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기 빈민스토리(26)

▲ 노점상에 대한 배제와 혐오가 바이러스처럼 번지고 있다.[사진 : 필자 제공]
▲ 노점상에 대한 배제와 혐오가 바이러스처럼 번지고 있다.[사진 : 필자 제공]

1. 가난은 무엇이고 누가 가난한가? 

노점상에 대한 탐구를 위해 몇 가지 원론을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우선 노점상이 가난한 사람들이라면 문제를 구조적인 시각에서 바라봐야 하고 이에 대한 정의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렇다면 도시 빈민은 누구인가? 이들은 최저생계비 수준 이하의 소득으로 살아가고 있는 절대빈곤의 상태에 놓여있는 사람과 전체 인구의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이에 50%에 해당하는 사람들로 이를 상대적 빈곤으로 정의를 내리기도 한다. 이밖에도 직업별로 살펴보면 노동할 능력과 의사가 있는 ‘경제활동인구’ 임에도 사회 구조적으로 임노동체계 외곽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을 들 수 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은 피자 박스를 접는 일로 생계를 유지하는 일가족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데 이들처럼 가내 하청 부업, 폐지수집을 해 내다 파는 사람들,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 길거리 노점상과 영세자영업자로 일을 하는 사람들 가운데 가난한 사람들이 많다. 이 밖에도 노동력을 제공하고 받은 임금으로 생활을 유지하는 노동자 가운데 일용직과 계약직 또는 파견직과 시간제 노동 등 정규직보다 열악한 대우와 불안정한 고용으로 일을 하는 가난한 노동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공통으로 반지하나 쪽방 등 불안정한 주거 상태에 놓여있으며 사회안전망과 복지의 부재로 혜택을 받지 못하거나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심지어 배제된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1) 
이러한 기본 시각을 중심으로 ‘가난의 출발’이 어디에서 시작하는가 다시 살펴보도록 하겠다. 

2. 상대적 과잉인구와 노점상

먼저 ‘상대적 과잉인구론’ 에 입각한 관점이다. 이는 각 단계 사회의 이행과정을 설명해 주는데, 인간사회의 발전이란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상호작용을 통해 하부구조의 변화로부터 진행된다고 본다. 특히 역사의 변화는 그 생산양식의 기본적인 생산관계에서 직접적으로 생겨난 경제법칙을 축으로 전개되는데, 현대의 생산양식은 자본가에게 고용된 노동자의 노동력에 의해 생산과정에서 생산되는 ‘잉여가치’를 통해 자본의 축적과정이 이루어진다. 자본가는 초과이윤의 획득을 위하여 노동생산력을 증가시키기보다는 발전된 기술을 채용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자본의 기술적 구성에 있어서 생산수단을 둘러싼 ‘불변자본’의 양을 상대적으로 증가시켜나가고 노동의 양 다시 말해 ‘가변자본’을 감소시켜나간다. 이는 필연으로 '자본의 유기적 구성'의 고도화를 수반한다. 결과적으로 자본주의적 축적은 여분의 남는 노동인구를 배출하게 되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상대적 과잉인구’ 즉 산업예비군과 불안정 노동인구가 불가피하게 늘어나게 된다. 

한편 경기순환에 따라 자본축적이 확장되는 동안에는 일시적으로 임금이 상승하고 실업이 감소하지만 이러한 임금상승은 궁극적으로 자본가의 이윤 축소로 이어진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또다시 노동자를 기계로 대체하거나 임금을 하락시키고 노동시간과 노동강도를 높여 이윤을 회복하려 하지만 과잉된 생산이 축적되면서 경기침체를 불러오게 된다. 자본주의가 진전됨에 따라 이에 대한 비율이 반복적으로 쌓여가고 이러한 ‘누진적 증가’는 자본의 축적에 수반되는 ‘이윤율 저하’의 경향에 의하여 한층 더 강화된다. 자본축적의 결과로 가난한 이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필연적 모순으로 노점상과 같은 직업은 상대적 과잉인구에 따른 불안정 노동인구의 결과물이 된다. 상대적 과잉인구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일차적으로 자본의 원시적 축적 과정에서 발생하는데, 16세기 중기부터 산업 혁명 때까지 서구 자본주의에서 지배적으로 등장한다. 독립된 다수의 수공업자가 동일 자본의 관리 아래에 놓이고, 생산자와 생산수단의 역사적 분리과정이 진행되면서 농민에게서 떨어져 나와 새로이 일어나는 자본주의적 생산 발전 과정에 참여하게 된다. 이렇게 완성된 자본주의적 축적과정에서 도시화가 진행되고 규모에 비례해 필요 이상으로 상대적 과잉노동자 인구가 창출된다. 그러면서 상대적 과잉인구에는 내재적으로 잠재적, 유동적, 정체적 형태와 피구휼 빈민 등으로 세분된다.2)

첫째 ‘잠재적 과잉인구’는 농업이 자본주의화 되면서 축적됨과 동시에 농민에 대한 수요는 절대적으로 감소한다. 대신 폭발적으로 늘어난 노동자는 도시로 몰려들고 취업기회를 기다리며 저임금을 받거나 또는 유보된 형태로 농촌에 머무르게 된다. 노동시장은 자본이 필요로 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인구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들을 산업예비군으로 활용한다. 이것을 잠재적 과잉인구라고 한다. 농업의 자본주의적 경영에 따라 농업에서 배제되어 도시의 공장 노동자로 전환되는 과정에 놓인 농업노동자 인구를 가리킨다. 

두 번째로 ‘유동적 과잉인구’로 이제 자본은 더 많은 이윤을 얻기 위해 또 다른 자본과 경쟁에 놓이며 덩치를 불리게 된다.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많은 자본을 축적하고 생산 과정에서 잉여가치의 증식을 통해 또 다른 자본가를 파산에 이르게 하며 집중을 이뤄 내게 된다. 이는 점차 대자본가와 다수의 노동자 민중으로 양분된다. 이 과정 속에서 방출되거나 때로는 흡수되면서도 취업과 실업을 오고가는 노동자층을 중심으로 유동적 과잉인구가 형성된다. 

그리고 세 번째로 이제 자본은 집적과 집중을 통해 거대자본으로 성장한다. 이 과정 속에서 억압과 착취는 강화되고 새로운 이윤을 쫓기 위해 도시는 심각한 개발에 직면한다.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와 사회적 생산 사이의 모순은 심화되고 갈등은 늘어난다. 현역 노동자지만 산업구조정으로 일자리는 불안정해지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양분되어 격차는 벌어진다. 
노동자계급의 일부를 이루지만 가난한 생활을 하는 ‘정체적 과잉인구’가 발생한다. 노동력의 ‘마르지 않는 저수지’를 자본에게 제공하는 역할을 하지만 많은 이들이 취업하지 못하며, 전근대적인 고용 관계로 단체협약이 불가능한 열악한 근로조건에서 일하는 영세업체 노동자, 영세자영업 종사자 또는 노점상, 가내노동자 및 폐지수집과 파출부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게 된다. 

마지막으로 ‘피구휼 빈민’을 들 수 있는데 이는 상대적 과잉인구의 가장 바닥에 존재하는 노동 무능력자로 노숙인과 홈리스 등 절대적 빈곤층에 해당된다. 이들은 자본이 축적되는 과정 속에서 초기 잠재적 또는 유동적 과잉인구에서 발생하지만 점차 정체적 과잉인구로 이행하며, 궁극적으로 사회 저변에 광범위하게 누적된다. 우리 한국사회는 IMF 구제금융 이후 폭발적으로 등장하였고, 최근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피구휼 빈민’ 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상대적 과잉인구론은 자본의 축적 과정에서 다양한 형태로 드러나며 가난을 전체 총자본과 이에 대항하는 주체의 입장에서 분석하고 노동자 계급으로 각성하여 저항하고 성장하게 만든다.

▲ 한겨울 포장마차는 삭막한 도시에 온기를 불어 넣는다.[사진 : 필자 제공]
▲ 한겨울 포장마차는 삭막한 도시에 온기를 불어 넣는다.[사진 : 필자 제공]

3. 비공식 부문론 과 노점상 

가난을 정의하고 개념을 살펴보는 것은 한국사회의 성격을 규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과거에는 대체로 자본의 발전이 더딘 제3세계나 개발도상국의 특수성에 맞춰 한국사회를 이해하고 도시빈민을 해석하며 문제를 설명해 나갔다. 남미 종속이론가들을 중심으로 나타난 ‘주변화론’이 각각 다른 배경과 관심에서 등장하였고 이러한 관점은 자본의 성장이 더디고 미흡한 상태이기에 전근대적인 생산체계인 농경제사회로부터 파생되는 농민과 도시빈민을 하나의 ‘독자적 계급’으로 보는 시각이 나타난다. 그러나 80년대를 거치면서 위와 같은 견해는 수정이 되어 ‘비공식 부문’으로 재구성된다.3) 이 이론의 등장은 1971년 국제노동기구 ILO에서 K.하트가 용어를 채택하면서부터 출발한다. 비공식부문은 실물자본과 인적자본 및 기술이 제한된 상황에서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고용과 소득의 창출을 주목적으로 하는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 및 분배에 관여하고 있는 소규모 단위의 부문에서 이루어진다고 본다. 그는 공식부문을 ‘고정된 보수를 받는 정규직 노동이 행해지는 임금취업자’로 정의하는 데 비해 비공식부문을 ‘불안정한 자영업자와 불완전 취업자를 중심으로 보수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여러 부문에 취업하여 생계를 유지하는 자’로 정의하고 있다.4) 

그동안 비공부문에 대한 논의가 개발도상국 중심으로 전개되었고 빈곤층의 증가로 이어진다고 보았지만 비공식부문이 다양하게 전개된다는 새로운 시각이 등장한다. 빈민과 주변적 계급 간에 연관성을 보이면서도 이들을 동일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비공식 경제의 실제 규모를 가늠하는 것은 매우 어려우며 IMF 추정치로는 1988–2000 동안 모두 OECD 국가, 21개 선진국 GDP의 14-16%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선진국에서도 비공식 경제 규모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5)

이들 가운데 일부는 일정한 소속이 없이 ‘비전속’, ‘자유 계약자’, ‘자유 기고가’, ‘자유 활동가’로 순화되어 나타나고 있으며 컴퓨터와 인터넷 산업의 발달로 프리랜서 혹은 투잡의 이름으로 재택근무를 하거나 제한된 영역에서 고용되지 않은 채 소프트웨어 설치, 웹사이트 디자인과 같은 등록되지 않은 경제 활동이 발생한다. 이렇게 비공식 경제로 간주하는 활동가운데 공식경제의 활동과 연결되어 있으며, 비공식적 공급망의 역할을 하거나 공식 부문에서 재택근무 노동자 하청을 맡기는 경우가 있고, 두 영역 간 중간상은 생산운영에 역할을 수행하는 등 경계가 불분명하거나 복잡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비공식 부문은 공식 산업부문에서 조세 회피, 규제 비용 감축을 위해 생산활동을 비공식화하는 경우도 있으며, 비공식적으로 업체 종사자나 장인들이 불법적으로 의류, 가구 산업 등에 고용되거나 가내수공업, 소규모 작업장, 가족경영 등을 통해 운영하는 경우가 비공식 부문의 새로운 형태로 존재하기도 한다.

한편 이러한 비공식성은 개인을 기회로써 청년에게는 성공 신화로 포장하여 나아간다. 국가는 의도적으로 비공식성에 대한 긍정적 기회를 부여하고, 사회적 협치를 통해 갈등을 최소화하거나 상생과 자원에 대한 합의를 끌어낼 거라는 믿음이 도출된다. 한국에서도 일례로 장기적인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부동산 건설 붐이 퇴조하자 기존의 개발 위주의 사업에서 ‘도시재생 산업’으로 전환 되고, 지역 주민운동 조직이 다투어 ‘마을 만들기’와 함께 가내수공업과 같은 비공식 부문을 이용한 사회적 기업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러한 시각은 기본적 필요를 제대로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발적이고, 창조적’이라는 식의 희망이 궁극적으로 가능한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무엇보다 불안정 노동관계를 은폐하고, 비생산적인 부문에서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애쓰지만, 이들에 대한 제한적인 지원조차 오히려 저임금 구조를 만든다. 서로 간에 자조, 자립 공동체를 강조하지만 궁극적으로 국가의 역할을 최소화하고 가난의 책임을 스스로 전가하며 사실상 실업률을 무의미하게 하여 빈곤을 은폐하게 된다.

한편 한국에서는 노점상이 비공식 경제 활동 중 가장 먼저 거론되어 왔는데 그동안 비공식 부문이 자본주의적 경제발전 과정에서 점진적으로 공식경제에 통합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따라서 노점상의 등장은 과도기적인 현상으로 대체로 정부가 무시하거나 지속적이지 못한 대책으로 일관하였고, 심지어 탄압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한국에서도 비공식 부문의 관점이 변하기 시작한다. 노동시장의 유연화로 ‘공식 부문의 비공식화’가 확대되어 나가고, 공식 부문 노동자와 비공식 부문 간 임금 격차에서 차이가 없으며 무엇보다 도시를 둘러싼 인권 의식이 높아져 폭력적 단속만으로 한계에 부딪히자 정부와 자치단체는 대책 마련에 주력하게 된다.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노점상에 대한 관리대책 그리고 상생위원회의 운영, 이를 통한 노점상 실태조사와 노점상 가이드라인이 등장하는 것은 위기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당연한 결과라 볼 수 있다. 하지만 도시에서 비공식 부문이 증가하고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은 궁극적으로 이 사회가 위기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우리시대 가난에 대해 그리고 상대적 과잉인구와 비공식부문론에 대해 언급하는 이유는 노점상 운동의 방향을 설정하는데 중요한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다음 회차에서는 ‘도시공간론적’ 관점에서 노점상 운동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본문주석]

1) 최인기, 가난의 시대, 동녘출판사, 281쪽

2) 최우익, ‘한국 사회 도시 반프롤레타리아의 사적형성과정에 대한 일 연구’ 서강대학교 사회학과 논문 1989년.

3) 이 글은 필자가 동녘출판사, 가난의 시대를 통해 시론적으로 다뤘다. 대표적으로 이러한 주장은 김영석의 ‘도시빈민론’과 ‘한국사회성격과 도시빈민운동’아침출판사, 등이 있다. 

4) 정동익,《도시빈민 연구》, 아침, 57쪽. 비공식부문은 현재까지 다양한 관점으로 지속적으로 검토 되고 있다.

5) 한국도시연구소 세미나 Urban informality: Toward an epistemology of planning  저자: Ananya Roy 발제자: 황진태 

필자 최인기는 ‘민주노점상전국연합과 전국철거민연합’으로 결성된 ‘빈민해방실천연대에서 수석부위원장’ 을 겸임하고 있다. 

현장을 지키며 카메라를 드는 이유는 ‘더불어 사는 사회, 차별 없는 사회’를 꿈꾸기 때문이다. 

사진 책《청계천 사람들 : 리슨투더시티》외 도시빈민 관련된《가난의 시대 : 동녘 》와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 : 동녘 》 

《그곳에 사람이 있다 : 나름북스 》공저로《누리하제 : 노나메기》등의 책을 썼다.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