국회의원에게 엽서쓰기를 안내하는 게시물 등이 붙어있다.

이날 유 위원장과 함께 단식농성을 한 세월호 특조위의 조희정 조사관은 선체인양 현황을 걱정했다. 그는 “지난 14일 해양수산부가 밝힌 데 따르면 평형수에 구멍 34개를 추가로 뚫고 양을 측정하지도 않은 채 물을 빼낸다고 한다. 평형수는 매우 결정적인 증거이다. 선체인양이 쉽지 않은 작업이라는 것은 알지만 미수습자나 증거보존보다 배 들어올리기에 편한 방법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진상규명을 위한 증거가 손상되거나 사라질 것을 크게 우려했다.

최근 세월호가족협의회 회원 6명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를 만나거나 김상곤 당대표 후보가 광화문광장의 세월호 농성장을 방문해 단식 중인 유 위원장을 만나기도 했다. 세월호 특조위와 4.16가족협의회는 별도의 기구가 아닌 특조위가 선체조사를 할 것과 세월호 특검 의결 등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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