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당 노원구위원회가 말하는 ‘우리 주민, 우리 당원’

민중당이 지난해 12월20일 ‘국민의 국회 건설 운동본부’를 발족한 후 국회특권 폐지를 위해 ‘국회의원 특권폐지법’ 국민발안 위원 모집을 시작한 지 두 달이 가까워지고 있다.

서울지역에서 가장 활발한 모집사업이 벌어지고 있는 곳은 노원구.
민중당 노원 당원들은 주민들 속에서 ‘국회의원 특권폐지법 국민발안 위원’ 신청서를 받으며, “국회의원 특권에 대한 주민들의 분노를 느끼고, 주민들을 깊이 사귀고 있다”고 말한다. 노원 당원들이 말하는 “기적 같은 이야기”를 들어보자.

‘국회의원 특권’을 보는 주민들의 분노

“나는 아까 했는데. 국민들이 살아있다고, 지켜보고 있다고, 바보가 아니라고 국회의원들한테 말 좀 해줘요!”
“우리는 이렇게 경제가 어려워서 너무 힘든데, 어떻게 국회의원들은 재산을 1억 1500만 원씩이나 증식할 수 있나요? 진짜 너무하네.”
“월급을 이만큼이나 받아가면서 일은 안 하고 있었단 말이에요?”

발안위원 모집 활동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스피치”라고 당원들은 말한다. 특히, 주민들이 많이 오가는 시간엔 더욱 그렇다.

“국회의원이 어떤 특권을 누리고 있는지, 이것이 왜 문제인지 소리 높여 이야기하면 가던 길을 멈추고 함께 해주시는 분, 일을 보고 다시 돌아가는 길에 해주시는 분, 심지어 갔던 길을 되돌아와 해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비오는 어느 날, 석계역 2,3번 출구 아래에서 발안위원 모집 활동을 하는 한 당원에게 누군가 어깨를 툭툭 치더란다. “이거 어디서 하는 거예요?” 놀란 당원이 고개를 돌려보니 좀 전에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셨던 30대 여성 주민이다.

“아! 민중당 국민의 국회 건설운동본부에서 하는 거예요. 그런데 가셨다가 다시 오신 거예요?”

“네. 지나갈 때 국회의원 특권 폐지를 얘기해서 다시 돌아왔어요. 국회의원들이 너무 일을 안 하는데 받는 것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일 안 하는데 세금으로 월급을 준다는 것이 너무 화가 나네요. 우리는 매일 지옥철 타고 출근해서 하루종일 일 하는데...” 여성 주민은 국회의원의 월급에 대해 분노하며 “국회의원들이 제발 좀 상식 밖의 일 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아낌없이 해주며 발안위원에 신청했다.

▲ 서울 노원 공릉동, 경춘선 숲길 인근에서 ‘국회의원 특권폐지’ 발안위원을 모집하고 있다.
▲ 서울 노원 공릉동, 경춘선 숲길 인근에서 ‘국회의원 특권폐지’ 발안위원을 모집하고 있다.

40대 여성 주민은 발안위원 신청 가판대에 찾아오더니 “저 이거 석계역에서 했는데 또 해도 되나요?”라고 묻는다. “이미 신청하셨으면 안 하셔도 돼요. 감사합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거 꼭 했으면 좋겠는데, 여기 마트 이용하는 사람들이 다 하면 진짜 좋겠네요. 왜 안 할까요? 해야 하는데....” 자신이라도 나서서 더 많은 주민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싶었던 주민은 안타까운 마음에 “온라인으로 할 수 있냐”고 묻곤 “가족들한테 꼭 받겠다”면서 길을 재촉했다.

“진짜 해도 해도 너무하네!”
월계동 대형마트 앞에서 발안위원을 모집하던 당원 앞으로 60대의 남성 주민이 다가왔다. 당원은 순간 긴장했다. ‘우리 활동을 반대하는 분인가? 어떻게 하지…’라고 고민하던 사이 코 앞까지 다가온 주민과 마주했다.

“아니, 아까 하는 얘기 들었는데. 국회의원들은 왜 이렇게 돈(월급)을 많이 받는 거야? 뭘 한다고. 내 참 어이가 없네.” 반대하는 것이 아닌, 역시 국회의원들의 특권에 대해 분노하는 주민이었다.
“아이고 정말 왜 그러는 거야? 왜 그러는지 알아?”
“국회의원들은 본인들이 월급을 정하는데...”라고 말을 잇기도 전에, “뭐라고? 왜? 당연히 우리 세금으로 월급 주는데 왜 지네들이 정하는 거야? 일이나 똑바로 하지”라는 말과 함께 발안위원에 동참했다.

저녁 늦은 시간까지 발안위원 모집을 하다 보면 음주한 주민들을 만나기도 한다.
“나는 진짜 국회를 싹 다 엎었으면 좋겠네!” 50대 아저씨가 가판대에 다가와 말한다.

“나는 정말 화가 나는 게 뭐냐면... 국회의원들은 지네들이 안 하고 싶으면 안 하잖아. 죽어도 안 하잖아. 국회도 안 나오고. 왜 안 하냐고. 싫어도 해야 하는게 있는 거지. 국민들 위해서 일하라고 뽑아놨더니 지네들 마음대로 하잖아. 나는 그게 싫어. 진짜 싫어. 우리 같은 사람은 하기 싫어도 일하잖아. 어쩔 수 없잖아. 가족들 먹여 살리려면 해야 하잖아. 그치? 근데 왜 그러는 거야. 국회의원들은!!” 한껏 불만을 표출하며 발안위원 신청서를 작성했다.

이렇듯 주민들은 이미 국회에 대한 분노가 높았고, ‘국회의원’이라는 특권을 자신들의 배속 챙기기에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가장 크게 분노했다.

▲ 저녁 늦은시간에도 발안위원 모집은 이어진다.
▲ 저녁 늦은시간에도 발안위원 모집은 이어진다.

“저거 해야 해요!” 주민이 주민을 조직하다

동네 곳곳에서 발안위원 모집사업을 벌이고 있는 민중당을 만나는 주민들. 이미 발안위원에 신청한 주민들은 민중당을 다시 만나면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옆에 있는 주민들을 발안위원으로 스스로 조직하기도 하고, 민중당에 소개하기도 한다.

사슴아파트 사거리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경춘선 숲길이 시작된다. 사슴아파트와 성원아파트 사이에 있는 숲길에서 산책하고 운동 나온 주민들에게 발안위원 모집 활동을 진행하던 때.

한 주민이 걸어오더니 “나 저기 사거리에서 했어요. 너무 좋아 이런 거”라며 활짝 웃는다. 그러면서 옆에 있던 중년의 부부에게 “저거(발안위원) 하셨어요? 하세요. 저런 거는 해줘야 해”라고 제안했고 당원은 부부에게 후다닥 뛰어가 서명을 받았다.

공릉역에서 퇴근길을 서두르는 주민들에게 발안위원을 홍보하던 중, 한 할머니께서 머뭇거리며 당원들에게 다가온다. 오던 길에 지나가는 다른 주민에게 “이거 같이 합시다”라고 설득해 기어이 함께 발안위원을 신청하고 되돌아갔다.

우이천에서 만난 또 다른 할머니.
초안산 아파트에 산다는 할머니는 “국회의원 월급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국회에 나오지도 않는데 월급 받는 것이 말이 되냐”고 언성을 높이곤 발안위원이 되었다. 그리곤 “저기 다리 밑에 가면 할머니들 많으니까 가서 받자”고 하면서 당원의 손을 이끈다. 장소에 도착하자 할머니는 다른 할머니들에게 ‘국회의원 특권폐지’에 대해 직접 설명하고 “이렇게 좋은 거 빨리하라”고 독려했다.

▲ 주민에게 발안위원 모집을 설명하는 최나영 민중당 노원주민직접정치 운동본부장.
▲ 주민에게 발안위원 모집을 설명하는 최나영 민중당 노원주민직접정치 운동본부장.

생애 첫 당적을 민중당으로

지난 여름 노원 당원들은 지역 곳곳에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서명을 받기도 했다. 당시 서명을 해주던 주민 중에 “뭐든 내가 도울게요!”라고 말했던 주민이 생각났던 한 당원은 그 주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주민은 “민중당 파이팅!”이라는 말로 첫 인사를 대신했다. 주민은 그때 만난 당원의 연락처를 저장해둔 것이다. 주민과 만날 약속을 잡고 직접 만났다.

당원은 주민에게 “우리 당이 돈도 없고, 아직 힘도 없는 당이지만 이렇게 공감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한 명 한 명의 주민이 가장 귀하다. 그래서 꼭 다시 뵙고 싶었다”고 인사했다. 그리고 그간 전하지 못한 민중당의 활동, 국민발안위원 서명 등을 소개했다.

주민에게 돌아온 답은 “제가 뭘 하면 되나요?”라는 질문이었다. “당원에 가입하시겠어요? 서명을 많이 받는 것, 후원을 받는 것 등등도 있지만 결국 사람의 힘을 모으는 게 최고인 것 같아요. 당원으로 함께 해주시면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라고 하니 흔쾌히 당원으로 가입했다. 민중당을 응원하던 주민에서 민중당 당원이 된 것이다. 주민은 첫 당적을 ‘민중당’으로 선택했다.

만남을 마치고 신입당원과 헤어진 후 문자를 받았다.
『월 당원비가 적어서 창피합니다. 형편 따라 특별당비 납부할테니 어렵더라도 파이팅하십시오. 소주는 자주 나눠요~~』

지난 여름, 국민소환제 서명이 인연의 시작이었고, 주민과 소통을 놓치지 않고 꾸준히 이어가던 정성과 주민의 마음이 결국 통한 것이다.

노원 당원들은 ‘국회의원 특권폐지법 발안위원’을 모집하며 ‘우리 주민’, ‘우리 당원’의 힘과 ‘직접정치’의 교훈을 얻어가는 중이다.

“주민의 직접정치! 우리 당이 가기로 한 길입니다. 그 길을 열어내는 것은, 많은 주민이 ‘직접정치를 하겠다’ 마음먹고 우리와 함께 하는 분들이 많아지는 것이고, 결국 우리 당의 당원이 많아지는 것이겠지요. 주민 직접정치의 힘을 믿고 있으니 주민께 당원제안도 할 수 있었던 것이고, 이 마음이 결국 소중한 당원을 얻는 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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