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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우리는 민주주의의 근본 원리에서 시작해 자유주의적 대의제와 독재라는 두 가지 형태의 왜곡, 정당 내부 민주주의를 둘러싼 이론과 쟁점을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과제는 정당 내부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보다 구체적인 방법들이다.기발하고 참신하며 새로운 제도를 기대하는 독자들은 실망할지도 모르겠지만, 정당 내부 민주주의를 위한 하나의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 집단이 가진 문화적 관습과 전통, 정당의 목표와 대중전략 등에 따라 다양한 형식과 제도가 가능하다. 어떤 제도와 형식을 택할지는 철저히 그 집단 성원의 심의
지난 연재모음
손우정 성공회대 사과연 연구위원
2017.08.16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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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민주노동당의 출현은 한국 정당체제에 결코 작지 않은 파장을 던졌다. 진보를 표방하는 정당이 출현했다는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일반 당원에게 결정권을 부여한 민주노동당의 내부 민주주의는 당시까지만 해도 계파 보스를 정점으로 한 위계적 질서에 머물러 있던 낡은 정당 운영방식에 일대 혁신을 가져온 사건이었다.그러나 이처럼 가장 혁신적인 내부 민주주의 제도를 보유했다는 민주노동당은 내부의 갈등관리에 실패해 결국 분당으로 이어졌고, 2012년 통합진보당은 또 한 차례의 파국적 결말을 맞이해야 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진보
지난 연재모음
손우정 성공회대 사과연 연구위원
2017.08.08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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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까지 민주주의를 둘러싼 여러 이론과 쟁점을 살펴봤다. 지금부터 다룰 내용은 ‘정당 내부 민주주의’에 관한 것이다. 한국 진보정치의 역사가 단결과 분열의 역사와 다르지 않다면, 새로운 도약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할 질문은 “정당 내부에서 어떻게 민주주의를 실현할 것인가?”로 모아진다.그러나 이 역시 만만한 주제는 아니다. 모두가 정당 내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에 이견이 없음에도 아직 뚜렷한 해법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그것이 이론만큼이나 험난한 실천의 영역에 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정당 내부 민주주의를 둘러싼 이론적
지난 연재모음
손우정 성공회대 사과연 연구위원
2017.08.01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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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에서는 대의제 민주주의가 민주주의와 대립될 수도 있음을 살펴봤다. 지금부터 살펴볼 또 하나의 ‘어떤 민주주의’는 단순히 반민주적 악의(惡意)를 갖진 않았더라도 다양한 적과 싸우고 있는 이들에게 나타날 수 있는 정치유형을 살펴본다.이런 정치행위의 민주주의적 변형과 왜곡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칼 슈미트의 정치이론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888년에 태어난 칼 슈미트는 독일에서는 ‘봉인’된 법학자다. 독창적인 주권이론과 정치이론을 설파하면서 법해석의 최고 권위자로 군림했지만, 1933년 나치당에 입당하면서 히틀러 독재체제의 이론적
지난 연재모음
손우정 성공회대 사과연 연구위원
2017.07.25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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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잔뜩 취한 이들이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고, 한쪽에는 깃발이 보인다. 어떤 사내는 창문 밖의 다른 색 깃발을 향해 당장이라도 의자를 집어던질 태세다. 술을 나르는 젊은 시종은 술에 취한 이들이 못마땅한 듯 잔뜩 인상을 쓰고 있다. 영국의 풍자화가 호가스가 1755년에 그린 ‘선거향응’이라는 제목의 이 그림은 1754년 옥스퍼드 선거를 풍자한 것이다.당시 영국은 투표권자가 인구의 5%도 되지 않았고, 지금처럼 곳곳에 투표소가 설치되지도 않았다. 그래서 선거에 출마한 사람은 유권자를 직접 투표소가 있는 곳까지 데려와야 했고, 투표
지난 연재모음
손우정 성공회대 사과연 연구위원
2017.07.18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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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1987년 6월항쟁을 계기로 한국사회가 민주화되었다고 기록한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지금 우리가 다시 민주주의를 외치고 있는 것은 민주화는 ‘되었다’고 표현할 수 있는 정적인 상태가 아니라 지속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동적인 것이라는 점을 말해 준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요구하는 민주주의는 1987년 6월의 광장이 요구했던 것과 동일한 것일 수 없다. 도대체, 민주주의가 무엇이길래?6월항쟁을 계기로 탄생한 이른바 ‘87년체제’는 우리에게 진보정치의 제도화라는 성과를 가져온 동시에 진보정치의 궤멸적 타격과 주변화라는 한계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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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우정 성공회대 사과연 연구위원
2017.07.11 08:52