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마트노조 ‘온라인배송지회 준비위원회’ 출범

대형마트 온라인 배송기사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홈플러스 온라인 배송기사들은 마트산업노동조합에 가입하고, 지난 23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온라인배송지회 준비위원회로 출범을 알렸다.

홈플러스에는 1000여 명의 배송기사가 일하고 있다. 대형마트의 온라인매출이 증가함에 따라 배송차량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최근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온라인매출은 더욱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는 배송기사들의 현실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마트노조에 따르면, 홈플러스 배송기사들은 오전 10시부터 저녁 10시까지 하루 12시간씩 일한다. 제대로 된 휴식시간을 누릴 수 없고, 배송시간을 쪼개 차에서 쉬기 일쑤다. 끼니를 거르는 일도 허다하다.

강도 높은 육체노동도 기사들을 괴롭힌다. 중량물 제한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 무거운 물건을 들고 나르며 쉼 없이 배송이 이어지고, 일하다 다치거나 교통사고로 당해 치료라도 할라치면 자신을 대신해 일할 용차비용이 만만치 않다. 하루 15~20만 원을 기사들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제대로 쉬지도 못한다. 경조사는 물론, 심지어 예비군·민방위 훈련에 가는 날도 배송기사가 용차비용 지불해야 한다.

이렇게 일하고 받는 한 달 250만원 가량의 기본운송료는 배송기사들의 월급이나 다름없다. 차량 할부금 70만 원, 보험료 20만 원 등을 제외하면 겨우 최저임금 수준만 남는다. 하루 12시간, 주 6일을 일해도 연장수당·휴일근무수당이 없다. 이직을 고민하는 기사들이 많지만 차량구입비 등 이미 발생한 비용 때문에 쉽게 그만둘 엄두를 내지 못한다.

마트노조는 “대형마트 온라인배송기사는 대형마트의 업무매뉴얼과 지시에 따라 일하는 사실상 대형마트에 속한 노동자임에도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노동자로서의 권리는 배제되고 차별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배송물량이 증가하고 노동강도 역시 기존보다 심각하게 늘었지만 배송기사들에 대한 보호 장치도, 제대로 된 보상도 없는 상황이다.

▲ 23일, 마트노조 온라인 배송지회(준) 출범대회 모습. [사진 : 마트노조]
▲ 23일, 마트노조 온라인 배송지회(준) 출범대회 모습. [사진 : 마트노조]

이날 출범대회에서 배송기사들은 “노동조합으로 뭉쳐 열악한 현실을 바꾸고, 당당한 노동자의 길을 가겠다”고 선포했다.

정민정 마트노조 사무처장은 “온라인배송지회 준비위원회는 배송기사들의 불합리한 노동현실을 바꾸기 위해 출범했다”면서 “대형마트에 당면한 코로나 19와 관련된 대책수립을 요구하고 11대 과제 실현을 위해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11대 과제의 내용은 ▲중량물제한 ▲운송료 현실화 ▲경조사 및 공가 보장 ▲쉴 권리보장 ▲갑질 근절 ▲교통사고 시 본인 부담 최소화 ▲배송시간 개선 ▲원거리 배송 개선 ▲앱 개선 ▲광고비 지급 등이다.

준비위원회는 홈플러스는 물론 롯데마트, SSG.COM(신세계 이마트 온라인쇼핑몰)까지 배송기사들의 가입을 확대해 올해 상반기 온라인배송지회를 정식 출범하고 대형마트와 교섭을 통해 온라인 배송기사의 권익을 실현하기 위한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준비위원회는 첫 행동으로 오는 26일 오전, 대형마트 3사(홈플러스·이마트·롯데마트)에 온라인배송기사들에 대한 코로나 관련 대책 수립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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